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기어의 봄맞이 섬 백패킹
마이기어의 봄맞이 섬 백패킹
  • 글 사진 김혜연
  • 승인 2018.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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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덕적도 여행기...비조봉 능선길

산과 들이 초록빛으로 변했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따뜻하다. 꽃나무들이 손끝에서 꽃망울을 톡톡 터트리는 봄이 찾아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도 기지개를 켜며 백패킹을 떠난다.

영등포 소재 백패킹 장비 전문 매장 마이기어는 장비 전문점이기도 하지만, 백패커들의 사랑방이다. 장비를 구입하는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심심할 때 들르게 되고, 이내 백패킹 동무가 된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다가 백패킹이라는 취미 하나로 인연을 맺고 시간을 함께 이어나간다. 그렇게 모인 동무들이 함께 길을 나섰다.

우리가 떠날 곳은 인천에서 한 시간쯤 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덕적도다. 덕적도는 본래 큰물 섬이라는 우리말을 한자화 한 것이다. 큰물이란 깊은 물, 즉 수심이 깊은 바다에 있는 섬이란 뜻이다. 덕적도에는 몇 개의 해변이 있는데, 백패커들이 야영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은 서포리 해수욕장이다.

우리가 하루 신세를 지게 될 서포리 해변은 완만한 경사의 곱고 깨끗한 백사장 뒤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야영을 하기 좋다. 모래사장과 어우러진 낙조가 일품이며 한가롭고 아름다운 경치로 여름에는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곳이다.

화창한 봄날 아침,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무겁던 겨울 장비를 내던지고 가벼운 장비를 챙겨 떠나니 배낭도 마음도 가벼웠다. 발권 후 배에 올라 한 시간 반쯤 달려 덕적도에 도착했다. 유난히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우리를 간지럽혔다.

버스를 타고 야영지 서포리 해변으로 이동해 사이트 구축 후 트레킹을 떠나는 게 오늘의 일정이다. 버스는 꼬불꼬불한 해안도로를 능숙하게 달렸고, 덕분에 10분 만에 서포리 해변에 도착했다. 적당한 곳을 찾아 해변에 막 들어섰을 때, 하얗고 고운 모래와 빼곡히 솟아있는 소나무, 모래사장 중간 중간 귀엽게 자라있는 풀이 외국 작은 휴양지를 찾은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주변에는 편의점, 식당도 멀지 않고 화장실도 아주 깨끗해서 백패킹 야영지로는 7성급 호텔이다. 각자 여유를 즐기기 좋은 위치에 텐트와 쉘터를 설치하고 물과 짐을 챙겨 산행 길에 올랐다.

오늘 산행은 섬의 대표적인 봉우리인 비조봉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능선 길을 걷다가 서포리 해변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비조봉은 약 300m고지의 낮은 봉우리지만 올라가면 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직 나무가 푸른 새싹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 덕분에 봄을 실감했다.

잠시 등산화 끈을 묶으려 허리를 숙였는데 낙엽들 사이로 조그마한 연두색 새싹이 빼꼼히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나올 시기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때 되면 찾아와 씨앗을 심거나 영양분을 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올라오는 새싹들이 너무 신비로웠다. 동시에 저렇게 애써서 자라나는 생명을 조금 더 신경써서 보호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다. 짧은 오르막 끝에는 비조봉 전망대가 나타났고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다. 그대로 한참을 앉아서 섬과 수평선, 그 앞으로 느긋하게 지나가는 배를 보며 봄기운을 몸속 깊이 빨아들이다가 마음이 급해졌다. 눈앞으로 펼쳐진 멋진 능선들이 빨리 오라고 재촉했기 때문이다. 시원한 경치를 눈에 담고, 재촉하는 능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덕적도는 낮지만 시원한 경치와 아기자기한 암릉이 있어 산행하기 재밌는 곳이다. 바위는 미끄럽지 않아서 아찔한 재미를 즐기기 좋았다. 그렇게 바위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어느새 급경사의 하산길이 이어졌고 덕분에 빨리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즐거웠던 산행을 마치고, 야영지로 돌아와서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맛난 저녁 식사를 했다. 봄이 왔지만 아직 바람은 차가워서 쉘터를 챙기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잠깐, 백패킹 장비 중 하나인 쉘터는 그룹으로 야영을 할 때 추위나 비바람을 피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바닥이 없는 텐트다. 4, 5월에도 밤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쉘터를 챙겨 다녀야 한다.

은은한 불빛아래 함께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것보다 최고의 힐링이 된다. 그렇게 깊은 밤 우리의 인연도 깊어진다.

새벽녘, 으스스한 공기에 꾸물거리며 눈을 떴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텐트를 빼꼼히 열고 바깥 동태를 살핀다. 오늘도 역시 안개가 자욱하다. 마침 선사로부터 배 출항지연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철수 후 원래 시간에 맞춰서 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육지 백패킹의 경우 둘째 날이 밝으면 아쉬움이 몰려오지만, 섬 백패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날씨의 상황에 따라 배가 뜨지 않아 섬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백패킹을 갈 경우 날씨를 잘 확인하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목적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안개로 지연되었던 배는 다행히 한 시간 반 뒤에 출항해서 무사히 인천연안여객터미널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봄 마중을 완벽히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에서의 하룻밤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오랜 시간 자연의 변화를 직접보고 느끼며 그 신비함에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패킹은 위대한 발명이자 발견이다. 위대한 백패킹 문화를 올바르게 오래도록 함께하고자 마이기어는 초보 백패커들과 함께한다.

마이기어

월1회 백패킹 기초교육과 실전 백패킹을 진행중입니다.

02-2633-7116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555-2

인스타그램 @mygear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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