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오늘도…대관령 치유의 숲
수고했어, 오늘도…대관령 치유의 숲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팀장
  • 승인 2017.06.1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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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나를 돌아보는 여름 휴가 특집 1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치유의 숲. 치유의 숲에서는 숲에 존재하는 음이온, 햇빛, 경관, 피톤치드, 온도, 먹거리, 습도, 소리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몸과 정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활동을 한다.

자연의 소리와 참 잘 어울리는 오카리나 연주.

2017년 현재 산림청에서 전국에 10개를 운영 중이고, 30개를 더 조성할 예정이다. 그중 올해부터 정식 운영 중인 대관령 치유의 숲을 가족과 함께 찾았다.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를 함께 돌보며 나의 워킹맘 라이프를 도와주는 남편과 바쁜 엄마, 아빠를 이해라도 하는 듯 남의 손에서도 잘 커 주고 있는 아기가 주인공이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참여하면 평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아침 먹고 출발해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로 분주한 고속도로와 선자령을 지나 미리 예약해 놓은 대관령 치유의 숲에 도착했다.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기계로 나의 심리와 몸 상태를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율신경계 조화와 스트레스 지수, 저항도를 측정해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산림치유지도사와 상의해 몸에 맞는 코스로 이동한다.

결과지를 받아든 마음이 올해의 운세를 보기 전처럼 두근거린다. 다행히 나는 긴장 상태를 나타내는 교감 신경과 차분한 마음이 들 때 나타나는 부교감 신경의 조화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검사지를 확인한 산림치유사는 이런 수치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며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교감 신경은 거의 최고점을 향해 있었고, 부교감 신경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일전에 메르스와 세월호 사고를 수습했던 소방관을 대상으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소방관의 자율 신경 수치가 남편과 비슷했다고 했다.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고 결과를 같이 보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쉽사리 물어보지 못하는 전영순 산림치유지도사를 대신해 남편의 직업이 소방관이라는 걸 말해줬다. 그러자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여기 오길 아주 잘했다고 말했다. 빈틈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남편의 성격상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더 많을 수 있겠다고 짐작은 했는데 수치로 확인하니 눈앞이 잠깐 아득해졌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남편은 더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었던 걸까.

숲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중

자율 신경 측정에서 진단이 끝나 버렸으면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내 남편 걱정에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다행히 뒷장의 스트레스 저항도를 보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피로도는 높지 않고, 스트레스 저항도는 나름 높게 나왔다. “일을 많이 안 했나 봐요. 더 해도 되겠어요”라는 전영순 산림치유지도사의 농담으로 경직됐던 분위기에 산들바람이 불었다.

흙을 밟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와 함께 갔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숲의 얼굴
대관령 치유의 숲길은 치유데크로드를 비롯해 솔향기 치유 숲길, 도전 숲길, 물소리 숲길, 소나무 숲길, 오봉산 숲길, 치유마루길로 나뉘어 있다. 우리는 정신 건강과 체력이 제법 괜찮다는 판단하에 계단 길이 아닌 흙을 밟을 수 있는 솔향기 치유 숲길을 걷기로 했다.

숲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일깨워주는 산림치유지도사.

숲에서는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으므로 물병과 요가 매트만 챙겼다. 입구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 후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걷기 명상으로 이 시간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다. 일행과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동안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은 잘 위로했지만,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있었는지,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나를 얼마나 격려했는지 돌아보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 치유지도사는 몸 안에 있는 스트레스와 화, 슬픔은 발아래 꼭꼭 눌러 땅 밑으로 흘려보내고, 수억 년의 시간과 기운이 저장된 흙의 기운은 몸 안으로 끌어올리는 느낌으로 천천히 걸으라고 했다.

산초 잎을 떼서 눈 밑에 붙이면 귀찮게 눈 앞을 왔다갔다하는 날파리를 쫓을 수 있다.

몇 발자국 내디뎠을 뿐인데 마음이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갔을 땐 느낄 수 없던 감정이었다. 자연이 가진 환경 요소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무엇이 다른지 찬찬히 생각해봤다. 등산할 때는 꼭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어느 정도는 올라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함께 간 일행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애쓰느라 나만의 발걸음과 호흡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해가 지기 전에,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어디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늘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기 일쑤였다. 이날 치유의 숲에서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나무가, 바람이 가만히 나에게로 와서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무 씨앗이 든 통을 흔들어 같이 소리가 나는 통을 맞추는 게임이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전영순 지도사는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던 숲이 가진 얼굴을 자세히 보는 법을 알려줬다. 잎을 다 떨구고 마른 가지를 하고 서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30년 된 고사목이란다. 인간의 관점으로 보자면 생명이 끝난 죽은 나무일 게다. 하지만 30년간 꽃이나 잎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나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나무 기둥에는 새하얀 버섯이 가득 붙어 있었다. 곳곳에 이끼도 자라고 있는 게 보였다. 고사목이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서식처가 되고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쓰러진 후에는 곤충들의 포근한 안식처가 돼줄 터이고, 완전히 분해돼서 흙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새와 나무, 곤충의 훌륭한 자양분이 돼 줄 것이다. 탄생과 소멸은 자연의 훌륭한 이치. 인간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삶도 자연처럼 누군가와 연결돼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소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연의 힘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주먹 박수, 손목 박수를 하면서 흥을 돋웠다.



자연이 들려주는 숲 속 연주회
지나는 길목 곳곳에는 한 명 혹은 두 명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데크가 있었다. 누워도 되고, 앉아서 명상해도 된다. 가장 큰 데크가 있는 솔향기 터를 앞두고 전영순 지도사가 숲속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오카리나로 연주하는 ‘홀로 아리랑’이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대체 요법으로 활용됐던 아로마 오일 마사지.

아름다운 가사를 마음으로 되뇌며 눈을 감고 그녀의 연주에 귀 기울였다.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합주처럼 어울렸고, 그 어떤 연주보다 감동적이었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딘가 걸터앉아서 한참동안 연주를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독학으로 연습해서 아직 한 곡 밖에 못한다는 지도사의 말에 더는 부탁을 할 수가 없어 아쉬운 발길을 옮겼다.

마지막 과정은 솔향기터에서 진행된다. 동요를 부르며 건강 박수 체조도 하고 씨앗이 부딪혀서 내는 소리를 맞추는 게임도 하면서 생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다음은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손 마사지 시간. 요가매트를 펴고 앉았다. 전영순 지도사는 만다린과 파인이라는 자연의 향기를 모아놓은 에센셜 오일을 코에 대주었고, 호호바 오일과 섞어서 천천히 손 마시지를 시작했다.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테라피는 의술이 발달하기 전부터 병을 치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고 한다. 즉석에서 배운 마사지 방법을 토대로 남편과 번갈아가며 마사지를 해주었다. 어설펐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살피듯이 정성스레 마사지하고 나니 말로 하지 못했던 마음이 전해지는 듯싶었다.

숲 한 가운데서 누워본 경험이 있던가. 편안하게 누워서 명상을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숲 치유 프로그램은 누워서 복식 호흡과 명상의 일종인 바디 스캔까지 하고 나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두 시간여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어쩐지 몸과 마음이 더 가뿐한 기분이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전영순 지도사는 멀리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오늘 체험한 프로그램을 잘 익혔다가 집 가까운 숲에 가서 하면 거기가 곧 치유의 숲이라고 했다. 잘 익혀두었다가 다시 집 가까운 숲으로 물병과 요가매트를 챙겨서 가보아야겠다.

명상을 하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대관령 치유의 숲
대관령 치유의 숲은 숙박 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는 않으니 근처 휴양림이나 숙박 시설을 따로 이용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예약했을 경우에만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으니 예약은 필수!

운영 기간 : 4~11월(화~토요일, 법정공휴일 및 일, 월요일은 휴관)
운영 시간 : 오전 09시 30분~12시, 오후 13시 30분~16시
예약 방법 : 체험희망일로부터 10일 전까지 방문 또는 전화, 팩스로 신청
이용 요금 : 1인 1만원
연락처 : 033-642-8651~2
- 20인 이상 단체는 20% 할인, 36개월 미만 영아는 무료

산림 치유의 효과
산림 치유의 효과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증명이 됐다. 아토피·천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폐기능은 향상되고, 아토피 평가 지수는 낮아졌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감이 18.3에서 13점으로 감소했고 유방암 환자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자연살해세포 수(NK cell)가 284에서 394 증가했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도 한몫했다. 해양경찰청, 소방공무원은 외상후 스트레스 진단 점수가 감소했고, 임신부는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태아애착도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밖에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10주 동안 숲 속에서 운동을 실행한 결과, 성인병을 일으키는 중성 지방이 감소하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과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소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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