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중심 문화에 캠퍼들 외면…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소비 중심 문화에 캠퍼들 외면…성장기에서 성숙기로
  • 이슬기 기자
  • 승인 2017.03.14 0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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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문화 진단…Part2. 캠핑 시장의 현재

2008년 200억원 규모였던 캠핑 시장은 2014년 6000억원으로 30배나 몸집을 불렸고, 캠핑 인구는 2011년 60만명에서 2014년 300만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주 5일제 도입으로 여가 시간이 늘고,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주말이면 캠핑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레저 활동과 더불어 캠핑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캠핑 시장을 선도했던 코베아는 2013년 매출액 29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동안 호황을 누리던 캠핑 시장이 최근 주춤한 모양새다. 캠핑 열풍에 편승해 기존 업체들은 물량 생산을 크게 늘렸고, 노스페이스·네파·밀레·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브랜드가 캠핑 사업에 뛰어들면서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동시에 메르스 사태·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각종 안전사고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야외활동이 크게 줄었고, 판매고는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재고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온라인 오픈 마켓 등에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고스란히 피해를 받게 된 대리점 및 멀티숍도 이를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브랜드들은 폐업 수순을 밟았다.

2013년 4500억원에서 한 해 만에 3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4년 6000억원 규모에 달했던 캠핑 시장의 상승곡선은 얼어붙었고,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캠핑용품 사업에서 발을 뺐다. 코베아는 2015년 매출액 2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6% 줄어든 수치다. 영업 이익은 반토막났다. 편집숍들이 문을 닫으면서 업체들은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제품의 몸값을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하향세에는 소비 중심의 캠핑 문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을 이루는 캠핑의 기본 목적을 상실한 채 사람들은 보여주기식 장비 경쟁을 우선순위에 뒀다. 캠핑을 제대로 즐기려면 RV는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가정에서 쓰는 모든 장비를 대체할 만큼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져나왔다. 텐트부터 체어, 테이블, 스토브를 비롯한 취사도구 등 수많은 장비를 챙겨야 하는 캠핑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늘면서 캠핑 시장은 양극화됐다. 편의성에 중점을 둔 사람들은 캠핑카와 카라반으로 이동하는 한편 가성비와 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백패킹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 캠핑 시장에는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가 산재해 있다. 특히 대다수 브랜드가 의류 중심으로 제품을 출시한 탓에 과잉 공급과 재고의 포화 상태를 피할 길이 없었다. 캠핑 인구 유입 속도에 비해 새로운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 카페나 동호회에서 자체 제작을 통해 제품을 수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품질의 장비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일련의 과정들로 시장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팔리는’ 제품을 찍어내는 데만 급급했던 브랜드들이 제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도 한몫했다.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철학이 없이 양산되는 제품은 엇비슷하고 몰개성하다는 한계가 있다. 젊은 층이 캠핑 인구로 유입되면서 남들과는 다른 제품, 독특한 아이템을 찾게 되면서 기존 시장을 장악하던 메이저 브랜드들이 힘을 잃게 된 셈이다. 오히려 콘셉트가 분명한 중소규모의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초경량 의자로 유명한 헬리녹스는 2014년 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이 기업의 비결은 전문화되고 단일화된 콘셉트에 있다. 이 밖에도 MSR, 제로그램, 힐레베르그 등 미니멀한 아이템을 내세운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으며, 비교적 자본에서 자유로운 다양한 독립 브랜드들이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존 브랜드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일반 소비자에는 선택의 폭을 넓혀줘 시장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캠핑 시장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안정기로 가기 위해 잠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상 제로그램 대표는 “시장이 안정된 미국의 경우 연간 3~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20~30%씩 커진 한국 시장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격이라 생각한다”며 “폭발적인 호황의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시장은 3~4%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서서히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캠핑 브랜드가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자체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김산환 꿈의 지도 대표는 “브랜드 콘셉트가 분명하지 않다면 시장이 침체 됐을 때 버틸 수 없다. 제품 개발에 더욱 투자하고, 콜라보 등을 통해 브랜드에 활력을 주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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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맨 2017-03-15 13:53:16
정확한 분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