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피팅은 맞춤형 정장
자전거 피팅은 맞춤형 정장
  • 글 오대진 Ι 사진 정영찬 Ι 사진제공 이동건
  • 승인 2017.03.1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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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아낀다면, 이동건 바이크프로핏 대표 인터뷰

프로선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전거 피팅이 어느새 일반화됐다. 이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이동건 바이크프로핏 대표. 국내 자전거 피팅 1세대라 할 수 있는 그의 피팅 교육을 받은 인터뷰어는 겉멋 잔뜩 든 지난 자전거 인생을 돌아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내 몸에 최적화된 자전거가 올바른 자세를 만들고, 나아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그의 말, 피팅 취재가 인터뷰로 바뀐 순간이다.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학생 때 부터였어요. 국내 자전거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는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더 많이 타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이후 사회에 나와서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출퇴근이었습니다. 거리가 서울에서 인천 부평까지, 꽤 멀었죠. 그렇게 매일 타다 보니 더 빨리 달리고 싶기도 하고, 더 멀리 가고 싶기도 하더군요. 여기에 업무가 자전거 관련 일이다 보니 해외출장도 많아졌습니다. 자전거는 현지에서 빌리고 헬멧과 페달, 복장은 따로 가져가서 늘 탔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과 미국, 인도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다녔습니다. 돌아보니 자전거와 함께 여기저기 꽤 많이 다녔네요.

자전거와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비염 알레르기가 있었습니다. 비염 때문에 환절기가 되면 병원에서 살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없어졌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부터였던 것 같아요. 자전거가 비염을 치료했다기 보다는 면역력이 좋아져 자연스레 치료된 것 같아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자전거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묘한 매력을 어필해요. 걷기, 달리기와는 다르게 몸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주지도 않고, 체중도 다 받치는 운동도 아니거든요. 관절이 약해도 할 수 있고, 무게도 3지점에 나눠 분산되죠. 수영과 함께 충격 없이 심장을 강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운동입니다. 일상적으로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는 운동이고요.

자전거와 함께 한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스페인입니다. 특히 피레네 산맥을 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유럽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시대의 흔적과 자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아스팔트 외에는 문명을 마주할 수 없었던 길을 지나 마드리드의 광장에 들어섰을 때 감흥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때가 1998년 쯤 이었네요.

바이크프로핏, 어떤 곳인가요?
자전거 리테일 환경에서 필요한 자전거 관련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자전거 피팅 교육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자전거 피팅의 안정적이고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유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미국 바이크핏 한국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고, 동시에 국내 자전거대리점과 자전거 브랜드사를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피팅’이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맞춤형 정장처럼 내 몸에 꼭 맞게 자전거를 세팅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신체조건과 사이즈는 다르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피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안장 높이만 조절해서 자신의 몸에 맞출 수는 없거든요.

피팅의 절반은 진단과 측정입니다. 우선 진단은 이런 것들을 말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즐거움을 위해 타는지 성적을 위해 타는지, 일상에서 앉아서 일하는지 서서 일하는지, 평소 다른 스포츠를 즐기는지, 특정 스포츠를 할 때 아픈 부위가 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측정은 키, 어깨넓이, 인심, 팔길이, 좌우균형, 골반의 뒤틀림, 몸의 유연성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사항들을 종합하면 최적의 값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허나 여기서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요. 피팅은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몸은 계속 달라지는데요. 피팅을 한 후 처음에는 편안했는데 타다 보니 불편하다면 라이더의 몸이 변화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피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요즘 라이딩을 하다 보면 위험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제게 즐거운 자전거생활을 위한 팁을 묻는다면 단연 ‘안전한 주행 습관’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경험상 ‘안전’과 자주 갈등하는 부분이 소위 ‘선수뽀대’라고 하는 것인데요.

브레이크를 달지 않는다거나, 안장을 너무 높인다든가, 핸들바를 너무 낮추는 등의 것들이요. 대회에서는 주로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속도향상을 위해 핸들바를 낮추기도 하는데, 도로환경에서 주로 주행하는 일반 라이더의 경우에는 시야와 상체 동작범위를 높일 수 있는 자세가 안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안전한 주행 습관’을 위한 팁은, 안장 높이와 핸들바 높이의 낙차를 자신의 주먹크기 이상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약 3cm인데요. 저는 직업선수는 아니었지만, 20년 이상을 열정적으로 탔고,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 다듬어온 결과입니다. 그런데 피팅 서비스를 통해 만나는 대부분의 라이더를 보면 직업선수의 자세를 흉내 냅니다.

직업은 말 그대로 직업입니다. 직업선수들은 오직 속도와의 경쟁이에요. 그것은 건강과 별개의 문제입니다. 희열과 건강을 찾는 것이 자전거를 타는 이유라면, 안전이 건강한 자전거 생활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 중인 트렉컨셉스토어 DKCA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자전거 자세 교육 등을 실시합니다. 자전거와 피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시다면 한 번 방문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인으로서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요.
처음 제가 자전거를 시작했을 때 해외 정보들을 뒤적거리면서 느꼈던 건 상실감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이 생활화 돼 적어도 정보 부족은 없습니다. 다만, 과대 정보와 그 적합성이 또 문제가 되고 있어요.

사람마다 자전거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구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리테일 환경에 제공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한국의 자전거 리테일 환경이 라이더의 요구에 부합하고 고객 서비스 품질이 높아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 끝은 전문성이 있는 ‘자전거 문화원’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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