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유카탄 반도 자전거 여행 2
멕시코 유카탄 반도 자전거 여행 2
  • 글 사진 이하늘 기자
  • 승인 2018.01.15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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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피라미드, 치첸이트사

피라미드라고 하면 흔히 이집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피라미드가 존재하는 곳이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이다. 멕시코 동부에 위치해 멕시코만 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유카탄 반도는 마야, 톨텍, 아스텍과 같은 여러 문명의 흥망성쇠가 있었던 곳으로 오늘날에는 그 유적지들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모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으로는 치첸이트사Chichen-itza를 꼽는다.

치첸이트사에 가기 위해 180번 도로를 달리던 중 점심을 먹기 위해 마을에 들렀다. 멕시코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은 단연 타코다. 타코는 볶은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을 밀가루나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 또르띠아에 얹어 멕시코 특유의 소스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떡볶이를 포장마차, 일반 식당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멕시코에서는 타코를 일반 식당은 물론 고급 음식점, 노점상에서 아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동시에 지역마다 특색 있는 타코가 있어 ‘타코 여행’을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유카탄 반도 특유의 음식은 닭구이였는지 중간에 들린 마을에서는 타코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운해할 이유는 없었다. 구운 닭을 먹어도 사이드 메뉴로 채소와 소스, 또르띠야가 함께 제공되기에 우리 입맛에 맞춰 우리만의 타코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자전거 한 대가 오는 게 보였다. 무더운 날씨와 뜨거운 햇볕이 더웠는지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타던 그는 브라질 출신의 친구였다. 브라질에서 출발해 2년째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고 우선 미국 알래스카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우리가 치첸이트사에 갈 거라고 하자 그는 우리에게 아침 일찍 가라고 조언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이 치첸이트사를 방문하다 보니 늦게 가면 사람 구경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친구의 조언을 잘 새겨듣고 우리는 치첸이트사 근처에서 야영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

개장시간에 맞춰 치첸이트사에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있었다. 자전거를 세울 데도 마땅치 않았다. 난감해하고 있는 우리를 본 주차 요원 아저씨의 도움으로 기둥 하나를 찾아 자전거를 주차했다.

치첸이트사는 마야문명과 톨텍 문명이 섞여 있는 유일한 유적지로 당시의 뛰어난 예술성과 높은 과학 수준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초반에 마주할 수 있는 엘 카스티요el castillo 피라미드, 일명 쿠쿨칸 피라미드는 그 명성대로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크기에 압도당하고, ‘그 당시 이 높은 것을 어떻게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지면에서 정상까지 45도 각도로 동서남북 4개 면에 돌계단 91개가 있는데, 그 숫자를 합하면 364개이고 정상의 쿠쿨칸 신전까지 합하면 365개로 1년, 365일과 맞닿아 있다.

또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에는 피라미드 계단에 특유의 그림자가 형성되게끔 설계해 당시 마야인은 이미 해와 달의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이 뿐만 아니라 치첸이트사 내에는 마야인이 천문관측을 하던 거대한 천문대 건물도 남아있어 그들이 수학과 천문학 지식수준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당시의 생활 모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게끔 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라 하면 보통 푸른 카리브해, 그 곳의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호텔, 렌트카 등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년 반이 넘게 신혼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그 대신 텐트를 이용한 캠핑과 두 바퀴의 자전거를 이용했다. 조금은 소박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유카탄 반도의 모든 경험이 우리 삶에서 오랫동안 반짝이기를 바라며. See you on the trail.






멕시코 유카탄 반도 자전거 여행 Q&A
멕시코 유카탄 반도를 자전거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180번 도로를 이용하면 좋다. 180번 도로는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Cancun에서 유카탄 반도의 서쪽인 메리다Merida를 잇는 도로로 워낙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멕시코의 다른 지역보다 도로정비가 잘 돼 있는 느낌이다. 다만 슈퍼나 식당 같은 시설이 있는 마을을 만날 기회가 적다. 마을을 만날 때마다 미리 간식이나 식수를 준비하면 좋다.

  • 비자를 받아야 하나요?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무비자 협정이 체결돼 있어 무비자로 6개월(180일) 동안 체류 및 여행할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여행자 세금(Tourist-fee)이 금액에 포함돼 있지만, 육로나 해상을 이용해 입국한다면 여행자 세금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육로를 이용해 멕시코에서 타국으로 국경을 넘어가는 경우, 간혹 여행자 세금을 또 지급하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를 대비해 입국 비행기 티켓 혹은 여행자 세금 영수증을 보관해두면 좋다.

  • 날씨는 어떤가요?
    연평균 기온이 27도로 1년 내내 무더운 편이다. 게다가 햇볕이 무척이나 뜨거워 더욱 덥게 느껴진다. 반면 5~10월은 우기라 비가 잦다.

  • 자전거는 비행기로 어떻게 가져가나요?
    자전거를 항공 수화물로 부칠 경우, 자전거 박스나 자전거 캐리어를 이용하면 된다. 멕시코 현지에서 귀국할 때 자전거박스가 필요하면 자전거 판매업체에서 박스를 구매하거나 얻으면 된다. 항공사 규정에 따라 특수수화물로 분류되어 별도의 금액이 징수되는 경우도 있다.

  • 멕시코 현지에서 자전거 부품을 구할 수 있나요?
    여가 활동을 위한 자전거 문화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가 아니고서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전문샵을 만나기는 어렵다. 우리의 경우 대도시의 자전거 전문샵에서 패치, 타이어 튜브 등 소모품 등을 미리 여유분으로 구매해 길을 떠났다.

  • 멕시코 현지의 자전거 여행 환경은 어떤가요?
    한국 같은 자전거전용도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차량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갓길이 좁은 편이고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자전거 주행시 안전거리를 확보해주는 차량 운전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마주할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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