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그네스 창립자 빌 갬버 인터뷰
빅 아그네스 창립자 빌 갬버 인터뷰
  • 김경선 부장 | 자료제공 넬슨스포츠
  • 승인 2019.05.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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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중심의 기업을 만들다

CDT라는 거대하고 완벽한 뒷마당을 가진 빅 아그네스가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게 됐는지, 창립자이자 대표인 빌 갬버에게 들어봤다.

빅 아그네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미국 북동부 펜실베니아주 출신입니다. 숲 속을 뛰어다니고 낚시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다 대학 졸업과 함께 콜로라도주에 오게 됐죠. 여름이면 현재 빅 아그네스 본사가 있는 스팀보트 스프링스 주변의 산으로 백패킹과 낚시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좀 더 나은 아웃도어 장비를 제작하는 꿈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브랜드명이 독특한데,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빅 아그네스란 이름은 본사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콜로라도주 저컬 산 보호구역 내 3600m 봉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동시에 큰 트럭도 너끈히 몰고 다니는 산골 아낙네를 일컫는 애칭이기도 하죠. 처음 브랜드명을 짓기 위해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빅 아그네스란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아주 험준하고 멋진 산의 이름인데다, 처음 들었을 때 기억하기도 쉽고 재밌는 느낌을 주니까요.

수많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경쟁하는 요즘, 빅 아그네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제품 중심의 기업입니다. 직원들 스스로 본인들이 아웃도어에서 직접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고객에게 선보이죠. 더 가볍고, 더 편안한 장비를 만들기 위한 혁신적인 신소재와 디자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과 브랜드 앰버서더들은 가깝게는 회사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콜로라도의 높은 산부터, 멀게는 유럽과 에베레스트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제품을 직접 테스트합니다.

아주 작은 회사로 시작해 짧은 시간 동안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인가요.
빅 아그네스는 남다른 고집이 있는 브랜드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물론, 원자재를 공급해주는 파트너사들에게까지 항상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캠핑 장비를 제작할 것을 강조해왔죠. 한편으로는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아웃도어 활동과 빅 아그네스란 브랜드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진, 정말 훌륭하고 근면한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었거든요.

빅 아그네스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요?
혁신, 디자인, 테스트. 이 조합을 통해 저희가 만들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아웃도어 장비를 만드는 일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더 ‘좋은’ 장비가 아니라, 더 ‘편한’ 장비, 사용자 친화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장비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아웃도어에서 직접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라고 해요. 그럼 자연스레 고객들도 그 장비를 쓰고 싶을 테니까요.

지난해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인 CDT에서 빅 아그네스 전 직원이 참가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직원들과 함께 하는 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콜로라도주를 관통하는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을 각각의 소그룹이 백패킹, 자전거백패킹, 승마백패킹으로 릴레이 완주한다는 계획이었죠. 처음 이 계획을 직원들에게 공개하며 할 사람 있냐고 물어보니 거의 전원이 손을 들더군요.(웃음) 참가자들을 위한 모든 비용도 회사에서 부담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뿐 아니라 더 잘 보존하고 보호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는데, 코스 중 가장 높은 지점은 그라이스 피크Gray’s Peak(4352m) 산 정상이었죠. 이 밖에도 우리 회사는 항상 직원들이 아웃도어로 나가고, 캠핑을 즐기길 권장합니다. 이런 노력이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직원들 사이에 동지애를 형성하며, 우리 제품을 더 잘 테스트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 믿기 때문이죠.

빅 아그네스는 다양한 비영리 단체를 후원하며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아웃도어 커뮤니티에 돌려주고, 소중한 자연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에 대한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토양자원, 수자원, 트레일 보존 단체, 프로 산악 가이드 및 클라이머, 아웃도어 활동 진흥 단체, 참전 용사 지원 단체 등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회사 내에서도 트레일 개척, 고속도로 청소 등 자원봉사에 나갈 경우 이를 정규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며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빅 아그네스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빅 아그네스는 아웃도어에서 편안함을 선사하는 혁신적인 캠핑 장비 제작에 대해 늘 심각하게 접근합니다.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아웃도어에서 캠핑, 백패킹, 클라이밍을 즐기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 너무 심각한 척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브랜드를 내세우기 보다는, 우리가 만든 제품 뒤로 한 발짝 물러선 채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아웃도어 장소는 어디인가요?
지금까지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의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나에게 만약 3일의 휴가를 준다면, 고민하지 않고 콜로라도의 저컬 산 보호구역으로 가겠습니다. 그 곳에서 가족과 함께 백패킹과 플라이 낚시를 즐길 거예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빅 아그네스 제품이 있다면?
지금 당장 꼽으라면, 텐트에서는 ‘카퍼 스퍼 HV UL 2 마운틴글로우’를 선택하겠습니다! 그 안에서 ‘앤빌 혼’ 침낭에 ‘Q-코어 디럭스’ 슬리핑 패드와 함께 잠을 자면 딱이겠네요.

일찌감치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 진출했는데, 왜 한국에서의 브랜드 론칭은 늦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아주 독특한 아웃도어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같은 아시아권 국가와 비교해도 다르죠.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올바로 전달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절실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수많은 한국 기업이 많은 매출을 약속하며 접촉해왔지만 모두 거절했던 이유입니다. 우리가 이익만을 좇았다면 그러지 않았겠죠. 때를 기다려왔고 결국 그 때가 왔습니다. 넬슨스포츠가 우리와 함께 하고 싶다고 접촉해온 것이죠. 아크테릭스, 스카르파, GSI아웃도어스 등 세계 최고의 브랜드들을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전개해온 훌륭한 파트너였기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오히려 제가 넬슨스포츠에게 반문하고 싶군요. ‘왜 이제서야 우리를 찾아온 건가요?”(웃음)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사랑합니다. 특히 근사한 화강암 지대가 이어지는 북한산국립공원에서의 하이킹과 인수봉에서의 암벽 등반은 최고였죠. 언젠가 꼭 다시 오르고 싶은 곳입니다. 한국의 역사, 문화, 사람들, 아웃도어 모두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식 바비큐는 정말 최고에요! 한국에는 저의 특별한 동반자도 함께 있는데, 빅 아그네스의 모든 텐트에 쓰이는 폴을 만들어주는 DAC의 라제건 대표와는 평생 이어질 친구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가 한국에서 큰아들의 11번째 생일을 축하했던 날이에요. 아들도 그때가 본인 생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고 종종 말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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