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두 여자의 깨방정 산행일기1
사고뭉치 두 여자의 깨방정 산행일기1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8.01.26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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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사~정상~당골 광장 코스 하이킹…초보 하이커 탈출기

단아한 외모 속에 깨방정을 숨긴 편집 디자이너 나라씨와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향한 태백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사고뭉치 막내들의 깨방정 태백산 산행일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태백산 천왕단 앞에서 짐을 챙겨주는 아웃도어글로벌 디자이나 신나라씨

우리 태백산 갈까?
아웃도어글로벌에 막 입사한 디자인팀 나라씨가 한라산에 다녀왔다고 한다. 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녀가 한라산이라니. 그것도 정상을 찍고 왔다니. 순간 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녀와 함께 겨울 산에 가자. 마침 새해도 밝았으니 태백산 정상에서 좋은 기를 받자고 꼬셔야지.

나라씨, 우리 태백산 갈까요?
순간 사무실 분위기는 얼음. “사고뭉치들이 어디를 가.” “겨울 산 위험해. 걱정 된다” 선배들의 조언이 시작되지만 에디터는 이미 코스 구상을 마쳤다. “선배, 유일사에서 정상 찍고 당골로 내려올게요.”

천제단 앞에서 뛰어내리는 두 여자

막내의 당찬 포부에 장비를 챙겨주는 선배들. 따뜻한 옷에 안전한 중등산화, 아이젠과 스틱을 구비하라고 단단히 일러준다. 하지만 20대 두 여자에겐 뭣보다 디자인이 중요하다. 선배의 못 미더워하는 눈빛이 느껴지지만, 예쁜 디자인을 찾아 무한 검색을 해대는 막내들.

일주일간 초록창을 뒤진 결과 기능성과 디자인을 고루 갖춘 장비를 찾았다. 백팩, 중등산화, 아이젠, 스틱, 장갑, 헤드랜턴, 보온병이다.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에서 스토브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 그래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레토르트 식품을 준비했다. 정상에서 맛볼 뜨거운 국물 맛에 벌써부터 설렌다.

태백산
2016년~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
전체면적 70.052㎢
높이 1566.7m
주요 봉우리 영봉(1560m), 장군봉(1567m), 문수봉(1517m), 부쇠봉(1546m)
문화유적 천제단
유일사 매표소 앞에서 태백산 정복을 외치는 두 여자

“가즈아, 태백산!”
출발 당일 아침 기온 영상 3도. “오늘은 영상의 날씨로 포근하겠습니다.” 기상캐스터의 들뜬 목소리와 에디터의 기분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상반됐다. 새하얀 태백산을 기대했는데, ‘상고대는 고사하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을까’ 걱정이 앞섰다. 우리 산행 이대로 괜찮을까?

오늘의 코스는 유일사 매표소~천제단~당골 광장으로 총 7.5km, 왕복 5시간이 걸린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선뜻 응해준 나라씨는 태백산 초입부터 한라산 백록담이 멋있다는 둥, 백록담을 봐야 한국인이라는 둥 한라산 예찬론을 펼친다. 억지로 데려왔다는 죄책감에 나라씨 눈치를 살피던 참이었는데 이제 눈치 보기는 그만해야겠다.

주목 군락지에서 실실 웃고 있는 두 여자
눈싸움에서 진 나라 씨

이제 입사 3개월 차인데 다닐 만하세요?

네. 팀장님이랑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 적응해 나가고 있어요. 신영씨는 입사 6개월 차죠? 저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에디터들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글 쓰는 거 어렵죠. 제가 아직 글쓰기는 이렇다고 할 재간이 안 되죠. 선배들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요. 그래도 전 일이 재미있어요. 운동 좋아하고 등산 좋아하는 제겐 최고죠. 에디터 생활하면서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닐 수 있잖아요.
유일사 도착하려면 아직도 1km나 가야 하는 데 조금 힘이 드네요. 은근히 경사가 져서 숨이 차요. 스틱을 갖고 와서 다행이지 없었더라면 벌써 몇 번이고 쉬었을 거예요. 유일사 매표소에서 유일사 쉼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죠?
2.3km 정도요. 1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잠깐 쉬었다 갈까요?
좋아요.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줄줄 새네요. 휴지도 없는데 어떡하지.
그냥 손에다 풀고 눈에 닦아요. 어차피 볼 사람도 없어요.
(팽)악, 더러워. 안 봤죠? 보지 마요. 더러워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두 여자

크크크킄, 그럴수도 있죠. 전 한참 전부터 그렇게 풀고 있었어요. 커피 한잔하세요. 집에서 타온 다방 커피랍니다. 달달한 게 별미죠.
헐 맛있어요.
이 정도의 센스는 갖춰야 에디터라고 할 수 있죠. 훗
건배나 해요.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이고 다시 유일사 쉼터로 향했다. 두 살 차이 두 여자의(에디터가 더 어림) 수다가 깊어질수록 사진기자의 손은 빠르게 움직인다. 연애, 미래, 일상 이야기로 20대 여자들의 대화가 태백산에 퍼졌다.

아이젠을 벗는 나라 씨

유일사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길에서 나라씨가 계속 뒤처졌다. 절뚝거리는 나라씨의 발을 보자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씨, 괜찮아요?
아이젠이 꽉 조여서 발뒤꿈치에 물집 잡혔어요.
그럼 아이젠 벗고 올라가요.
네. 그런데 신영씨 가방이 삐뚤어요. 끈 조절을 잘 못 했나? 아닌데 끈은 괜찮은데.
아, 제가 허리가 골반이랑 많이 뒤틀어졌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가방을 메도 오른쪽으로 기울어요. 오랫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운동을 해 와서 뼈가 굳었대요. 계속 골반운동 해줘야 하는데 행동하기 어렵죠.
저는 감기, 신영씨는 허리 통증. 오늘 우리 날 제대로 잡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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