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유일한 생태계, 제주
지구상의 유일한 생태계, 제주
  • 임효진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8.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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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과학 탐험가 인터뷰

제주를 종종 동남아시아 관광에 비교하곤 한다. 제주도 여행갈 돈이면 동남아 가는 게 낫다고. 지금까지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은 늘 그랬는지도 모른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1차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거나 조선 시대에는 낙향, 유배지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리는 암울한 곳으로 쓰였다. 산업화 시대라고 달라질 건 없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며 지역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썼다. 근래에 들어서는 관광과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제주를 파헤치면 5년 안에 없어질지도 모르고, 제주는 그렇게 사라져서는 안 되는 땅이라고 차분하지만 힘주어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학탐험가 문경수 씨다.

문경수 씨는 대중에게는 JTBC TV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과학을 주제로 탐험하는 국내의 독보적인 탐험가로 10년 이상 호주, 미국, 몽골 등을 다니며 화성 탐사를 준비하는 나사 과학자들과 활동했다. 이전에는 주로 한국 밖에 관심을 두고 과학을 탐험하던 그가 최근에 제주를 주제로 한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이라는 책을 냈다. 제주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던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이킹이나 라이딩을 좋아해서 그 전에도 제주를 자주 갔어요. 제주를 잘 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탐험을 다니면서 만나는 각 나라의 다양한 탐험가 중 제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제주를 아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인사치레인가 했는데, 제주를 묻는 탐험가를 많이 만나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죠. 제주가 그렇게 대단한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했는데, 그 가치와 깊이가 어마어마해서 지금은 과연 제주를 다 알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 첫 번째 제주 탐험을 다룬 이야기를 이번 책으로 냈는데, 사실 아쉬운 점도 많아요. 너무 급하게 썼거든요. 그래도 출간한 이유는 이대로 놔두다가는 제주가 남아날 것 같지 않아서였어요. 위기감에 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제주를 여느 섬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해외에서는 제주의 가치를 남다르게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제주를 지정했는데, 이는 경치가 좋다고 주는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을 선정할 때 전지구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지구 전체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그 지역만의 유일한 특성이 있어야 하고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가 있는 땅에만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한다. 제주가 지구에서 유일한 자연 생태계를 지닌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제주 땅은 용암이 굳어진 화산 암석이 풍화돼서 만들어진 흙이 바탕이에요. 육지와 다르죠. 흙이 다르니 생태계도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그 생태계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도 육지와 다를 수밖에 없죠. 토양과 생태계, 문화라는 세 가지 매개체가 제주만의 독특한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제주의 자연이 유일무이한 가치가 있다면 보존해야 할 거 같은데, 그의 책은 오히려 과학 을 주제로 제주를 여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과학이라면 수학만큼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사람한테도 과학 탐험을 주제로 새로운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제주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면 과학 탐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천명이 곶자왈을 방문해도 곶자왈은 없어지지 않아요. 자연의 회복력이 엄청나거든요. 하지만 개발로 파헤쳐진다면 곶자왈이 없어지는 건 시간문제예요.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제주의 가치를 느끼고 알아간다면, 소중한 제주, 얼마 남지 않은 제주의 자연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과학 탐험은 탐험가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가장 먼저 박물관을 가보라고 권했다. 박물관을 가면 표를 구매하고 한 바퀴 둘러보고 커피 마시고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박물관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박물관은 탐험할 곳에 대한 최고의 샘플을 모아놓은 곳’이니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꼭 돌아볼 것을 권했다. 그리고 설명을 들었던 곳을 직접 다녀오고 난 후에 다시 박물관에 들려서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했다. 그래도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박물관 학예사 분께 당당히 만남을 요청해서 물어보면 된다. 그건 모르고 있던 우리의 권리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신청해도 된다.

“올 한해는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데 매진할 생각이에요. 제가 나온 방송이나 강연을 듣고 제주 분들이 마지막에 울컥했다고 해요. 자신들이 살아온 땅이 이런 가치가 있는지 몰랐다고 하시면서요. 앞으로 제주 기관과 도민들에게 계속 제주의 가치를 환기시키고 기회가 되면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서 자연의 원형에 가까운 제주를 만나는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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