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마이걸스’ 동심을 찾아 떠난 운탄고도 백패킹
‘팀마이걸스’ 동심을 찾아 떠난 운탄고도 백패킹
  • 글 사진 마이기어 김혜연 마스코트
  • 승인 2017.02.16 11: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0~1980년대까지 석탄을 나르던 옛길…썰매와 트래킹 동시에

유난히 지친 일상을 보내고 맞이한 주말. 특별한 에너지 충전이 필요했다. TV에서 들려오는 일기예보에서는 주말 동안 강원 지역에 폭설이 내릴 거라고 예고했다. 일반적으로 폭설이 내린다고 하면 예정돼 있던 여행이나 등산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뜩 머리를 스치는 곳이 있었다. 운탄고도다. 백패킹 크루들을 불러 모았다.

운탄고도는 1960년부터 1980년대까지 석탄을 나르던 옛길이다.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40km에 이르는 이 길은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있는 고원의 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완만하고 길게 이어지는 임도길로 겨울은 백패커들에게 썰매를 즐기며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출발 당일 동서울에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있는 신고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내린 후에는 콜밴으로 만항재로 이동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기상예보와는 다르게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했다. 폭설을 기대한(?) 탓에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랜만에 만난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무거웠던 머리와 마음을 씻어준 것만 같다.

기온이 높고 날씨가 맑아서인지 초입은 땅이 질퍽한 상태였다. 그러나 걸음을 옮길수록 하얗고 폭신한 눈길이 이어졌다. 썰매를 타기에 제격이었다. ‘꺄악, 으아악, 야호~~~’

능선길에 설레임을 한껏 머금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설 소식에 눈 구경을 하러 모인 백패커들과 가족단위 캠핑족들이 신나게 눈썰매를 즐기는 소리였다.

이에 질세라 우리도 배낭을 팽개치고 동심으로 돌아가 볼이 빨개진 채 썰매를 즐겼다. 한주간의 스트레스가 함성을 타고 날아가는 듯 했다.

정신없이 썰매를 타고 자연을 느끼며 걷다가 적당히 너른 곳에 숙영지를 구축했다. 셸터를 치고 나니 허기가 몰려왔다.

각자 챙겨온 음식을 배낭에서 꺼내 나눠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각자 챙겨온 음식들을 맛보고 잔잔한 음악에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밤새 하얗게 쌓여있을 눈밭을 상상하며 텐트 문을 열었다.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맑고 예쁜 하늘의 구름이 우리를 반겼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친구들을 깨워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머문 곳을 철수했다. 언제나 그렇듯 최대한 흔적 없이, 하룻밤을 내어준 자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한다. 어제 실컷 썰매를 즐겼으니 오늘은 제대로 걸어볼 참이다. 등산화 끈 동여 메고 길을 나선다.

정해진 동선을 살짝 벗어나 산길을 올랐다. 아직 채 녹지 못하고 쌓여있는 눈밭에 누군가 먼저 간 발자국이 그려있다. 그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나도 천천히 자연 속으로 걸어갔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제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발이 옅게 날리더니 이내 함박눈으로 바뀌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우와, 꺅꺅, 최고!’ 함성은 어제보다 더 높고 마음은 더 요동쳤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눈에 발을 폭폭 넣으며 끄트머리쯤 와있는 겨울을 제대로 즐겨본다.

그렇게 아무도 찾지 않은 숲속 깊은 곳을 탐험하고 발길을 돌려 만항재로 원점회귀했다. 아쉬워하는 우리를 위한 이별선물이라도 내어주는 듯 돌아오는 내내 아름다운 수묵화 같은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함박눈은 계속됐다.

발밑에 굽처럼 들러붙는 눈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다가 조금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만항재에 도착했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에 배낭과 머리, 옷이 하얗게 변하고 두 볼이 빨갛게 얼어붙었지만 모두 얼굴에 개구진 웃음이 한 가득이다. 만항재 휴게실에서 따끈한 어묵을 하나씩 나누어 먹고 또 전투적인 일주일을 보내러 일상 속으로 복귀한다. 자연은 지친 우리를 달래주는 피로회복제 같다. 우리도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이렇게 고마운 자연에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도록 열심히 노력 해보는 것도 좋겠다.

*팀마이걸스의 모든활동은 www.mygear.co.kr / 인스타 www.instagram.com/team_mygirls/ , www.instagram.com/mygear_insta/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드기 2017-02-17 13:41:28
언제?
갔다오신 날짜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