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교토 니조성에서 ‘후지키나 2017’ 열어
후지필름, 교토 니조성에서 ‘후지키나 2017’ 열어
  • 글·사진 이두용 기자
  • 승인 2017.02.2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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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다, THE COLORS OF KYOTO

카메라에 35mm 필름을 조심스레 끼워 넣고 한 컷, 한 컷 아껴서 찍던 시절이 있다. 그때 최고의 명성을 떨쳤던 후지필름Fujifilm. 당시로의 부활을 꿈꾸며 후지필름이 혁신을 선택했다. 지난 1월 19일 일본 교토에 위치한 니조성(二條城)에서 ‘후지키나 2017’ 행사를 열고 중형 포맷인 GFX50S를 비롯한 신제품 4종을 발표한 것. APS-C 포맷에서 35mm가 아닌 중형 포맷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교토에서 해답을 찾았다.

청수사.

BLACK and WHITE, 과거의 혁신에서 배우다
어둡고 냉기가 도는 니조성 실내. 행사를 준비하는 손길은 바빴지만, 행사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엄숙한 분위기에 선뜻 자리에 앉지 못했다. 행사 직전이 돼서야 앞자리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졌다.

고모리 회장은 ‘후지필름을 주축으로 한 미러리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광모 작가는 X-T20 카메라를 이용해 일본에서 건물을 촬영해 전시했다.

후지필름은 왜 디지털카메라 신제품을 공개하는 장소로 1603년에 지어진 교토의 니조성을 골랐을까. 그 이유는 혁신을 꾀하는 출발에 있다. 이곳은 과거 700년 가까이 이어온 막부 통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던 ‘대정봉환(大政奉還)’이 시행됐던 곳이다. 에도 막부는 1867년 대정봉환을 통해 일왕에게 국가 통치권을 돌려주게 된다.

행사에서 후지필름의 고모리 회장은 “100년 전 라이카가 만든 35mm 포맷과 70년 전 만들어진 SLR이란 유물에서 탈피하기 위해 일본역사에 혁신이 된 니조성에서 후지필름의 신제품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주를 이루던 DSLR의 시대는 저물고, 후지필름을 주축으로 한 미러리스 시대가 열릴 것이란 포부 섞인 발언이다.

황선희, 안태영 작가는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X100F로 촬영한 작품을 전시했다.

실제로도 어두운 실내에 유일하게 고모리 회장이 올라선 강단에만 새하얀 빛이 비쳤는데 그 정면으로 후지필름 로고가 선명하게 보였고 그 위로 카메라와 렌즈 신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실내에 들어선 수백 명의 사람은 자연스레 고모리 회장과 후지필름의 신제품에 주목했다. 노년에 들어섰지만 고모리 회장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청중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전시회 기간 동안 신제품 카메라를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일본 전통 가옥을 전시공간으로 꾸민 곳에서 최신 건물까지 다양한 곳에서 전시됐다.

THE BLUE, 청년의 마음으로 도약하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고 필름카메라의 쇠락은 빨랐다. DSLR이 출시되면서는 일반인도 손쉽게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디지털카메라의 판매율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외 카메라 시장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 스마트 폰의 카메라 성능과 휴대성에 밀려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

후지필름이 중형 포맷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은 것 역시 이런 현상에 기인한다. 스마트 폰의 시작 격인 아이폰 출시 이후 10년 동안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의 성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광학적 성능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하드웨어의 기술력과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이루어낸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XF50mmF2 R WR (Black, Silver)

반면 DSLR의 발전은 70년을 이어온 SLR의 기술에서 디지털을 접목한 이후 꾸준히 둔화했다. 스마트 폰 카메라의 발전 속도와 비교해 한참 미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결과가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카메라 시장의 쇠락을 초래했다.

후지필름은 이미 35mm 풀 프레임 카메라의 성능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APS-C 포맷에서 최고의 카메라를 만들어왔다. 선명한 화질과 뛰어난 색 재현, 빠른 이미지 처리 능력 등 타사 35mm 포맷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때문에 35mm 포맷에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중형 포맷을 선택해 큰 도약에 승부를 걸었다.

후지필름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뛰어난 색 표현력으로 유명하다.
또렷한 선예도와 풍부한 계조표현이 인물사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THE RED, 열정으로 미래를 두드리다
이번에 발표한 GFX 50S에는 5140만 화소 43.8×32.9mm 이미지센서를 탑재했다. 35mm 포맷과 비교해 약 1.7배 크다. 덕분에 결과물의 퀄리티에서 타 풀 프레임 카메라와의 경쟁범위를 넘어섰다.

기존 중형 포맷과의 경쟁도 우위에서 시작한다. 필름 시대부터 중형을 만들던 브랜드들은 당시의 포맷을 디지털로 바꾼 이후 큰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은 중형 포맷을 미러리스 카메라에 접목해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었다.

X100F Silver0

그저 새로운 미러리스의 탄생이 아니라 미러리스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을 실현해낸 것이다. 중형 포맷은 화소수가 높은 만큼 작은 셔터 쇼크에도 영향을 받는다. SLR 방식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후지필름은 중형 미러리스를 선택해 5천만 화소 이상에서도 진동과 소음을 잡았다.

또한 GFX 50S는 중형 포맷임에도 기존 35mm 포맷 수준의 크기를 실현하고 무게와 가격은 낮췄다. 마그네슘 합금 재질로 이뤄진 GFX 50S 바디는 표준렌즈 GF63mm를 결합해도 1230g 수준. 가격도 본체와 63mm 렌즈를 더해 1천만원 정도로, 중급기 DSLR보다 저렴하다.

기존 중형 포맷보다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236만 화소 3.2인치 3방향 틸트식 LCD 모니터를 적용해 전방향에서 정확한 초점과 색 재현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는 물론 AF, 이미지 확대·축소, 프레임 이동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필름을 만들던 기술력을 디지털카메라에서도 오롯하게 보여주는 사진.
자연사진에서도 디테일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COLORS OF FUJIFILM, 신제품으로 찍은 작품 전시
후지필름은 중급 포맷 미러리스 GFX 50S와 함께 4K 영상촬영이 가능한 2430만 화소의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 X-T20, 고급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와 APS-C X-Trans CMOS III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X100F, 인물은 물론 일상의 모든 촬영이 가능한 작고 가벼운 후지논 준 망원렌즈 XF50mmF2 R WR을 선보였다.

새롭게 발표된 제품들은 행사장에서는 물론 파티와 후지키나2017 사진 전시장에서 실제로 만져보고 직접 찍어보며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신제품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이루어진 전시가 행사에 초청된 아시아의 미디어와 작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중급 포맷 미러리스 GFX 50S

이번 행사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렸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홍콩을 비롯해 오세아니아에 속한 호주 등에서 300여 명이 참석해 일본 교토에서 진행했다. 사진전 역시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지필름의 X포토그래퍼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는 1999년부터 패션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어상선 작가를 비롯해 광모, 황선희, 안태영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필름에서부터 이어온 후지필름 카메라만의 독특한 색 재현과 뛰어난 선예도, 풍부한 계조표현 등이 사진전에 방문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작가의 시선이 다르고 사용한 기종과 렌즈가 달랐지만, 후지필름이 추구하는 ‘감동적인 사진을 위한 고화질’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다.

X-T20 (XF18-55mm)

이번에 출시한 중급 포맷 미러리스 GFX 50S로 촬영한 사진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는 지난 2월 18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청담동 후지필름 스튜디오 X 갤러리에서 7개국 12명의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확실히 다른 미러리스의 혁신을 눈으로 보고 싶다면 전시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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