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달콤한 꿈처럼, 몽골
한 여름 밤의 달콤한 꿈처럼, 몽골
  • 글 사진 우근철 기자
  • 승인 2017.02.2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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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철 작가가 바라본 세상

문을 열고 나갔을 땐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옅은 안개 너머로 낮게 비행하는 독수리 한 마리를 보았다.

이슬을 품은 풀잎들의 촉촉한 내음이 고요히 깔렸고,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빛줄기가 채색되었다.

말에 몸을 맡기고 달릴 땐, 바람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러웠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거닐 때에 흔들거림은 달콤한 나른함이었다.

유목민의 순수한 미소가 내게 행복을 물어왔고,
초원 위를 거니는 양떼들은 삶의 쉼표를 찍어주었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했던 그곳,
몽골은 내게 쉼을 알려 주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낙타를 보여 주겠다기에 유목민을 따라나선 길.
옆집이라 분명 말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 달려서야 도착한 ‘옆집’
유목민이 말한 대로 걸음마도 어색한 새끼낙타가 눈에 들어왔다.

신기한 마음에 얼른 달려가 손을 뻗으려 하니 이리저리 도망만 다녔다.
거듭 다가갔지만 헛수고였는데 유목민 품에는 잘도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줌마 왈.

“동물들은 도시냄새와 바람 냄새를 분간할 줄 알아요.
태어날 때부터 동물과 자연에 묻혀 사는 유목민한테는
그런 특유의 냄새가 있기 때문에 새끼들도 낯을 가리지 않지요.”

그 이야기를 듣자, 섭섭하고 멍해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며 지구의 주인 행색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동물들에겐 오래 전부터 왕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차가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도시사람’ 말이다.

바쁘게 사는 걸
잘사는 걸로
착각할 때가 있지 뭐.

쉼이 어색하니,
일단 무작정 뛰는
것처럼 말이야.

숨 고르기,
그리고 잘 바쁘기

밤하늘의 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아닐까.

누군가의 꿈은
밤하늘을 수놓으며 환하게 빛을 발하고,

누군가의 꿈은
희미하게 티끌처럼 흔들거리고,

누군가의 꿈은
어둠에 가려 보이질 않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희미하다고 해서
어둠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해서
그 꿈조차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빛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태어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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