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셰프인 남자는 자전거를 타고 케냐에서 남아공으로 가던 길이었다. 여자는 반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남아공에서 케냐로 가던 길, 둘은 중간 지점인 잠비아에서 마주쳤다. 좀처럼 혼자 다니는 여행자를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에서 둘은 비슷한 서로의 모습이 친근했고, 상대가 궁금했다.
사진제공 서귀득 |
‘파바박’ 눈에서 불꽃이 튀면서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느냐고? 둘은 좋은 기억을 안고 각자 예정됐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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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친 남자는 집이 있는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여자도 이탈리아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둘은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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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득 씨와 루카 씨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부부. 여행에서 시작된 인연은 또 다른 여행으로 연결되고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난 둘은 함께 8개월간 오토바이로 남미를 여행했고, 지금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한국을 구석구석 탐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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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득
“10년 전 쯤 처음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카오산로드>라는 책을 읽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3개월간 밤잠을 이루지 못했죠. 인도에서 우연히 만난 이스라엘 사람이 ‘왜 동양 사람은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지 않느냐’는 말에 발끈해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없는데요. (웃음) 그 뒤로 인도, 네팔, 러시아를 오토바이로 여행했어요. 그쯤 되니까 더 이상 여행이 새롭지가 않았어요. 저는 여전히 여행을 좋아했지만 좀 더 새로운 여행이 하고 싶었죠. 그렇게 해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아프리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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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득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디즈니코리아에서 온라인 마케터로 근무했다. 그리고 찾아온 ‘번아웃증후군’. 사회생활 스트레스로 자신을 거의 다 소진했을 때쯤 도망치듯이 친구가 있는 유럽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스웨덴, 스페인이었다. 하지만 정돈된 길거리와 완벽한 서비스, 잠깐씩 머무는 여행자들과 나누는 대화는 어딘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더 도전적이고 다이내믹한 일상이 필요했다. 인생을 느끼고 자연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최적의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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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저는 인터내셔널 요리를 하는 이탈리안 셰프예요. 스페인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해변이 보이는 아파트, 차가 있는 안락한 삶을 살았죠. 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삶을 지탱할 힘을 잃었어요. 한 겨울이었는데 무작정 사표를 내고 자전거를 사서 유럽 곳곳을 여행했어요. 여행하다보니 새로운 곳에 호기심이 생겼고, 아프리카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TV에서 봐왔던 아프리카는 힘들고,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인 곳이었죠. 정말 그런 곳인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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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본 아프리카는 생각했던 것처럼 위험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좋았다. 가진 것이 적었지만 베풀 줄 알았고 어디서도 듣고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줬다. 사람들은 하얀 피부의 그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맞았고, 자신들의 집이나 마을의 공터를 내어주며 쉴 곳을 마련해줬다. 루카 씨도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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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득
“루카는 처음 만났을 때는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내고 보니 마음이 더 예쁜 친구였어요. 대부분 자신이 힐링하려고 여행을 하잖아요. 그런데 루카는 타인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그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아이들이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없이 지내는 걸 봤죠. 그때부터 매일 지나는 마을에 들렀어요. 항상 빵과 잼을 준비해서 들고 다니며 나눠 주기 시작했어요. 또 화덕을 만들어서 빵을 구워주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그네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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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슈가케인 프로젝트Sugarcane project다. 먹을 게 없어 사탕수수만 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의 아이디어다. 이 여행 방법은 사실 루카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을 치료하는 데 가장 강력한 치료제가 됐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화덕과 그네를 만들어 주면서 더 깊이 교감했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려 ‘살았’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낯선 문화와 어울려 살아보는 그들의 여행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달 한국에 귀국한 부부는 새로운 모험 여행을 도전하고 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인라인 스케이트 여행이다. 9월 18일 서울 한강에서 출발했다.
“저희는 도전하는 여행을 즐겨요. 한국에서는 어떤 수단으로 여행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웃도어 전용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여행하기로 했어요. 친환경적이고 자전거보다도 느려서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제는 제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웃음)
또 인라인은 작은 다운힐과 업힐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한국은 산이 많은 지형이라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한 경험으로 잘 헤쳐 나가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오토바이 여행도 쉽지는 않았어요. 남미에서 여행할 때 죽을 만큼 아팠던 적도 있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 어떤 기억보다 강하게 와 닿아요. 그게 아마 우리가 계속 여행을 하는 이유일 거예요.”
조만간 유명해질듯ㅎ
기사 잘 봤습니다 항상 멋지고 행복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