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오르비에토'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오르비에토'
  • 조혜원 기자 | 조혜원
  • 승인 2019.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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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평화로운 마을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들려준 소도시의 풍경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 흘러든 호수는 낙원 같으며, 남부의 아기자기한 마을에선 새콤한 레몬 향이 난다고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니 여행 일정에 소도시를 넣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디든 화려한 관광지도 좋지만 사람 사는 냄새나는 작은 소도시의 매력은 비슷한 결을 지녔다. 작지만 더 정겹고 흥미로운 작은 마을을 소개한다.

오르비에토는 로마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소도시로 슬로시티 운동을 처음으로 선언한 도시다. 바위산 정상 195m고지에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라 가파른 산길을 산악열차인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 작은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아슬아슬 빠져나와서야 마을의 중심인 두오모 성당 앞에 도착한다.

오르비에토 성당은 13세기 성체에서 피가 흐른 볼세나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300년간에 걸쳐 지어진 대성당이다. 성체의 기적 이후 오르비에토는 한동안 교황이 머물러 교황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작은 보석 공예품이 모여 거대한 건축물이 된 듯한 성벽은 그 세밀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르비에토는 도시 환경을 위해 마을 중심으로는 차가 다닐 수 없다. 구시가지에는 대형마트와 즉석식품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없으며 작은 상점을 이용해야한다. 다행히 일주일에 두 번 시장이 열린다. 주민들은 저마다 농산물, 달걀, 빵, 치즈 등 직접 키우고 만든 것들을 가지고 나와 판매한다.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한 시장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오일장처럼 오랜만에 반가운 이웃을 만나는 모임의 장이기도 하다.

오르비에토 사람들은 산책을 사랑한다. 마을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나가 만나는 가장 넓은 광장인 두오모 성당 앞이 산책의 구심점이다. 성당 앞 광장은 삼삼오오 모여 일상을 나누는 주민과 여행객이 섞여 기분 좋은 활기가 느껴진다. 레이스, 도자기 등의 수공예품도 유명해 골목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가게에서 기념품을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르비에토에서 내려다 본 산지는 온통 올리브나무와 포도밭이다. 화산토가 퇴적되어 형성된 산지라 포도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그 덕에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고 생소한 멧돼지 요리, 산토끼 요리도 접할 수 있다. 오르비에토에서 꼭 맛봐야 하는 것은 트러플 요리다. 특유의 향이 매력인 트러플을 파스타 뿐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집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요리법을 자랑하는 트라토리아가 골목마다 숨어 있어 고유의 맛을 비교하며 즐거운 미식투어를 할 수 있다.

거친 바위산 위에 올라 앉았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 자연에서 난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마을 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삶. 오르비에토에서 느껴지는 온화하고 푸근한 느낌은 그들의 삶에서 풍기는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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