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타는 것 '스포츠카이트'
바람은 타는 것 '스포츠카이트'
  • 이지혜 기자 ㅣ 양계탁 기자
  • 승인 2017.04.1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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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난지공원에서 즐긴 카이트 '손맛', 세계규모 대회 개최

‘손맛’은 낚시할 때나 쓰는 단어인 줄 알았다. 꿈틀거리는 물고기가 낚싯줄을 타고 손으로 전달되는 쾌감. 하지만 낚싯줄을 타고 전해지는 쾌감은 또 있다. 사람만한 연을 날리며 바람을 두 손으로 흠뻑 느끼는 ‘손맛’이다. 스포츠 카이트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멋지게 비행하는 포라인 카이트.

다양한 카이트 종류
일 년에 고작 한 번, 어린 시절 한복을 입고 설날에나 날리던 연. 우리가 연에 대해 아는 대부분의 기억과 정보다. 어릴 적 흔히 날리던 연은 외줄 연 중에서도 숏카이트에 속한다. 외줄 연은 숏카이트와 빅카이트가 있다. 빅카이트는 큰 행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연이다.
스포츠카이트에 쓰이는 연은 대부분 투라인과 포라인이다. 투라인은 스텔스기처럼 날카롭게 생긴 연으로, 이름 그대로 두 개의 라인으로 바람을 조절하며 난다. 최고 150km에 이르는 빠른 스피드와 그로 인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멋지다.
포라인은 쿼트 라인이라고도 하는데, 바람이 적을 때 날리는 스탠다드, 바람이 적당히 불 때 날리는 미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날리는 벤티드가 있다. 포라인은 그립에 브레이크 기능이 추가돼 원하는 궤적을 정밀하게 구사한다. 나비 모양으로 뻗은 외형이 쉽게 바람을 탈 수 있고 대회 단체전에선 아름다운 대형을 만들기도 한다.

대회를 준비해 훈련에 연습에 한창인 카이트 윙스 회원들.

카이트윙스와 난지공원
아찔한 바람이 부는 날이다. 한동안 서울 시내를 뿌옇게 뒤덮었던 서풍이 물러가고 오랜만에 동풍이 불어 하늘이 맑기도 했다. 그래서 연을 날리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카이트윙스 동호회와 만난 곳은 한강 난지공원. 조종면허시험장에서 일요일마다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커다란 연을 날리는 파일럿을 만날 수 있다(스포츠카이트에선 조종사를 파일럿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뒤편이 높은 난지공원이라 동풍이 불면 바람이 막혀 연을 날리기에는 좋지 않아요. 앞뒤가 뚫린 곳이라면 연날리기 참 좋은 바람이긴 하지만요.” 뜻밖의 정보에 아쉬움이 앞섰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 바람이 도와줬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스포츠카이트는 시야 확보가 가능하고 라인이 엉키지 않는 광장이나 해변, 큰 공원에서 즐기는 것이 좋다. 서울에선 한강 둔치를 중심으로 잠실, 난지, 반포, 천호동 일대에서 즐기기 적합하다. 라인이 전도성 소재로 이뤄져 있어 전신주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

오랜만에 실컷 하늘을 보며 바람을 느꼈다.

하늘을 보는 스포츠
흔히 연을 조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얼레가 스포츠카이트엔 없다. 30m에 달하는 라인 끝에 달린 줄이 묶인 손잡이만 있을 뿐. 도전한 것은 포라인 중에서도 미드카이트. 바람을 안으로 모으게 설계돼 더 자유롭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
한 발을 힘차게 뒤로 내디디며 몸과 팔에 힘을 주고 가속 라인을 당기면 미드카이트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곧게 올라가 곧게 내려오는 것이 첫 번째 과제. 일정하지 않은 바람에 곧게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게 보기보다 쉽지 않다.
하늘에 정지시킬 땐 4개의 라인 텐션을 단단히 유지해야 한다. 원하는 방향의 반대쪽 브레이크를 잡고 자연스럽게 틀면 회전도 할 수 있다. 균형이 조금만 달라도 틀어지기 일쑤. 바람이 강해 조종이 힘들 경우 손잡이를 놓아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 순간 연은 수직으로 떨어져 비상착륙한다. 대신 사람이 많은 곳에선 위험하다.
“포 라인이 처음 다루기는 조금 힘들지 몰라도 익숙해지면 투 라인보다 훨씬 다루기 쉬워요.” 친절한 강사님의 코치로 제대로 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완연한 봄. 이렇게 오래 하늘을 본 적이 있었나. 오랜만에 실컷 하늘을 보며 바람을 느꼈다.

포라인 카이트는 텐션을 균일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스포츠카이트 문화
카이트윙스는 서울·경기 지역의 사람들이 주축이 된 스포츠카이트 동호회다. 국내 스포츠카이트 인구는 200명 남짓. 매주 모임을 하고 스포츠카이트를 즐기는 동호회는 현재 카이트윙스가 유일하다. 회원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주로 우연히 본 스포츠카이트의 모습에 매료돼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이트윙스 회원들은 대회 준비를 하며 팀플레이를 펼치기도 하고 서로의 자세를 교정해 주며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도 한다. 부부가 2년째 카이트의 매력에 빠져 함께 나오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소풍 나오듯 참가하기도 한다. 한강으로 모인 많은 사람이 화려한 연의 비행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하늘에 띄운 스포츠카이트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카이트가 있다. 익살스런 표정의 싸이 인형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열심히 손발을 흔들어대자 옆에서 구경하던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카이트윙스의 회원이자 오는 의성 세계 연 축제의 운영위원장 오제환 파일럿의 작품이다.
입문 6개월 차 김대현 씨는 단체전을 연습하는 파일럿들 옆에서 아직까진 홀로 비행을 즐기고 있다. “처음엔 생소하기도 하고 다루기도 어려웠는데, 조금씩 기술을 터득해 나가면서 스포츠카이트의 묘미를 알기 시작했어요. 능숙한 파일럿에게 스킬도 배워가며 매주 참석해요. 조만간 저의 카이트를 직접 만들 예정이에요.”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한 스포츠카이트의 세계. 오는 5월 5일, 의성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선 더 많은 것을 관람할 수 있다.

카이트윙스는 서울·경기 지역의 사람들이 주축이 된 스포츠카이트 동호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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