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32 - 흔적 없는 백봉령 옛길 찾기
산골일기 32 - 흔적 없는 백봉령 옛길 찾기
  • 글,사진·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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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마루금을 내려서서 이어진 길의 흔적을 따라 앞서는 후배 홍성국 씨.
 
고운 빛의 햇살과 나뭇잎이 발걸음을 잡아끄는 10월도 중순을 넘어섰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이 산골에는 벌써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가을 내내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불편한 마음으로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던 산골 아낙의 옹색한 가을. 그 가는 가을이 아쉬워 주말인 어제는 하던 일을 멈추고 동해시와 정선군의 경계에 있는 백복령 옛 길을 찾기 위해 새벽밥 먹고 동네 후배 홍성국 씨와 길을 나섰습니다.

지난겨울 정선 사람들이 물동이를 지고 백복령을 올라 동해로 넘어 갔다는 그 길을 취재하러 온 서울의 모 잡지사 취재진과 함께 백복령 옛길을 물동이까지 지게에 지고 어제 동행했던 홍성국 씨와 함께 백복령 옛길을 찾아 갔더랬습니다.

그때 옛길이 잘 복원되어 있는 동해시 쪽 사정과는 달리 정선 쪽은 길도 복원 되어 있지 않고 길에 대한 확실한 자료도 없어 홍성국 씨와 저는 그야말로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덮인 숲속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한나절을 옛길을 찾아 헤매며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 백두대간 마루금 위 조망이 좋은 곳에 설치된 간이 의자. 대간을 종주하는 사람 몇이나 저 의자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 갈까요.
 
그래서 그 고생이 생각나 어제는 백두대간 마루금 위에 있는 동해 쪽 출발선 반대편으로 내려가며 정확한 옛길을 찾아보려고 코스를 정하고 산림청에서 출간한 백두대간 옛길 복원 탐사 보고서까지 한권 챙겨 들고 이정도면 만반의 준비라고 생각하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단풍 빛이 고운 백두대간 마루금을 여유롭게 걸으며 지난번 동해시 쪽의 옛길이 시작 되는 곳, 그러니까 백복령 옛길의 정상 부분에 서서 정말 사방을 제대로 살피며 정선 쪽 옛길이라고 생각 되는 부분으로 길을 내려섰습니다.

‘갈 고개’라고 불리던 백복령 옛길은 옛 정선사람들이 소금을 구하기 위해 동해시 쪽으로 넘어 가던 아주 중요한 길이었다는데 “여긴가? 저긴가?” 하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에만 의존할 뿐이었습니다. 또 정확한 자료가 나와 있지 않고 저희가 가지고 간 보고서도 믿을 만한 자료는 아니었습니다.

옛길을 찾아 나선 후배 홍성국 씨와 함께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내려오기를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역시 우리가 정확히 짚고 내려 왔다고 생각하던 길은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고 그 길의 끝은 다시 백복령 도로.

▲ 길의 흔적이 희미해지며 숲을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당최 옛길이 어디인지….
 
분명 제대로 찬찬히 길만 따라 내려 왔는데 어디서 잘 못 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후퇴! 우리가 내려온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반복하기를 다시 30여분. 자동차 바퀴 자국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길을 발견 지금까지 내려온 길과 이어서 내려가다 보니 이게 웬일. 난데없이 나타나는 무밭, 그리고 당최 어디로 내려섰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

분명 제대로 내려 왔다고 생각했지만 지난겨울 답사를 시작했던 지점도 아니고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내려와 사방을 둘러보자니 지난겨울 산행을 시작했던 곳은 능선 하나를 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당최 어디서 잘못된 건지 다시 마을에 와서 만나는 분들께 여쭤 보았지만 우리가 내려선 곳이 백복령 옛길이 맞다는 대답도 있고 모른다는 대답도 있고 참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 길의 끝에 만난 무우 밭. 저 무우 밭의 오른쪽 끝으로 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답사는 일단 스톱. 단풍빛 고운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어 본 걸로 만족하고 보다 많은 자료를 챙기고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서 다음에 다시 백복령 옛길을 다시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 다음에 백복령 옛길을 찾아간 이야기를 한번 더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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