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달리다
울산을 달리다
  • 글 사진 안정은
  • 승인 2018.03.08 07: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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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은의 런트립, 울산 태화강 십리대밭편

관광지가 많지 않은 울산을 여행 목적으로 찾는 건 흔한 경험은 아니다. 하지만 러너라면 한번쯤 가봐야 할 이유가 있다. 울산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며 달리고 싶은 숨은 러닝 코스가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울산의 아웃도어 명소를 소개한다.

사시사철 음이온을 맡으며 대나무숲을 거닐 수 있는 곳
울산에도 담양 죽녹원 못지않은 아름다운 대나무숲이 있다.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이곳은 대나무를 테마로 다양한 체험과 국내외 희귀 대나무를 활용한 교육공간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북적이지 않아 운치 있고 옛스러움과 신선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이 대나무숲은 오산을 시작으로 울산의 중심을 흐르는 태화강을 따라 용금소(태화루)까지 이어진다. 10리(약 4km)에 걸쳐 있다 해서 ‘십리대밭’이라고 불린다. 전체 면적이 약 29만㎡라고 하니 감히 그 크기를 어림할 수 없다. 수십 년에 걸친 간벌작업과 친환경 산책 조성작업으로 지금은 울산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이 되었다. 울산주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일구어 낸 자산이다.

대나무는 곧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선비의 절개와 강직을 상징한다. 또한 차분한 성질의 대나무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공기 속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을 다량 생산해 신경안정과 피로회복을 도와 병에 대한 저항성을 키워준다.

달리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들어보는 대나무 소리
숲으로 들어선 순간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첫 들숨부터 달랐다. 신선한 대나무숲 공기는 나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거쳐, 다리를 쫀쫀하게 감싸주는 러닝 타이즈를 지나, 달리고 싶어 안달 나 있는 발가락의 세포까지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런 풍경 안에서 이런 공기를 마시며 달릴 수 있는 울산 사람들은 어떤 복을 타고 났을까. 입장료 또한 무료이다.

러닝코스는 태화강대공원의 서쪽방향. 오산못이 있는 십리대숲부터 시작해서 십리대밭교를 지나 번영교를 거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GPS 러닝 시계를 조작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대나무 잎이 바람에 이끌려 스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흔들리는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이제 달려도 좋다는 GPS의 진동과 함께 온전히 자연을 마주하는 런트립을 시작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푯말과 머물 거리가 많아 달리는 걸음이 즐겁고 가볍다. 십리대밭길을 빠져나와 광활한 평원을 달리면 십리대밭교를 만난다. 고래가 생각나는 다리의 모양새는 한강과는 또 다른 운치를 선물한다. 마치 작은 한강을 연상시키는 태화강의 산책로는 깨끗하고 길이 평탄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나들이하기에 제격이다. 동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또한 서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이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펼쳐지는 은하수길
울산 십리대밭길은 옛스러운 멋과 엄마의 치마폭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깨끗해서 좋았다.
태화강공원 내에서 자전거 대여 또한 가능하니 연인, 가족 할 것 없이 봄날의 피크닉을 만끽할 수 있다.

낮에는 신선한 음이온 길이 펼쳐진다면 밤에는 은하수길이 펼쳐진다. 엄청난 별들이 하늘을 덮는 이불처럼 포근하게 내려온다. 초행길의 야간 달리기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 달리지 못해 아쉽다면 유유자적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겠다.

낙서 가득한 대나무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대나무숲이기에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런트립이다. 계절이 바뀌는 이 시기, 이곳은 리프레시(Refresh)가 필요한 당신에게 분명히 필요한 런트립 명소이다. 태화강의 십리대밭은 후각, 시각, 청각 등 온갖 매력을 발산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가는 코스 : 대화강대공원 오산못 방향 십리대숲 ~ 십리대밭교 ~ 번영교 (3.67km)
오는 코스 : 번영교 ~ 태화루 사거리 ~ 태화강대공원 대나무 광장 (3.42km) 총 약 7km

추천 러닝 크루 : URC (@urc_official)
네이버 카페를 통해 운영되며 지인 초대 우선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 가능)
- 하절기(3월~11월) : 매주 수요일 20.00
- 동절기(12월~2월) : 매주 일요일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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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니 2018-05-04 00:20:20
7km 거리라면 달리기 초심자들도 부담없이 달릴 수 있는 코스네요~ 짧지만 알찬 코스 꼭 한번 달려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에요. 잘 읽고 갑니다! ^^

문진수 2018-03-09 07:52:42
꼭 한 번 울산으로 가서 달리고 싶네요~~!!!!

서대원 2018-03-09 04:09:21
울산의 명소 태화강을 너무 잘 소개 해주셨네요

이철원 2018-03-08 19:25:58
제가 가보지 않았어도 가본듯한 생생한 글 잘봤습니다 :)

김봉근 2018-03-08 17:00:25
자주 뛰는 러닝 코스지만 매번 기분 좋은 곳!! 정은이 런트립 멋지다 좋은 곳 많이 소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