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배낚시 첫 체험기
에디터 배낚시 첫 체험기
  • 이지혜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04.16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식하는 최고의 스포츠, 낚시!

기차를 좋아한다. 온종일 머리와 몸을 써가며 일을 하고 와선,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소비한다. 매일 몸을 싣는 지하철에서도 손은 쉬질 않는다. 그래서 에디터는 기차를 좋아한다. 아무것도 듣거나 읽지 않고, 그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해지는 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항상 어딘가 부족했다. 우연히 체험한 배낚시, 정말 질 좋은 멍을 찾았다.

배 타기 참 힘들다

“낚시가 등산을 이겼대.”

한동안 에디터들 사이에서 ‘핫’했던 주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파와 ‘당연히 그럴 수 있다’파가 나뉘었다. 에디터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쪽이었다. 마산항의 똥바람을 맞고 자라며, 진주 남강 변에 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뻔질나게 그곳에서 강 낚시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가 하는 걸 지켜봤다. 아웃팅이 활발했던 우리 가족 역시 등산과 낚시를 좋아했지만, 등산은 아빠 혼자 즐겼고 낚시는 온 가족이 즐기는 것만 봐도 그렇다.

TV 프로그램 <도시 어부>를 보며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하던 차, 날씨가 풀리자 당장 배낚시 일정을 잡았다. 유시민 아저씨가 대물 붕어를 낚고 해맑게 웃고 있던 사진. 그 절반만 한 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찼다. 딸랑거리던 남강 낚싯대의 기억 위에, 파도 위 짜릿한 손맛의 추억이 얹힐 게 분명하다.

그런데 쉽게 손맛을 볼 줄 알았던 것도 찰나, 시작하기도 힘들었다. 첫 일정은 하필 4월 중순에 갑작스런 꽃샘추위가 찾아오며 눈까지 내리던 어느 날 새벽이었다. 변하는 물때와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촬영날짜를 맞추기 쉽지 않았다. 두세 번의 일정 조율 후, 어느 날 아침 걸려온 “오늘 오후 배가 있는데 너무 갑작스럽지요?” 하는 사장님의 전화에, 제대로 채비도 하지 못한 에디터는 선배를 데리고 냉큼 인천으로 달려갔다.

첫 낚시의 설렘

배가 뜨는 곳은 인천의 남항부두다. 물때가 좋을 땐 오전 7시 30분과 오후 1시, 하루에 두 번 출항해 약 5시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바늘과 추, 자새 등이 포함돼있고 현장에서 낚싯대 대여와 미끼를 판매해 첫 낚시도 충분히 가능하다. 친절한 선장님과 동네 친근한 아저씨 같은 낚시꾼들이 곳곳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몫한다.

100인이 탈 수 있는 커다란 배는 멀미에 취약한 에디터가 아침부터 공복을 유지한 보람이 하나도 없었다. 바람이 잔잔한 덕분도 있었지만, 워낙 배가 커 배 위의 다섯 시간 내내 멀미를 느낄 수 없었다. 화장실과 휴게공간은 물론 라면과 횟감 등을 맛보고 물과 음료를 살 수 있는 작은 식당 겸 매점까지 갖췄다.

출항 30분 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는다. 선미나 후미가 아닌 가운데 자리하는 게 좋다는 꿀팁을 전수받고 냉큼 자리를 잡았다. 배낚시는 두 여자 모두 처음이다. 초보자는 눈빛부터 티가 나나 보다. 출항도 하기 전 두려움과 설렘으로

들뜬 에디터와 선배를 향해 사장님이, 마침 우리 옆에 자리한 아저씨가 강태공이니 많이 배우란 얘기를 던진다.

미끼가 무엇일지에 대해 도착 전에 의견이 분분했다. 보기만 했지 해본 적은 없던 낚시 무식자 에디터와 생애 첫 낚시에 도전하는 선배는 서로 미끼를 두고 크릴새우다, 아니다 지렁이다, 지렁이면 네가 잡아야 한다, 말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미끼는 갯지렁이와 오징어였다.

낚시는 스포츠

매일 물때와 바다 상황에 따라 낚시 포인트는 달라진다. 삐 하는 신호음과 일제히 내린 낚싯대. 소득이 별로 없을 땐 배가 고민 없이 다른 포인트로 옮겨간다. 때에 따라 먼바다까지 나가기도 하지만 그물이나 잔여물이 많이 깔린 다리 아래, 고기들이 주로 사는 곳이 오늘의 주 포인트다.

선장님이 포인트에 배를 세우고 신호음을 주면 일제히 미끼와 추 달린 찌를 던진다. 추가 내려가는 것을 릴을 만지며 가볍게 느끼다 보면 바닥에 닿는 게 느껴진다. 줄을 잠그고 릴을 한 바퀴 당겨 텐션을 높인다. 가만히 있거나 매우 천천히 아래위로 낚싯대를 움직여가며 고기가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린다. 수면이 계속 달라지므로 바닥을 느끼고 릴을 한 바퀴 감는 작업이 쉼 없이 이어진다.

한가로이 낚싯대를 던지고 자연을 감상하던 다큐와 현실의 괴리는 컸다. 무거운 낚싯대를 겨드랑이로 받치고 한 손으론 낚싯대를 지탱한다. 또 한 손으론 쉬지 않고 릴을 조절해야 한다. 갯지렁이 하나 끼우는데 낑낑대길 몇 분째, 사람들이 금세 크고 작은 고기를 낚는 것을 보며, 은근한 조바심도 생겼다. 낚시를 취미가 아닌 스포츠라 생각할 만하다.

왔다 가지도 않았다

에디터는 예민하다. 살면서 예민한 덕을 자주 보진 못했지만, 낚시야말로 예민한 에디터가 쉽게 레벨업 할 수 있는 종목이었다. 수미터 아래의 바다 바닥을 느끼는 것이 짜릿하고 한 바퀴 짧아진 낚싯줄의 미끼가 어느 방향으로 흔들리는지를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손바닥만 한 고기들이 호기심으로 미끼를 툭툭 치며 지나갈 때마다 찌르르, 손끝에 오는 날카로운 입질의 감각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찌릿찌릿한 입질 후엔 어느 포인트에서 낚싯대를 재빨리 낚아채야 하는 걸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몇 번의 허탕 끝에 어느 순간 과감히 낚싯대를 챘다. 릴을 감는 무게가 평소 같지 않았다. 한참을 감은 낚싯줄 끝엔 어른 손바닥만 한 우럭이 걸려 올라왔다. 이거구나. 쾌감과 함께 콧노래가 절로 난다.

선배는 사정이 좀 달랐다. 기본적으로 선배는 에디터와 성격이 다르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예민보단 둔한 편에 가깝다. 바닥을 느끼고 서서히 오르내리라는 강태공 아저씨의 말은 선배에게 튕겨 나갔나보다. 입질이 자꾸 온다고 호들갑 떠는 에디터 옆에서 선배는, 연신 낚싯대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야, 내 미끼엔 왔다 가지도 않았다.”

질 좋은 멍 때리기

이후에 몇 마리의 우럭을 더 낚고, 새끼 우럭은 부모님 모셔오는 조건으로 방생하기도 했다. 선배도 이내 한두 마리를 낚으며 우리의 첫 배낚시는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다. 마침 옆자리 강태공 아저씨가 본인의 큰 우럭과 우리가 잡은 작은 우럭들을 선뜻 바꿔주셔서 횟감이 좀 나왔다. 즉석에서 회를 쳐 먹었다.

에디터는 회 맛을 잘 모른다. 하지만 한 점 맛을 보니, 왜 <여섯시 내 고향> 리포터가 배 위에서 그토록 몽롱한 표정으로 회를 먹었는지 알 수 있겠다. 신선하고 두툼한 식감과 진한 바다 향이 섞여 전혀 새로운 맛을 내고 있었다.

짧은 경험으로 에디터에게 낚시란 휴식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하늘엔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연신 날아가고, 뿌연 수평선은 그것대로 운치 있다. 수평선과 나 사이 어딘가에 무심히 시선을 던지고, 바다의 바닥을 상상하는 즐거움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 복잡한 생각과 고민은 두통의 껍데기에 쌓여 바닷속에 잠겼다. 세상 질 좋은 멍을 때린 시간. 푹 쉴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를 찾았다.

국제유선 바다낚시

인천광역시 중구 축항대로 142 남항부두

010-8845-8589

kukjaenaksi.co.kr

시간배낚시

7:30~12:30 / 13:00~18:00

성인 4만원, 소인 3만원

추, 바늘, 자세 무료제공

종일배낚시

04:30~17:30

성인 7만원, 소인 3만원

조식, 중식 무료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