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의 고향집, 중국 화궈산
손오공의 고향집, 중국 화궈산
  •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7.06.0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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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기서 서유기의 탄생지

중국 상하이 홍차우 공항에서 하루 한편만 운항하는 25인승 프로펠러 비행기가 두꺼운 구름을 뚫고 한 시간 가량 북상해 렌련강 시골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서 다시 버스 타고 두 시간을 더 달리자 범상치 않은 준령 앞에 차가 멈춰 섰다. 버스정거장 주위 기념품 가게에는 어느 집 할 것 없이 코믹한 손오공 캐릭터 소품이 가득하다.

화궈산의 원숭이 모자.

어린 시절,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중국의 소설 서유기를 기억할 것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4대기서로 원나라 시절 사내암의 수호지와 나관중의 삼국지 그리고 명나라 시절 왕세정의 금병매와 오승은의 서유기를 뽑는다. 이중 판타지 소설 같은 서유기를 제외한 나머지 3권의 책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다.

서유기는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 손오공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긴박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소설의 저자 오승은은 지금부터 400여 년 전 화궈산(花果山)에 올라 이 지방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던 신화 같은 이야기를 집필했다.

화궈산은 한자로 ‘꽃 화’에 ‘열매 과’ 자를 써 꽃이 많고 야생열매나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원숭이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기 좋은 산이다. 오슨은은 화궈산에서 일 년 이상 기거하며 원숭이들의 민첩한 몸놀림을 연구해 손오공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완성했다.

서유기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어느 날 화궈산 깊은 산 속에 거대한 바위가 쩍 갈라지며 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났다. 이 당돌한 원숭이는 스스로를 미후왕이라고 부르며 모든 원숭이들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이후 고승을 만나 영생불멸의 도를 얻겠다고 수련에 집중해 손오공이라는 법명을 받고, 용왕으로부터 마법의 지팡이 여의봉까지 하사받는다. 소설은 손오공이 제 꾀에 걸려 넘어가면서 좌충우돌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보여주는데, 소설 속 실제 무대가 바로 화궈산이다.

화궈산을 뛰노는 원숭이.
화궈산 입구.

화궈산 정상 일대 아찔한 바위산 끝에 위태롭게 앉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 원숭이를 보고 있자니 우리네 인간 같은 강한 모성애가 느껴진다. 그 사이 아빠 원숭이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바위를 건너뛰며 곡예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쪽에선 아찔한 절벽에 자리 잡은 가냘픈 소나무 가지에 어린 원숭이들이 매달려 서커스라도 하듯 위험천만한 장난도 치고 있었다.

손오공의 후예들은 오늘날까지 바위가 집이자 놀이터며 앞마당이다. 바위 틈에서 추운 겨울을 날 것이며 정산 부근 바위에 빙 둘러 앉아 그 옛날 선조들의 이야기로 긴 밤을 지새울 것이다. 화궈산의 원숭이들은 삼장법사가 저팔계를 데리고 나타나 “불전 구하러 먼 인도로 가자꾸나” 라고 불러주길 꿈꾸며 운무 가득 낀 낭떠러지를 끊임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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