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북부의 숨은 보석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미서북부의 숨은 보석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 글 사진 표현준
  • 승인 2018.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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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대자연,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뷰포인트

의외의 놀라움
요세미티,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립공원들과 달리 ‘그랜드 티톤’이라는 이름은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의 웅장한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영원히 마음속에 각인될 것이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까운 잭슨홀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솔트레이크 시티 공항을 이용하면 솔트레이크 시티를 비롯해 로키산맥을 따라 유타, 아이다호, 와이오밍까지 로드무비처럼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행할 수 있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이 속한 와이오밍주는 서북부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넓이는 10위지만 인구는 알래스카 다음으로 적다. 그래서 사람보다 자연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랜드 티톤은 미국은 물론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10여 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국립공원 내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전 예약이 필수다. 성수기에는 그마저 어렵고 가격도 매우 비싸다. 인근 지역의 산장이나 호텔도 서둘러야 하긴 마찬가지다. 편안한 가족여행을 위해 이미 8개월 전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고 하루 세 번 해결해야 하는 식사는 현지에서 옐프yelp 앱으로 주변 맛집을 검색해서 일정에 맞춰 결정했다.

솔트레이크 시티 공항에서 7인승 패밀리카를 렌트해 5시간 만에 아이다호와 와이오밍 주 경계,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서쪽에 위치한 숙소(드릭스)에 도착했다. 긴 거리를 드라이브하는 내내 동행처럼 높은 로키산맥의 등줄기가 오른쪽과 왼쪽을 넘나들며 함께했다.

티톤의 관문, 숲속 휴양지 잭슨홀
로키산맥의 협곡을 지나 그랜드 티톤으로 향하는 길목에 차가 길게 늘어선 작은 마을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깊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불현듯 트래픽 잼을 경험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그런데 이 작은 도시는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다. 바로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잭슨홀Jackson Hole이다. 잭슨홀은 최고급 스키장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 숙박 및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산속의 휴양지다. 미 서부의 전통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다운타운을 산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내 중심에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 입구 4곳에 엘크의 뿔로 만든 아치가 인상적이다.

지평선에 우뚝 솟은 세 개의 산봉우리
와이오밍주 북서쪽, 그리고 그 유명한 옐로스톤 국립공원 바로 아래 위치한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teton'은 프랑스어로 ‘젖(유방)’을 뜻한다. 지평 위에 우뚝 솟은 세 개의 높은 봉우리를 두고 식민시절 프랑스 상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들 산맥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그랜드 티톤 산(4197m)의 이름을 따서 국립공원의 이름을 만들었다.

수치상으로는 해발이 매우 높지만 이 지역의 고도가 2000m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실제 서 있는 곳에서 산이 솟은 높이는 2000m 정도라 보면 된다. 하지만 수직으로 날카롭게 솟은 그랜드 티톤의 산세는 마치 눈앞에서 히말라야를 보는 듯한 시각적 감동을 선물한다. 사진기가 있다면 누르기만 해도 달력 사진이 나오는 그림 같은 풍경, 실제로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빙하가 흘러내려 만들어진 높은 산봉우리 아래로 강과 호수가 생기고 깊은 숲과 초원이 형성되었다. 검은 암벽을 하얀 만년설로 두르고 푸른빛을 머금은 그랜드 티톤 산맥의 원경과 따듯한 녹색의 초원의 근경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은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이 품은 특별함이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은 ‘그랜드’라는 단어가 어색하리만큼 작은 공원면적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로 천천히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한 크기다. 하지만 크기와 관계없이 다양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자연경관 속에서 드라이브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가족과의 동행이라면 티톤 만큼 좋은 국립공원이 있을까 싶다. 모든 도로가 반듯하게 잘 놓여있고 티톤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스폿들이 주차장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높이 솟은 산봉우리들은 뽐내기라도 하듯 공원 내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니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 즐기기

그랜드 티톤 입장료는 30달러다 하지만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만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옐로스톤과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을 함께 둘러보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각각 30달러지만 함께 구입할 경우 50달러(two-park pass)로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랜드 티톤에는 도로 중간중간 많은 뷰포인트들이 있는데 시간이 넉넉하다면 모든 포인트에 차를 세우라고 말하고 싶다. 병풍같이 어디서 봐도 비슷할 것 같은 풍경이지만 뷰포인트마다 새로운 모습에 감탄, 또 감탄하게 된다. 좀 더 깊고 내밀한 곳까지 체험하고 싶다면 카약을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거나,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다. 그 외에도 낚시, 캠핑, 자전거, 수영, 래프팅 등 다양한 자연체험이 가능하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티톤 국립공원에서는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야생동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숲속 깊이 들어갈 때는 곰 스프레이를 휴대하고 운전할 때도 속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몸이 불편하다면 마주하기 어려운 풍경, 만년설을 보기 위해 힘겹게 산을 등반하지 않아도 가깝게 혹은 깊게 원하는 만큼의 거리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 할 수 있는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비지터센터에서 운영하는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해 배지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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