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세상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세상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7.04.20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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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플라스틱, 나쁜 플라스틱 구분법

현대 사회에서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삶을 사는 건 사막에서 모래를 밟지 않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만큼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곳곳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평균 98.2kg으로 한 사람이 쓰는 플라스틱 양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2016년 통계청 발표) 플라스틱은 대체로 가볍고 때로는 매우 단단하며 선명한 색감으로 시선을 잡아끌기도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에는 언제나 꼬리표처럼 건강과 환경에 대한 염려가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가 없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건강에 이상이 없을까? 내 돈 주고 사서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다면 플라스틱을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데 따른 아무런 책임이 따르지 않는 걸까? 이번 호에서는 일상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는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한 이야기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Prologue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는 폴리우레탄 메모리폼 매트리스에서 자고 베개에는 폴리에스터 섬유나 폴리스티렌 폼 구슬이 채워져 있다. 덮고 자는 담요는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드는 플리스 섬유 담요다. 욕실에는 아크릴 욕조, 변기, 샤워 커튼, 빗, 칫솔, 제품 용기 및 약병이 모두 플라스틱이고 심지어 약의 코팅 성분 역시 중합제이다. 거의 모든 게 플라스틱인 것이다. 온갖 유아용품, 운동화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합성 섬유 역시 중합체 섬유로 만든다. 안경테는 나일론이나 자일로나이트(담배 필터나 필름 재료 같은 셀룰로스아세테이트)같은 고급 플라스틱이고 렌즈는 보통 폴리카보네이트다. 페인트, 가구 커버, 카펫, 커튼, 의자 쿠션, 비닐 장판, 창틀, 집 외장재도 모두 합성 중합체이다. 껌은 스티렌 부타디엔(자동차 타이어를 생각하면 된다.)이나 폴리비닐 아세테이트,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물고 빠는 컵, 멜맥 식기도 플라스틱이고,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도 내부 마감재는 모두 플라스틱, 보통 단단한 폴리에틸렌으로 되어 있다.(스티로폼의 기본 재료이기도 한 스티렌은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립독성학프로그램에 의해 ‘유사 발암 물질’로 명명되었다.) 음식 및 음료 포장, 패스트푸드 용기, 수많은 가방은 물론이고 전화기, 컴퓨터, 텔레비전 리모컨처럼 끝없이 만지는 전자 제품들(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옥외보다 실내 공기의 화학 물질 오염이 더 심하다고 말한다.)과 자동차 내부 장식도 마찬가지다.
- <플라스틱 바다> 중 일부 발췌 -

폴리poly로 시작하는 수많은 이름
페트병부터 PVC까지

알파벳 P로 시작하거나 POLY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플라스틱. 세모난 재활용 마크 안에 1~7까지의 숫자로 나뉘어 표기한다. 국제표준화기구(IOS)에 따르면 1번은 페트(PET) 2번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HDPE) 3번은 염화비닐(PVC) 4번은 저밀도 플라스틱(LDPE) 5번은 폴리프로필렌(PP) 6번은 폴리스테렌(PS)을 나타내며 1~6번에 해당하지 않는 소재는 모두 7번 OTHER로 표시한다. 7번은 대체로 폴리카보네이트(PC)가 많다.

한때는 이 번호가 높을수록 환경호르몬을 많이 배출한다는 괴소문이 돌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번호는 소비자가 재활용 포장재의 분리배출을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일 뿐. 그보다는 각 번호별 플라스틱의 특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생수를 담는 페트병이다. 페트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polyethylene terephthalate의 약자로 PETE로 쓰이기도 한다.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나고 탄산가스나 산소의 차단성이 높아 내용물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다.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담아주는 용기도 이 페트다.

페트병은 투명하고 튼튼해 일상에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페트병을 재사용한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세척과 건조가 어려워 미생물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재사용할 때 환경호르몬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도 꾸준히 재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폐기나 재활용이 쉽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HDPE(high density polyethylen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역시 매우 안전한 편에 속하는 플라스틱이다. 열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어 주로 위생팩, 우유, 주스병, 요거트나 버터 용기와 같은 식품 용기로 많이 쓰인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Low-density polyethylene)도 있다. 비닐봉투와 랩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암을 유발하거나 호르몬을 파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학 물질은 나오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재활용이 되지 않아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방향을 권장한다.

폴리프로필렌PP(Polypropylene)은 마트에 가서 제품을 들어 뒤를 보면 재활용 세모 마크 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플라스틱 중 질량이 가장 가볍고 질겨 고온에서 변형되거나 호르몬 배출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역시 제조 과정에서 다량의 안 좋은 물질을 내뿜어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여기까지는 몇몇 문제점이 있지만 비교적 ‘착한’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부터 만나게 될 플라스틱은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나쁜’ 플라스틱
첫 번째로 눈 여겨 봐야 할 플라스틱이 PS(Polystyrene)다. 폴리스티렌이라고도 표기하며 대체로 투명하고 형상을 만들기 쉬워 다양한 곳에 쓰인다. 하지만 내열성이 약해 가열하면 대표 발암 물질인 부타디엔과 스티렌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역시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마트에 파는 일부 일회용 포크, 일회용 그릇이 폴리스티렌이다. 또한 어린이 야쿠르트와 유아용 유기농 요거트 등이 담긴 용기가 모두 폴리스티렌으로 제작되고 있다.

재활용 분류표 7번이자 OTHER라는 표기로도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Polycarbonate)는 비스페놀 A와 포스겐이 주원료다. 비스페놀 A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고 포스겐은 독극물질이다. 이건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잘 만들어진 제품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독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가공과 내충격성이 우수해 유리의 대체제로 이용되며 건축 외장재에 특히 많이 쓰인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플라스틱은 PVC다. 어쩐지 이름이 친숙하다. 그만큼 우리 일상 곳곳에 안 쓰이는 데가 없다. 하지만 물건의 일생을 추적한 <물건이야기>이라는 책에 따르면 PVC는 가장 해로운 플라스틱이다. 아이들 장난감 상자의 주의 사항에 보면 아주 깨알같은 글씨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용출될 수 있음. 입에 넣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부서지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는 PVC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물질이다. 하지만 생식계 장애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불임이나 성조숙증이 여기에 해당한다. 더 안 좋은 소식은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며 먹이사슬에 들어가 암을 유발하고 면역과 생식 시스템에 해를 끼친다.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PVC없이 사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PVC는 다양한 얼굴로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있다. 인조 가죽 신발과 가방, 방수 비옷과 장화, 광택 나는 턱받이와 식탁보, 샤워커튼, 정원용 호스, 음식용기와 포장재, 옷과 장난감에도 쓰인다.

그렇다면 PVC를 내다 버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PVC는 매립장으로 가면 땅으로, 물로, 공기로 독성물질이 스며든다. 재활용하면 어떨까? PVC 재활용은 냉정하게 얘기해서 자연에 손해를 조금 덜 끼쳤다는 자기 위안 밖에 되지 않는다. PVC를 재활용하면 독성을 더 키우는 셈이다. 독성이 있는 물질을 재활용하면 또 다른 사람들을 독성에 노출시키는 꼴이다.

스웨덴, 스페인, 독일은 일부 지역에서는 PVC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60개 이상의 도시가 무(無)PVC를 선언했다. 독일의 274개 마을은 PVC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유럽과 일본, 멕시코는 장난감에 프탈레이트 사용을 부분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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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미남 2023-10-31 13:31:38
ㅎ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