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기어와 비수구미 백패킹
마이기어와 비수구미 백패킹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18.06.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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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봄과 여름 사이, 수많은 백패커가 활발히 활동하는 계절이다. 방법을 몰라 숨어서 고민하는 초보 백패커를 위해 영등포 백패킹 장비 매장 마이기어에서 단체 백패킹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찾은 장소는 강원도 화천의 오지 산골 마을 비수구미다. 이곳은 환경오염 없이 맑고 깨끗한 계곡으로 유명하다. 자연 원시림과 넓은 바위가 계곡을 따라 밀집되어 있고 계곡 하단부는 파로호와 접한다. 또한 인근에 평화의 댐, 비목 공원, 안보 전시관, 해산 전망대 등의 관광 자원이 산재해 가족 단위 백패커에게 좋다. 계곡, 강,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마이기어는 강원도 화천군과 협약을 맺고, 비수구미 에코스쿨 캠핑장에 야영지를 구축했다.오지의 청정한 마을이기 때문에 단체로 방문하면 방해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 우리의 걱정은 아웃도어 브랜드 K2에서 해결해주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이 오래가고 견고하도록 응원하는 K2 PROTECTION FOR ALL’ 환경 지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K2에서 진행하고 있는 ‘클린 백 캠페인’에 동참하게 된 것. K2에서 지원한 K2 클린 백을 참가자들에게 지급해 트레킹 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았다.

아름답고 신비한 오지의 마을로 들어섰다. 해산령 터널부터 푸른 나무들이 우리를 감싼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발걸음에 리듬을 실어준다. 초입에서 에코스쿨 캠핑장까지는 약 16km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한다. 한나절 트레킹으로는 조금 긴 거리이지만 고도차가 거의 없어 편안히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일곱 명씩 조를 나누어 걸었다. 각자 운행 속도가 달랐지만, 발걸음이 느린 멤버는 조금 힘을 내서 걷고, 빠른 멤버는 기다려준다.

내리막에 가속도가 붙어 쫑쫑쫑 걷는데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뽀얗게 핀 목련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코로 꽃을 먹 듯 깊게 향기를 들이마셨다. 숲이 코를 통과해 머릿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 황홀함을 조금 더 느끼려고 가방을 벗어 던지고 맑은 계곡으로 들어가 고단한 발을 담갔다.

시원함도 잠시, 배꼽시계가 울려대는 바람에 서둘러 정리를 하고 비수구미 마을로 향했다. 굽이굽이 계곡 따라 꽃의 환영을 받으니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은 비수구미 마을 이장님 식당의 산채비빔밥이다. 이장님이 직접 캐고 삶아 정성스레 버무린 산나물과 짭조름한 장아찌, 구수한 된장찌개가 함께 나왔다.

점심 후 식당 앞 계곡에서 더위를 잠시 식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6km의 아름다운 길이 남아있다. 트레킹 후반전은 전반전과는 달랐다. 전반전에 산 목련 향기를 맡으며 콸콸 흐르는 계곡을 끼고 걸었다면, 후반전엔 높은 나무와 넓은 파로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또한 길가로 산딸기와 오디가 지천이다. 중간에 만난 마을 어르신들에게 여쭙고 오디와 산딸기 맛을 봤다. 새콤새콤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다. 이 맛에 트레킹하지!

그렇게 꽃, 나무, 풀, 푸른 파로호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경치를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마침내 우리의 야영지 에코스쿨 캠핑장에 도착했다.

어색했던 첫 만남이 여기엔 없었다. 모두 서로의 고된 트레킹을 응원하고 위로 하느라 바빴다. 조별로 모여 야영지를 구축하고, 땀에 쩐 몸을 씻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이성우씨의 공연이 시작했다. 공연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모두 개의치 않았다. 떨어지는 비마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진정한 백패커가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공연 후 조별로 시간을 보냈다. 시샘하듯 오던 비가 그치고 풀벌레 소리, 새소리 그리고 소곤소곤 추억을 쌓는 소리만 캠핑장에 맴돌았다.

새벽녘, 톡톡톡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슬쩍 잠에서 깨어났다. “철수하기 힘들겠는데…”잠결에 밀려오는 근심도 잠시. 기특하게도 아침이 되자 비가 그치고, 햇볕이 텐트를 바싹 말려주었다. 철수 후 각자 주변을 정리했다. 어제 받은 K2 클린 백에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봉투에 깔끔이 모은다. 그렇게 아니온 듯 배를 타고 파로호를 가로질려 비수구미를 떠났다.

가끔 단체 행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소란스럽고 쓰레기도 많아진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규칙을 지키고 배려한다면 올바른 백패킹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하루빨리 수많은 등산객과 백패커에게 올바른 산행 의식이 확립돼 자연을 깨끗하게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화천군청 관계자와 K2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 뜻깊은 행사에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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