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막에서 카라반까지, 캠핑 톺아보기
움막에서 카라반까지, 캠핑 톺아보기
  • 이슬기 기자
  • 승인 2017.03.10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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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캠핑의 역사 -생존수단·군사활동 넘어 자연자체를 즐기는 활동으로

2008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양적 성장을 이어오던 대한민국 캠핑산업이 주춤하다. 2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6000억원으로 30배나 몸집을 불렸지만, 안전사고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부분 캠핑 브랜드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열풍을 타고 캠핑용품 사업에 뛰어든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이다. [아웃도어]는 캠핑의 시작과 현재를 살펴보고, 산업과 문화 등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국 캠핑 시장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캠핑(Camping)의 사전적 정의는 ‘텐트 또는 임시로 지은 초막 등에서 일시적인 야외활동을 하는 여가활동’이다. 야영(野營)이라고도 한다. 숙박 시설이 없는 외지나 산악 지대 등에서 불가피하게 숙박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캠핑은 대개 레저 활동의 하나로 본다.

캠핑은 수많은 레저 활동 중에서도 가장 깊은 유래를 자랑한다. 원시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며 정착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대자연이 집이자 생활 무대였다. 캠핑은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비나 눈, 바람 같은 자연적인 위협과 목숨을 노리는 맹수로부터 자신과 부족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움집을 만든 것이 캠핑의 시초다.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이용한 ‘텐트’를 이용하게 되면서 원시인류는 더이상 동굴 같은 자연적인 은신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수렵 생활을 하던 시절, 이미 캠핑은 시작됐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캠핑은 여전히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캠핑을 발달시킨 것은 전쟁이었다. 전쟁은 아우구스투스가 유럽을 정복하던 로마제국 시절과 칭기즈칸이 세계를 장악하던 중세를 지나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병사들은 텐트를 집으로 삼아 야전에서 생활한다. 군인들의 개인장비 가운데 무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야영에 필요한 장비로, 이들에게는 캠핑의 기술을 익히는 일이 교전에서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캠핑을 발전시켰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숱한 밤을 사막과 산에서 보내야 했고, 이들에게 야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낙타와 말의 등에는 언제나 야영 장비가 실려있었다. 사냥꾼들은 며칠씩 숲에 머물며 사냥감을 쫓았다.

경제활동이나 군사활동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던 캠핑이 레저로 확장된 것은 근대 이후. 자연과 동화되는 캠핑 자체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부터다. 현대적인 의미의 캠핑은 1860년 미국 남북전쟁 무렵 워싱턴의 거너리학교 교장이었던 F.W.건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의 교육적인 가치에 주목한 그는 아이들이 캠핑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그 후 자연을 배우고 즐기는 캠핑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치러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에게 재앙이었지만, 캠핑장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침낭이나 버너, 텐트 등은 대부분 이 시기 만들어졌다. 특히 미국 캠핑 장비의 대명사격인 콜맨의 랜턴이나 버너는 그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캠핑 초창기인 1970~80년대에는 군대에서 사용하던 장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남대문시장에는 A형 텐트와 군용 모포, 반합, 야전삽 등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용장비를 파는 전문점이 많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등장한 오토캠핑은 캠핑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모든 장비를 배낭에 넣는 수고를 덜게 되면서 캠핑 장비는 질적으로 변화했고, 새로운 아이템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가볍고 작아야 했던 기존 장비들은 성능 중심으로 변모했다.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5~6인용 텐트가 등장했고, 텐트와 함께 타프가 필수품이 됐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장비가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일반 캠핑도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등산과 하이킹에 적합하도록 부피와 무게가 적은 콤팩트 사이즈의 캠핑 장비들이 등장했다. RV 자동차 한 대에 채웠던 장비를 60L 배낭 하나에 넣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캠핑 문화는 주로 산악인이나 등산객들이 주도했다. 등산이나 낚시 등 레저 활동의 연장에 불과했던 캠핑 초창기를 지나,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캠핑은 발전을 거듭한다. 캠핑 자체를 즐기기 위한 활동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부탄가스 버너가 도입돼 석유 버너를 몰아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캠핑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주5일제 근무가 확대되면서 캠핑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 문화가 몸집을 키워나갔다. 오토캠핑 붐이 화두로 떠오르며 전문적인 오토캠핑 장비들이 선을 보였다. 해외여행이 크게 늘면서 다른 나라의 캠핑문화를 경험한 이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한몫했다. 캠퍼들은 장비를 사들였고, 스노우피크 등의 브랜드가 유려한 디자인을 앞세워 캠핑장을 점령했다. 대형텐트부터 시작해 각종 테이블, 화로대, 체어, 겨울용 난로 등 상당한 양의 장비를 이동시키기 위해 RV 차량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오토캠핑을 이끌었던 캠핑족들이 엄청난 장비를 집에 쌓아두는 동안, 아빠 손을 잡고 캠핑을 즐겼던 젊은 세대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젊은 층은 장비를 간소화한 오토캠핑이나 백패킹 등을 선호하는 추세다. 콜맨, 스노우피크, 코베아에 국한됐던 국내 캠핑 시장은 MSR, 힐레베르그 등 미니멀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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