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씻고 말려주는 빨래 같은 뮤지컬
마음을 씻고 말려주는 빨래 같은 뮤지컬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8.02.0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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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리뷰

뮤지컬 빨래는 2005년 첫 선을 보인 이후 10년 넘게 꾸준히 관객과 평단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일본, 중국에 라이선스 진출한 작품이다. 제11회 한국뮤지컬 대상 작사, 극본상 수상,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극본상, 작사·작곡상 수상, 2017년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예그린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줄거리는 서울이라는 공간의 달동네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꿈을 안고 상경한 나영, 몽골 청년 솔롱고, 필리핀 청년, 그리고 주인 집 할머니와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희정 엄마 등이 등장인물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가득한 무대, 사는 배경은 달동네지만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다 씩씩하고 밝은 모습이다. 하지만 저마다 말 못할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임금 착취와 과로한 업무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 작가 되고 싶은 꿈이 있지만 현실은 유니폼을 입고 감정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서점 직원,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딸을 부양해야 하는 주인집 할머니, 자식을 두고 나와 혼자 살고 있는 희정 엄마다.

어느 하나 환경이 편한 사람이 없고 어쩌면 보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면서 살아온 이야기인데 신기하게도 공연을 감상하는 내내 입가에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찡그리지 않고 꿈을 갖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밝고 씩씩한 모습 덕분인 거 같다.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와 가사도 인상적이다.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뮤지컬 빨래가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법. 하지만 빨래를 하듯이, 일상적인 매개체를 통해 하루하루 힘내서 살자는 따뜻한 에너지를 전해준다.

뮤지컬 빨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상경한 이민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공감하기가 더 쉽다. 누군가의 말처럼 서울은 이민자들의 도시이다. 서울을 고향으로 한 사람보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도시가 서울이다.

고향을 떠나 희망을 갖고 서울로 왔던 사람이라면 똑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치적 입장이나 환경에 따라 공감하지 못할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경우 이민자라는 범주에 넣어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는 사람도 제법 눈에 띄었다. “재미있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 옛날 생각도 나고”라는 중년 여성의 감상평이 귓가에 와서 들린다. 세대 장벽없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부모님과 함께 감상해도 좋겠다.

휴머니즘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줄거리는 배우들이 매끄럽고 찰진 연기와 호흡으로 메웠다. 관객을 무대로 진입시켜 참여를 유도하고, 억지스럽지 않은 극 전개가 이어져 약 2시간 30분가량 공연이 진행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공연 시간 16:00, 20:00(수), 20:00(목·금), 15:00, 19:00(토), 16:00(일)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4길 29 동양예술극장 (혜화동 163-24)
만 13세 이상
160분
가격 전석 5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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