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in Paris, It's so lovely city
Snow in Paris, It's so lovely city
  • 글 사진 이두용
  • 승인 2018.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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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파리 여행

파리에 눈이 내렸다. 세계적인 감성 도시. 유럽 낭만의 정점을 찍는 이곳에 새하얀 눈이 내린다. 파리의 심장인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한편의 겨울 영화를 찍는다. 아이들은 거리로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다. 너무 아름다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입맞춤을 하는 커플도 있다. 도시를 덮는 눈은 마치 지난 크리스마스의 늦은 선물과도 같았다.

파리의 겨울밤은 길고 어둡다. 개선문에서 내려다본 샹젤리제 거리의 풍경이 그래서 더 화려하다.
파리의 겨울밤은 길고 어둡다. 개선문에서 내려다본 샹젤리제 거리의 풍경이 그래서 더 화려하다.

파리는 겨울이 좋다
해외 여행지를 선택할 때 고민하는 건 한둘이 아니다. 비용과 기간, 먹고 마시는 것들, 숙박과 이동수단. 하지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역시 목적지다. 요즘은 세계 곳곳 가지 않는 곳이 없지만, 여전히 유럽은 해외여행의 꽃이다. 마치 유럽여행을 다녀와야 어디에 가서 여행 얘기를 거들 수 있을 정도랄까.

노부부에게 부탁해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오붓한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노부부에게 부탁해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오붓한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유럽여행을 떠날 때 나라도, 도시도, 동선도 제각각이지만 반드시 넣는 코스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다. 이곳으로 날아오는 사람이면 어린 날부터 꿈꾸던 각자의 낭만이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봤음직 한 로맨틱한 장면이 눈앞에 쉼 없이 펼쳐질 것 같은 상상. 사실 이 도시를 여행하면 어떤 상상도 절반은 현실로 바뀐다. 그저 걷기만 해도,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기만 해도.

파리에 겨울이 찾아오면 도시는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이곳. 거리마다 수놓는 화려한 조명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파리의 중심에 우뚝 선 에펠탑은 밤이 되면 조명잔치를 연다. 겨울은 파리의 우기여서 흐리고 어두운 날이 많다. 조명이 더 화려할 수 있는 이유다.

입맞춤하는 사진에서도 에펠탑은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입맞춤하는 사진에서도 에펠탑은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파리의 여름은 낮이 길다. 밤 10시가 가까워도 사방이 밝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름 평균 기온이 25도 정도라서 한국보다 덥지 않다. 게다가 한여름에도 건조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오히려 시원하다. 간편한 차림으로 밝은 낮에 도시를 더 많이 보고 싶다면 여름을 추천한다.

파리의 겨울은 춥다. 기온이 영하로 잘 떨어지지 않지만, 온도보다 추위가 더 낮게 느껴진다. 하늘은 자주 흐리고 예고도 없이 비가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트를 입고 우산을 챙긴다. 자연스레 도시와 가장 어울리는 코디가 된다. 개인적으로 파리의 겨울을 더 좋아하는 이유다. 반소매 차림보다 왜인지 외투를 걸친 모습이 파리와 잘 어울린다. 해가 쨍쨍한 날보다 적당히 흐리고 회색빛에 가까운 날씨가 도시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샹젤리제의 가로수들은 트리로 긴 행렬이 생겨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샹젤리제의 가로수들은 트리로 긴 행렬이 생겨난다.

거리를 빛나게 하는 크리스마스
12월이 되면 파리는 축제를 준비한다. 먼저 에펠탑을 올려다보는 샤이오궁 광장과 개선문으로 향하는 샹젤리제 거리의 들머리 격인 콩코드 광장 등 도시 곳곳에 대형 크리스마스 마켓이 생긴다. 파리의 정취가 담긴 기념품에 눈과 산타클로스, 트리 장식을 더한 시즌 상품이 대거 등장한다. 낭만의 도시와 크리스마스가 오버랩 되면서 정말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다.

밤이 길어지는 겨울이면 에펠탑은 자연스레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 애써 꾸며놓지 않아도 화려한 빛은 장식처럼 아름답다. 매시간 조명 쇼가 펼쳐지면 도시 곳곳을 향해 빛을 내뿜으며 축제를 연다. 사계절 펼쳐지지만 겨울이 절정이다.

콩코드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는 세계적인 패션 거리다. 8차선 대로와 그 양옆으로 차도보다 넓은 도보, 그 경계를 수놓은 정돈된 가로수들. 엽서에서나 봤음 직한 풍경이 걸음마다 이어진다. 샹젤리제의 가로수도 크리스마스엔 반짝이는 트리에 싸여 축제를 돕는다. 가로수 밑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리듬이 실리는 것 같다.

눈이 내리자 아이들이 모였고 곧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가 시작됐다.
눈이 내리자 아이들이 모였고 곧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가 시작됐다.

1960년 조 다생Joe Dassin이 불러 히트를 하며 아직 불리고 있는 노래 ‘오 샹젤리제Aux Champs-Elysees’가 귓가에 흘러나오는 듯하다. 실제로도 곳곳에서 여전히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며 가벼운 맘으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이 거리
사랑스러운 그대에게 말을 걸며, 오늘만큼은 나와 함께 걷자고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언제나 뭔가 멋진 일이, 당신을 기다려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허공에 흐릿하게 새겨진 에펠탑의 모습과 우산을 쓴 사람이 묘하게 어울린다.
허공에 흐릿하게 새겨진 에펠탑의 모습과 우산을 쓴 사람이 묘하게 어울린다.

노래 가사가 거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파리에 머물 땐 샹젤리제 근처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 아침, 샹젤리제 거리로 나와 커피숍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크루아상 하나를 놓고 도시의 시작을 지켜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사랑이 피어나는 도시
여름이라고 다를 건 없겠지만 겨울엔 유독 도시의 커플이 다정하다.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고 허리를 감싸며 거리를 걷는다. 비가 잦은 계절이라 하나의 우산을 쓰고 몸을 밀착하며 걷는 커플도 자주 볼 수 있다. 흔한 모습이라도 파리 풍경과 어울리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작년 겨울엔 작정하고 커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다. 가장 먼저 용기를 낸 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다. 해넘이 풍경을 담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모델처럼 늘씬한 선남선녀 커플이 꼭대기에 있는 사크레쾨르(Basilique du Sacré-Cœur)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둘은 꼭 끌어안았다가 나란히 섰다가를 반복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았다.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한 조형물 사진에 눈망울이 크게 맺혀 아름답다.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한 조형물 사진에 눈망울이 크게 맺혀 아름답다.

그때 다가가서 제안했다. “두 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당신들의 모습을 찍어도 될까요? 혹시 사랑스럽게 키스해주시겠어요?”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그들은 마치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키스를 나눴다. 순간 사크레쾨르 성당은 조연이 됐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정말 좋아한다.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보내주기로 했다.

파리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커플의 키스 사진을 찍었다.
파리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커플의 키스 사진을 찍었다.

이때부터 커플의 사진을 찍었다.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을 배경으로 독일에서 온 커플의 키스 사진을 찍어줬다. 에펠탑이 보이는 센강 변에선 파리의 대학생 커플의 키스 사진을 찍었다.

신기하게도 ‘두 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파리를 배경으로 키스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을 하면 어떤 커플도 거절하지 않았다. 모두가 미소를 보였고, 자연스레 입을 맞췄고, 사진을 찍는 나도 찍히는 그들도 만족했다.

에펠탑이 보이는 풍경을 돌면서 여러 커플을 촬영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플은 노인 부부였다. 에펠탑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샤이오궁 울타리로 노부부가 걸어왔다. 할아버지는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할머니와 다정히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 에펠탑이 잘 보이는 곳에 서서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할머니 난간에 한 걸음만 올라가 보시겠어요? 할아버지와 키를 맞춰서 사진 찍어드릴게요.” 낯선 사진가의 요청에도 미소를 보이며 난간에 오르는 할머니. 셔터를 누르면서 가슴 한편이 뭉클했다. 수많은 계절을 함께 걸어왔을 부부. 파리에 사는 이 부부에게 에펠탑은 어떤 의미일까. 이 사진 역시 노부부도 나도 만족했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보다 두 분의 모습이 더 인상 깊게 느껴졌다.

공항으로 향하는 저녁, 점점 많은 눈이 내렸다.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공항으로 향하는 저녁, 점점 많은 눈이 내렸다.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도시에 눈이 내리다
올해 2월엔 파리에 눈이 내렸다. 세계 곳곳에 특종으로 소개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사실 눈이 내리기 전에 우기를 거치면서 10일 넘게 폭우가 쏟아졌다. 센강 수위가 높아져 강가를 걷지 못하게 진입로를 전부 막기도 했다.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기까지 했으니 비의 양은 대단했다.

비의 끄트머리에 사과라도 하듯 새하얀 눈이 쏟아졌다. 눈이 귀한 도시는 겨울왕국의 축제에 빠져들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눈을 즐겼다. 아이들은 눈을 뭉쳐 눈싸움을 했고, 한쪽에선 적은 눈이지만 조심스레 굴려 가며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 올 때 즐기는 모습은 세계가 거의 비슷한데 눈사람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것 같다. 신기했다.

눈발이 굵어지는 것 같아 에펠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센강을 따라 걷는데 어제와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른 느낌이다. 센강에는 37개의 다리가 있다. 누군가 파리에 대해 질문을 하면 강을 따라 걸으며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를 돌아보라고 말한다. 거리로 따지자면 도보로 다니기 어렵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것과 비교할 때 추억의 깊이와 양은 전혀 다르다. 명소가 대부분 중심부에 있어서 37개의 다리를 전부 걷는 것도 아니다.

센강을 따라 이어진 가로수가 거치니 에펠탑이 높다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앞으로 어깨를 맞대고 다정하게 걷는 커플이 보였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눈 오는 파리는 흔한 일이 아니에요. 에펠탑을 배경으로 키스 사진을 한 장 찍어드릴게요.”라고 제안했다. 역시나 웃으면서 흔쾌히 오케이 한다. 아름답다.

에펠탑을 찍기 위해 샤이오궁에 도착했는데 안개가 심해서 사라졌다가 희미하게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아쉽다. 가만히 때를 기다렸는데 내리는 눈이 진눈깨비로 바뀌며 몸이 축축해졌다. 돌아서면서 허공에 흐릿하게 새겨진 에펠탑의 모습을 찍었다. 우산을 쓴 사람과 묘하게 어울린다. 언젠가 엽서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다.

저녁,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 눈발이 다시 굵어졌다.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한다. 더 많은 눈이 내리는 날, 오 샹젤리제를 부르며 카메라도 들지 않고 홀가분하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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