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에서 돌아온 남영호 대장 인터뷰
파타고니아에서 돌아온 남영호 대장 인터뷰
  • 임효진 기자
  • 승인 2017.02.09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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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소통하는 새로운 탐험 시도 … “탐험 과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파타고니아로 떠났던 남영호 대장(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이 돌아왔다. 50여 일간 3400km를 한 발자국도 차를 타지 않고 오로지 자전거와 카약, 도보, 팩래프팅으로 이동했다. 세상의 끝에 다다른 그가 가지고 온 선물은 무엇일까.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에서 세계 10대 사막 탐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인데요. 이번에는 파타고니아를 다녀오셨어요.
파타고니아도 10대 사막 탐험의 일환이에요. 파타고니아 사막은 엠티쿼터나 사하라처럼 많은 매력을 갖고 있진 않아서 파타고니아 지역을 탐험지로 정한 거죠. 또 콘텐츠 제작에 대한 고민과 함께 새로운 걸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이번 탐험에는 촬영감독, 사진작가와 한 팀을 꾸리고 SNS를 이용해 소통 한 점이 이색적이었어요. 어떻게 기획했나요.
등반이나 원정, 횡단을 성공하면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기사로 전달되곤 했죠. 그런 점이 아쉬웠어요. 탐험대는 얼마나 추울지, 뭐를 먹는지, 어떻게 탐험하는지 궁금해 하고 탐험에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분들에게 친절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소통을 하고 싶어 기획했어요.

예전에도 사진도 찍고 촬영도 했었어요. 저희가 자료를 한국 홍보팀에 보내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게 일방향 소통이었다면 이번에는 쌍방향 소통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봐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남영호닷컴 홈페이지를 통해서 원정대 소식이 전해지고 한국에서는 여행, 모험, 청춘을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저희가 보낸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참여도 하고요. 이번에 약 1천만 명 정도가 남영호닷컴 홈페이지를 찾았어요. 이런 니즈가 있다는 게 매우 놀랐어요.

사진출처 남영호닷컴.

탐험을 전달하는 방식이 생소했지만 SNS로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그래도 원정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점은 좀 아쉬웠어요.
저도 너무 많이 아쉬워요. 대원들만 믿고 기획을 탄탄하게 짜지 않아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봐요. 촬영팀은 실력있는 대원들이었지만 원정에 대한 이해가 낮았어요. 이 정도로 힘들 줄 몰랐던 거죠. 저와 하루를 걷고 고관절에 무리가 와서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촬영팀이 모든 과정을 저처럼 해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피사체에 애착을 갖고 좀 더 집중해 줬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이번 원정에서 촬영한 영상을 캐나다 벤프 영화제에 출품하기로 했어요.
이전에도 영상은 계속 찍었는데 활용을 잘 못했어요. 제 모험은 단순히 저 혼자만 즐기기 위해 한다기보다는 의미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됐던 거죠. 너무 아쉬워서 동영상 편집하는 걸 배워볼까 고민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이번 탐험에서도 다양한 영상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반도 하고 급류를 타기도 하고 사막과 빙하, 바다를 건너니까 배경도 다르고 행위도 다르고 사람도 다 다르니 이걸 하나로 묶으면 영화가 되지 말란 법이 없죠. 그래서 이번에 영화제에 출품하겠다는 목표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사진출처 남영호닷컴.

촬영하고 SNS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데 원정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나요. 또 GS칼텍스가 후원하고 홍보도 맡았는데, 상업적인 색채로 인해 원정의 의미가 훼손될 수도 있을까 걱정하진 않았나요.
전혀요. GS칼텍스에서 후원은 했지만 따로 요구한 게 없었어요. 남영호닷컴 홈페이지도 기업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탐험을 홍보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탐험이라는 건 후원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데 후원받은 걸 숨길 필요도 없다고 봐요. 오히려 비주류였던 탐험을 대기업이 후원했다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봐요. 동료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촬영하고 SNS에 올리는 건 진행팀이 따로 있어서 힘들지 않았어요. SNS로 소통하는 게 형식이 가벼워 보일 순 있지만 중심을 잘 잡으면 의미가 훼손되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아직도 탐험을 목숨 걸고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탐험은 제가 즐거워서, 즐겁기 위해 하는 겁니다. 10대 사막도 제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한 약속이에요. 10개를 다 안 갈 수도 있어요. 꼭 해야 하는 건 없어요. 모험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그 의미를 나누면서 제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탐험을 하는 겁니다.

사진출처 남영호닷컴.

원정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이번에는 바람과 물이 저를 애태웠어요. 산타크루즈 주에 들어서니 도로표지판에 나무가 날아가는 그림이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곧이어 알 수 있었죠. 열흘 넘게 평균 시속 60km 이상의 바람이 불어왔어요. 바라크라바를 하지 않으면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80km의 바람이 불자 걷는 게 힘들어졌고 최대 돌풍이 불 때는 120km까지 불어서 자전거랑 같이 공중에 붕 떠서 날아가기도 했어요. 차가 전복되는 일도 많습니다.

마젤란과 비글 해협은 카약을 타고 건널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훈련도 하고 마젤란 해협에 가기 전에 호수에서 연습 삼아 타보기로 했죠. 그런데 호수라고 해도 길이가 100km가 넘는 곳이었어요. 바람이 불자 집 채 만한 파도가 생겼고 카약이 뒤집혔어요. 동료 대원은 저를 보지 못하고 앞으로 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다시 저에게 오는 길에 뒤집혀 버렸어요. 계속해서 파도가 치니까 카약 위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30분 정도를 계속 시도만 하다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대훈 대원이 드라이 슈트에 물이 들어가면서 저체온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주변을 둘러봐도 시커먼 파도만 보이고 뭍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다 천만다행으로 대훈 대원 카약과 제 카약이 만났어요. 서로 카약을 잡아주면서 2인 1조로 해서 겨우 올라왔어요. 그런데 아무리 노를 저어도 앞으로 가지 않는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대훈 대원의 카약 안에 물이 들어와 점점 가라앉고 있었고요. 저도 저체온증이 와서 체온이 32도까지 내려갔어요. 정말 여기서 죽겠다 싶었어요.

사진출처 남영호닷컴.

처음으로 구조요청을 했어요. 그리고 얼마 있다 노를 젓지 않고 가만히 있다 보니 바람에 떠밀려 모래톱으로 갈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 옷을 전부 벗고 구조를 기다렸어요. 겨우 구조가 됐는데 제가 실신해버렸죠. 눈을 떠보니 옷을 벗은 채 앰뷸런스에 있고 또 다시 눈을 떠보니 주사바늘이 몸 여러 군데 꽂혀있더라고요.

그 다음에 마젤란 해협을 건너야 하는데 도저히 마음이 허락을 안 하더라고요. 찬물로 샤워하는 것도 싫었어요. 한동안 제가 말을 못할 지경이었으니까요. 마젤란 해협에 가보니 급류가 심해서 모터보트도 못 지나가고 있었어요. 여기에 들어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카약을 타고 마젤란을 건너는 건 다음으로 미뤘어요.

원정 경로. 출처 남영호닷컴.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아요.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요즘은 탐험과 모험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어요. 여행으로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진거죠.
일반 모험 여행과 우리의 탐험은 다릅니다. 비행기를 타고 남극에 가서 일정 구간을 걷는 건 모험 여행이에요. 예전에 탐험에 발들이기를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점점 발을 들여놓는 추세인거죠. 나쁘지 않다고 봐요. 재미를 찾아가는 건데 말릴 이유도 없고 좋고 나쁜 게 어디있겠어요. 또 다양하다는 건 아름다운 거잖아요. 다양성 차원에서도 좋아요.

파타고니아를 여행으로 가는 사람도 많은데요. 지금까지 알려진 파타고니아와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밟고 오신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파타고니아는 파타고니아가 아니에요. 으레 모레노 빙하와 W 트레킹, 피츠로이, 엘찬텐이 알려져 있죠. 여긴 상징적이긴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10분의 1도 안돼요. 캠핑과 여행 인구가 늘었다지만 여전히 우리가 걸음마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타고니아에는 역사부터 음식, 가우초, 자연 속 동물, 식생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진출처 남영호닷컴.

올해 계획은요.
올해는 리마인드 웨딩처럼 제가 탐험했던 지역 구석구석을 카메라를 들고 갈 거예요. 촬영과 탐험을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어려워요. 그동안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어 다시 가기로 했어요.

저의 경험을 저 혼자만 아는 건 직무유기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후원도 받고 탐험이라는 독특한 행위를 하는데 혼자만의 것으로 사장되게 놔둘 순 없었어요. 예전에 찍었던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을 모아서 전시할 거예요. 제가 직접 도슨트도 되고 누구나 편안하게 들릴 수 있도록 만들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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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주 2017-02-09 23:39:19
완전 멋진 분!!! 항상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