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트 요리츠마 "밀리컨은 여행자를 위한 배낭"
요리트 요리츠마 "밀리컨은 여행자를 위한 배낭"
  • 임효진 기자 | 사진제공 넬슨스포츠
  • 승인 2018.01.2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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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컨 대표 인터뷰… 브랜드 스토리와 경영에 관한 이야기

영국에서 온 친환경 가방 브랜드 밀리컨. 여행자를 위한 배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환경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젊은 브랜드다.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밀리컨의 브랜드 스토리와 대표 인터뷰, 제품 라인업 등을 세세하게 파헤쳐봤다. <편집자 주>

<브랜드 창립>
브랜드 론칭에 관한 이야기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밀리컨 달튼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처음에 밀리컨 달튼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10년 전쯤 이었을 거예요.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위해 사전 조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밀리컨 달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죠. 이전에 그가 살았던 보로데일 밸리Borrowdale Valley의 동굴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된 건 영국에서 가장 큰 아웃도어 전문샵 중 하나인 조지 피셔George Fisher에서 달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단숨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어요. 그 속에는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척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거든요. 달튼은 그의 삶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과 모험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도록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것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열정이기도 했으며, 자신을 ‘모험학 교수’(Professor of Adventure)라고 불렀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밀리컨 달튼은 한국인들에게 아직 생소한 인물입니다. 밀리컨 달튼에 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밀리컨 달튼은 1867년 퀘이커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20대 시절 런던으로 이주해 보험사 직원으로 일했죠. 당시 밀리컨은 하이킹, 클라이밍, 사이클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즐겼는데, 특히 사이클이나 사이클 캠핑은 당시로선 최신 아웃도어 활동이었어요. 이집트 목화로 직접 텐트를 만들어 사이클 모험을 할 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1900년대 초, 그는 런던의 삶을 뒤로 한 채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처음에는 보로데일 밸리에 텐트를 치고 살았고, 이후에는 그가 ‘동굴 호텔’이라 불렀던 한 동굴에 들어갑니다. 이때부터 이미 그는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실천하고 있었어요. 먹을거리를 자연에서 채집하고, 옷, 침낭, 가방, 식기 등 대부분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죠.

또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초창기 산악 가이드이기도 했습니다. 원정대를 이끌고 알프스로 떠나기도 했는데, 당시로선 대단한 도전이었어요. 그의 등반은 단 한 번도 어떤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더디 가더라도 항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아웃도어에서 시간을 보내고 영감을 얻는지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했죠.

겨울에는 종종 런던 동북 쪽의 에핑 숲(Epping Forest)으로 내려와 아주 허름한 나무 헛간을 지어 살았죠. 겨울이 끝날 무렵에는 자전거를 타고 ‘동굴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947년, 79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죠.

그의 모든 이야기를 읽을수록 그리고 그의 남은 가족과 얘기를 나눌수록 분명해졌습니다. 밀리컨 달튼은 ‘친환경적인 삶’이란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단순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친환경적인 삶을 살았던 시대의 이단아(maverick)였죠.

밀리컨 브랜드를 공동 창업한 부인 니키 씨와 여행 중에 만나 2년간 함께 여행하며 부부의 연을 맺었는데요. 두 분은 어떤 여행 방법을 즐기시나요?
1990년대 초 백패킹 여행 중 우연히 니키를 만났어요. 저는 편도 항공권만 사서 에콰도르로 갔었고, 1년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한 뒤 호주에 정착할 계획이었습니다. 반면 니키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해 남미 전체를 여행하려 했죠. 그러다 우리 둘은 에콰도르 남부의 세계 장수 마을로 유명한 빌카밤바에서 만났어요.

우리는 함께 남미와 아시아 일부 지역을 여행한 뒤 호주에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2년 동안 함께 여행한 뒤, 계획을 바꿔 유럽으로 돌아가 함께 인생의 다음 챕터를 써 나가기로 했죠. 니키와 저는 둘 다 정통 백패킹 방식의 여행을 선호합니다. 때론 걷고, 때론 버스나 기차, 비행기, 자동차 등을 타고 다니며 새로운 친구와 추억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죠.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어떻게 알게 됐고 이곳으로 이주를 결심했나요?
여행을 마치고 유럽으로 돌아온 뒤 니키와 저는 잉글랜드 이스트 미드랜드의 노팅엄이란 도시에 정착했습니다. 이후 결혼도 하고 딸을 낳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죠. 그러다 영국 북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몇 번 휴가를 보냈는데, 갈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그곳엔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죠.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었어요.

우리 둘 다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딸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우리의 아웃도어 모험을 위한 가장 완벽한 놀이터이기도 했죠. 1999년 우리는 다시 가방을 싸서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향했고, 이후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 배낭 >
어떻게 배낭을 만들게 된 건가요?

밀리컨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에도 저는 패션 업계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점점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주목받던 시기였죠. 물론 저는 패션 업계의 창의성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점차 근시안적이고, 유행만을 좇는 제품과 비즈니스 방식에 거부감이 들었죠.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패스트 패션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손으로 직접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고, 더 자연적이며,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하기로 한 거죠. 나아가 브랜드와 관계없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원했습니다.

특히 저는 항상 빈티지 여행 가방에 매력을 느껴왔어요. 굉장히 실용적이면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가방이거든요. 또한 가방은 여행에 친구가 되어 주고, 여행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담아줄 뿐 아니라 변함없이 늘 곁을 지켜주는 존재죠.

제품 디자인을 위한 영감을 찾고 있을 때 밀리컨 달튼이 자신은 물론 가이드 손님들을 위해 럭색 가방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새로운 브랜드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마침내 발견했다고 생각했죠.

배낭의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우리 가방의 핵심은 초창기부터 사용했던 유기농 면,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친환경적 소재입니다. 또한 몇몇 제품에는 자연원료 가공 가죽(vegetable tanned leather)과 지역특산 울 소재가 채택됐죠.

매버릭 컬렉션을 처음 개발할 때, 우리는 미국 소재 파트너사와 함께 바이오닉® 캔버스를 개발했습니다. 면 38%, 플라스틱 재활용 폴리에스터 56%, 고강도 폴리에스터 5%로 구성되어 내구성이 아주 우수하고, 발수∙방풍력을 갖춘 소재죠. 이 소재로 밀리컨 매버릭 컬렉션은 최소한의 패널만 사용하면서도 극대화된 내구성과 기후대응력을 갖게 됐습니다.

배낭 개발 과정,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밀리컨의 모든 가방에 붙은 이름은 사실 제 친구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2008년 작은 동네 펍pub에서 시작된 이야기인데요. 12명의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은 뒤 처음 만든 밀리컨 가방 샘플을 보여주며 각자의 생각을 물어봤어요. 모두 지금까지 밀리컨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마니아인 친구들이죠. 재밌는 사실은 각자 제일 마음에 드는 가방이 모두 달랐다는 거예요! 여기서 착안해 각 가방에 친구들의 이름을 붙였죠. 모든 밀리컨 가방에 조금씩 서로 다른 개성이 투영된 셈입니다.

밀리컨은 크게 오리지널 컬렉션과 매버릭 컬렉션이 있는데요. 각각 어떤 사용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나요?
오리지널 컬렉션과 매버릭 컬렉션은 굉장히 다양한 범주의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컬렉션은 우리가 사는 영국 전원마을에 어울리는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돼 클래식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 안에는 현대적인 기능성과 친환경적 성격까지 담겨 있죠. 덕분에 영국 고급 백화점인 셀프리지스Selfrigdes부터 영국 왕실에 낚시 장비를 공급하는 파로우스 런던Farlows London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매버릭 컬렉션과 한정판 블랭크 캔버스 프로젝트는 3년 전에 처음 선을 보였죠. 두 컬렉션 모두 우수한 기능성과 미니멀한 디자인, 가벼운 무게가 특징입니다. 좀 더 창의적인 느낌을 줘 젊은 세대가 좋아하죠. 물론 3가지 컬렉션 사이에 오버랩 되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요.

한국인들에게 여행은 최대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곳을 동경하고 그곳에 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여행이 더 보편적이죠. 새로운 여행 방법을 제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릴 때 항상 중요한 질문은 ‘이것도 필요하면 어쩌지?’란 거죠. 그래서 어떤 장비를 구매할 때는 그 활용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컨대 ‘이건 실제 어떤 상황들에서 두루 쓸 수 있을까?’를 고려해야 하는 거죠. 이런 접근법은 의류나 신발, 액세서리는 물론 가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하게 짐을 싸지 않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종종 집으로 돌아올 때 보면 여행 내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옷이나 장비가 있곤 하니까요. 신중한 소비가 여행 가방을 좀 더 가볍게 만들고, 나아가 여행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줍니다. ‘자유란 선택의 결핍(Freedom is lack of choice)’란 말이 딱 적절한 인용이 되겠네요.

<경영>
본사 직원은 몇 명이고, 밀리컨은 어떤 분들이 모여서 만드나요?
현재 밀리컨 본사에는 1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 배경, 관심사는 모두 다르지만, ‘아웃도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서로를 하나로 연결해주죠. 그래서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단체이기도 합니다.

밀리컨의 모든 창작물은 스키도 산Skiddaw Mountain 아래,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작은 농장에서 제작됩니다. 제품 제작관리나 고객 서비스도 마찬가지죠.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 공원은 우리의 놀이터이자, 모든 업무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사회적 책임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마케팅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어떻게 밀리컨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하는 일과 선택을 완전히 오픈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우리의 철학과 제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밀리컨 제품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죠.

창립 초창기부터 밀리컨은 소재부터 파트너사 선정, 회사 경영에 이르기까지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죠. 친환경적 태도는 하나의 스펙트럼입니다. 100% 완벽한 것은 이상적인 얘기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위한 과정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은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밀리컨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죠.

또한 소재 관련 인증에 대해서도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면은 OE100(미국 유기농교역협회의 오가닉공장인증), 재활용 소재는 GRS(글로벌 재활용 기준, Global Recycle Standard), 재활용 폴리에스터는 블루사인(Bluesign, 유럽 친환경 인증마크)의 인증을 받았죠.

밀리컨은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친환경’이란 모토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설교가 아니라, 영감을 주기 위한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이죠. 우리의 제품 제작에 있어 우선순위는 올바른 수준의 기능성-품질-디자인-친환경 순입니다.

상업 브랜드로서 친환경 모토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상업성과 브랜드 철학, 이 틈에서 오는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상업적인 선택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선택에도 많은 어려움이 수반되죠.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특정 소재 외에도 대안이 되는 수많은 친환경적 소재가 있거든요. 하지만 비용이나 활용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절한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덜 친환경적인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상황에도 우리는 솔직하게 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소재 공급사들과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는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밀리컨은 현재 배낭 위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배낭 전문 브랜드로 정체성을 유지할 계획인가요. 혹시 다른 제품군을 개발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처음 글로벌 브랜드로서 우리의 회사를 설립하자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Use Less, Be More’ 철학에 맞는다면 어떤 제품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철학은 근본적으로 우리 브랜드의 핵심이자, 각 구성원이 가진 열정과 꿈의 핵심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고요. 중요한 건 창의성입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죠.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회적 흐름이 우리 자신과 브랜드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으나, 단기간의 패션 트렌드나 유행은 지금도, 앞으로도 추구하지 않을 겁니다.

올해 새로운 계획이 있나요? 향후 방향성은?
향후 몇 년 동안 야심 차게 진행할 새로운 프로젝트가 많이 있습니다. 우선 올해는 매버릭 컬렉션에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고요. 여름 늦더위가 가실 때쯤 블랭크 캔버스의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신제품과 별개로 몇몇 재미있는 마케팅 콜라보레이션도 전개할 계획이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지에서 밀리컨의 외연을 확장할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2번째 여행 이벤트를 개최하고,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시리즈물인 의미있는 여행(Meaningful Journey)의 새로운 영상도 선보일 계획이며, 본사 홈페이지에 더욱 자세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줄 것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며, 다가올 3년 간 전세계에서 우리 브랜드와 함께하는 커뮤니티와 비즈니스에 큰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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