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터라켄 부럽지 않은 최고의 경치
스위스 인터라켄 부럽지 않은 최고의 경치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팀장
  • 승인 2017.06.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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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패러일번지,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을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패러글라이딩은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바람과 고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내려가면서 공기가 뒤섞이는 환절기, 즉 여름이 찾아오기 전인 5~6월이 체험하기에 가장 좋다. 호기심 충만, 다이내믹 스릴을 즐기는 기자가 제철(?)맞은 비행을 즐기러 패러글라이딩 메카, 충북 단양으로 갔다.

최고의 경치를 맛볼 수 있는 단양

고소공포증 있어도 괜찮아!
흔히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자도 높은 곳에 올라가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게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새처럼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패러글라이딩 타는 모습을 지켜보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을 법한 얼굴 근육까지 모두 사용해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패러글라이딩을 안 탈 수가 없었다.

더위도 식힐 겸 비행장 아래에 있는 ‘카페 산’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카페 앞마당과 실내에는 더러 사람이 있었다. 어린 아이, 부모님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카페의 평온한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온 가족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위해 온 사람도 여럿이 있었다.

친구와 휴가를 내고 당일치기로 단양 여행을 온 장수진 씨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는 “평소 놀이기구 타는 걸 좋아하는데, 패러글라이딩을 타면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왔다”며 “스릴 넘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안정감이 있고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험을 처음 했는데 신기했다.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 산'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패러글라이딩을 감상할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 후 누구보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던 심옥선 씨는 “언니랑 영월에 갔다가 시간이 나서 단양 여행을 왔는데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추천해줘서 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타보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고 정말 재미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꼭 한번쯤 해보았으면 좋겠다”며 추천했다.

아직도 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정말 즐거웠다는 말을 계속하며 강사와 농담을 주고받는 그녀를 보니 더욱 패러글라이딩이 궁금해졌다.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저 들이마시고 비행장으로 올라갔다.

비행 전 안전을 꼼꼼히 확인하는 파일럿.

새가 되어 날아보자, 익스트림 비행
기자가 체험하게 될 프로그램은 익스트림 2인 비행이다. 일반 비행보다 시간은 두 배 가량 길고, 새가 날듯이 좌우로 기울이며 내려오는 윙오버, 김연아 선수가 점프해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듯이 내려오는 스파이럴 기술이 적용돼 비행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는 코스다. 체험 비행은 강사와 함께 타는 2인 비행이 기본으로 이날 기자를 하늘에서 안전하게 지켜주고, 즐거운 비행을 책임질 강사는 15년 경력의 김광식 파일럿이다.

두 번 세 번 안전장치를 확인한다.

먼저 체구에 맞는 비행복을 입고 헬멧을 착용했다. 비행복은 착륙할 때 옷에 풀물이 드는 걸 방지하고, 하늘에서는 바람을 막아준다. 미처 선글라스를 준비 못했는데 김광식 강사가 멋진 선글라스도 구해다줬다. 처음부터 패러글라이딩 탈 계획을 하고 오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복장이 다 준비돼 있으니 어렵지 않게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가까이서 보면 엄청나게 큰 패러글라이딩 장비

안전벨트와 하늘에서 의자가 돼 줄 하네스를 착용한 후 다리 보호대도 꼼꼼하게 착용한다. 하네스가 제법 묵직해서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하네스에는 그 전에 보지 못했던 다리 벨트가 하나 더 달려 있었다. 안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패러일번지에서 자체적으로 부착했다고 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기 전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아무래도 안전인데 김광식 파일럿은 불안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안전 장비를 꼼꼼하게 챙겼다. 출발 직전에 귓전에 대고 큰 소리로 5단계 안전장치를 확인했다.
헬멧 이상 무! 가슴 끈 이상 무! 다리 벨트 이상 무! 양쪽 텐덤 바 이상 무!

멀리 동강과 남한강, 한반도 모양의 마을이 보인다.

강사는 혹시나 긴장했을지도 모를 기자를 위해 가벼운 농담을 던지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다음에는 차분히 절차를 설명했다. 먼저 허리를 펴고 정면을 보고 가벼운 조깅을 하듯이 달려가면 된다고 했다. 이륙할 때 주의사항은 땅이 끝나는 지점에서 점프하거나 주저앉지 않는 것. 강사를 온전히 믿고 앞을 보고 힘차게 내달리면 된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별로 두려울 건 없었다. 까짓 거 한번 해보지 뭐.

익스트림 비행을 하면 더 오랜 시간 비행을 즐기면서 짜릿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신호가 떨어지자 배운 대로 허리를 곧게 펴고 달렸다. 한 두발자국 걸었더니 패러 날개가 하늘 높이 펴지고 몸이 붕 뜨면서 뒤로 살짝 끌려갔다. 야호! 소리가 절로 나왔다. 흥분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자, 갑시다!” 강사의 구호에 힘차게 뛰었다. 마음은 뛰는 거지만 사실 안전장치가 무거워서 뜀박질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저 힘차게 뛴다는 느낌으로 앞으로 달려가면 어느새 몸은 공중에 붕~.

와, 드디어 하늘을 날았다. 발아래 아무 것도 없었지만 평온한 마음이 드는 신기한 경험이다. 강사가 엉덩이를 뒤쪽으로 밀어 넣으라고 했다. 엉덩이를 밀어 넣고 앉으니 의자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다시 한 번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왼편으로는 남한강이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영월로 가는 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 하늘에서 보면 한반도 모양을 한 마을이 보였다. 산과 강, 마을, 공기, 햇빛. 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하늘에서 듣는 바람 소리가 거대하게 느껴진다.

단연 국내 최고의 경치
요즘은 방송 프로그램마다 드론을 사용해서 공중에서 바라본 경치를 쉽게 감상할 수 있고, 높은 산이나 스카이라운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경치가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나는 왜 감동을 못 느끼지’라며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는데, 누군가가 세대론을 논했다. 자연 경관을 보고 감동을 받으려면 중년쯤 돼야 한다는 것.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패러글라이딩을 타면서 느꼈다. 그동안 내가 정말 아름다운 경관을 보지 못했던 거라고. 뒤로는 소백산, 앞으로는 금수산이 보이고, 양쪽에 강이 흐르며, 또 그 강 옆을 따라 자동차 광고에서 봤을 법한 길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발 아래로 보고 있자니 황홀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경치를 보고 감탄하는 게 얼마만인지. 패러를 타면서 봤던 단양의 경치는 단연 국내 최고의 절경이다. 단양이 패러글라이딩의 메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싶은 카페 산.

강사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에게 스위스 인터라켄을 다녀온 사람이 그곳 못지않다고 말한다고 알려줬다. 덧붙여서 남한강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인데, 정말 아름답다며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했다.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물들이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뒤덮은 광경도 멋지다는 말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와서 그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하늘에서 멀미날 수도 있어요
경치 감상만 해도 좋겠는데, 강사는 새처럼 나는 윙오버를 시도했다. 왼쪽으로 기울어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처음에는 무섭다고 꺅꺅 소리를 지르다가 심호흡을 크게 하고 새가 돼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새가 천천히 활강한다는 느낌으로 윙오버를 즐겼다. 바람의 기류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 몸이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유영하고 있었다.

공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하늘 위를 편안하게 떠다니는 모습.

이륙을 앞두고 이제는 빙글빙글 돌면서 하강하는 스파이럴을 시작한다는 강사의 말이 들린다. 윙오버보다 한 단계 더 스릴 넘치는 기술이다. 초당 20m씩 떨어지며 급강하한다. 통상 전투기 중력 가속도가 11~12G 정도 나온다고 할 때, 스파이럴은 최대 4~4.5G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이때부터는 공중에서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강사는 종종 멀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고,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괜찮다고 다독였다. 이 날은 평일이어서 여유가 있어 강사는 더 오래 태워주고 싶어 했지만 체험자의 컨디션을 생각해서 착륙하기로 결정했다.

착륙할 때는 발을 높이 들어야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착륙할 때도 약간의 주의 사항이 있다. 다리를 쭉 펴고 발을 높이 들어야 부상의 위험이 없기 때문에 강의 코칭에 따라 지상 10m 지점부터 다리를 죽 펴고 하늘 높이 들고 있으면 엉덩이부터 착지할 수 있다.

비행을 하고 영상 촬영을 하면 무료 음료교환권을 준다.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좀처럼 흥분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고프로 영상 촬영을 하고 무료로 받은 음료 교환권을 들고, 다시 ‘카페 산’으로 갔다. 커피를 시켜놓고 흘러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커다란 창밖으로 둥둥 떠다니는 패러글라이딩을 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다니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좋았던 곳을 만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곤 하는데, 여기도 그랬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와야겠다. 하늘을 둥둥 날면서 즐거워할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하다.

패러일번지
충북 단양군 가곡면 두산길 196-86
043-422-8190
평일 09:00~17:00
이용 금액 (1인 기준, 영상비 별도)
일반 비행 : 주중 비행(월~목) 6만원
주말 비행(금,토,일,공휴일) 7만원
익스트림 비행 : 다이내믹한 비행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비행. 윙오버, 스파이럴 등 고난이도 비행기술이 포함되며 놀이기구만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 주중, 주말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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