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의 미래
텐트의 미래
  • 글 사진 ‘양식고등어’ 조민석 기자
  • 승인 2016.12.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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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고등어’의 텐트 이야기

벌써 2016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주제는 텐트의 미래입니다. 텐트가 등장한 이후 여타의 주거형태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텐트 시장의 숙제는 무엇인지, 앞으로는 무엇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유목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몽골 유목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게르 텐트입니다. 양동이나 굴뚝같은 것만 빼면 수천 년 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텐트의 존재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기원, 혹시 들어보셨나요? 텐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역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존재는 유목민입니다. 몽골의 평야지대에서 게르라는 주거용 텐트를 만들어 사용하던 유목민이나, 북미 지역의 평야지대에서 티피라는 주거용 텐트를 만들어 사용하던 인디언들에게서 텐트가 시작됐다는 학설이 유력합니다. 결국 시작은 유목민이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입니다.

몽골계 유목민과 북미계 인디언의 주거형태에서 오늘날의 텐트와 유사한 형태가 발견됐습니다. 그들의 주거공간은 환경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죠. 강추위 혹은 폭우 등의 기상상황을 안전하게 피하려면 주거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미 지방의 인디언들이 생활하던 티피 텐트의 실내공간입니다.
20세기 초반에 군용 A형 텐트가 등장했습니다. 이때 군용 텐트의 투박한 디자인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 빌 모스입니다. 80년대 빌 모스가 동료들과 함께 수작업으로 도면 프린팅 없이 직접 뼈대를 엮어 만든 것으로 유명한 디퍼 시리즈의 빅 디퍼 텐트입니다. 텐트에 예술이라는 숨결을 불어넣은 텐트입니다.
북미 지역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티피 텐트. 오늘날 티피 텐트는 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중앙에 지주 폴을 세우는 것이 보통인데 인디언이 사용하던 티피는 나뭇가지를 원뿔 벽에 세워 끝의 접점을 묶어 공간을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텐트 스킨은 동물의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들었지요.


유목민의 텐트는 기동성이 중요한 몫을 합니다. 유목민에게 기동성은 필수니까요. 유목민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축을 키우는 것이 식량 조달의 가장 큰 원천인데, 한 곳에 정착해 생활하다 보면 가축이 먹을 풀들이 사라지고, 결국 더 이상 머물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몽골 유목민들은 집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을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게르라는 형태의 텐트를 고안했습니다. 게르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고정된 형태의 주거공간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유목민의 게르는 설치와 철수, 수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텐트에 건축의 개념을 불어넣은 사람도 있습니다. 20세기 중후반 미국의 유명한 철학가이자 건축가였던 버크민스터 풀러입니다. 버크민스터 풀러의 뒤에 있는 구조물이 그가 직접 개발한 지오데식 돔이라는 반구형 구조물인데요, 노스페이스 텐트 개발팀과 협력한 끝에 지오데식 돔 텐트 시리즈로 탄생한 것은 지금까지도 텐트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텐트에 안락한 주거공간이라는 콘셉트가 더해지면 이러한 결과물도 나올 수 있습니다. 모스 텐트의 유사한 구조를 활용해 펜션 형태로 제작한 구조물입니다. 실내는 호텔 객실처럼 잘 꾸며져 있습니다.

텐트의 기동성이 빛을 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두 차례의 세계전쟁과 여러 차례의 원정등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목민의 텐트보다 더 빠른 기동성이 필요해진 거죠. 기동성의 차원에서 텐트는 다른 형태의 주거공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교우위에 있습니다. 이후 군용 A형 텐트가 등장하고 여가활동으로서의 캠핑이 전 세계에 보급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가 텐트라는 소재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텐트가 아니어도 되는 시대는 이미 왔다. 오늘날, 오히려 텐트의 본질적인 기능이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텐트를 사용하는 환경과 유저들이 가지는 특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토캠핑 문화가 성숙하면서 텐트와 함께 발전하고 있는 트레일러입니다. 사진 속 트레일러는 에어스트림 제품인데, 실내는 어느 호텔의 객실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텐트 및 캠핑용품을 펼치고 접는 것이 귀찮다면, 그 대안은 글램핑입니다. 풍성하다, 풍만하다는 의미의 글래머라는 영단어와 캠핑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글램핑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는데, 국내 소재의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군용 A형 텐트가 등장하고 난 후 빌 모스나 버크민스터 풀러 같은 텐트디자이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20세기 초반에는 텐트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성장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텐트에 관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더욱 더 진화한 형태의 주거공간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것이 트레일러입니다. 트레일러로 인해 굳이 텐트를 치지 않아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과연 미래의 텐트가 지향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기동성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근사한 건물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트레일러도 기동성에서는 텐트를 이길 수 없습니다. 텐트는 공간만 있다면 어디에서나 쉽게 설치하고 철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텐트가 주거성의 측면에서 콘크리트 건물이나 트레일러에 밀린다 할지라도 절대우위에 있는 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텐트를 칠 장소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설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칼바람이 들이치는 매서운 히말라야 산맥에 콘크리트 건물을 지을 수도, 반짝반짝 광이 나는 트레일러를 끌고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텐트만이 극한 지역에서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캠핑문화가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지금의 오토캠핑 트렌드 또한 아웃도어 역사에 한 줄, 아니 몇 페이지로 남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캠퍼들이 텐트를 열렬히 사랑해 주지 않았더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기능적인 차원으로만은 설명하기 힘든, 텐트와 함께 즐기는 캠핑의 감성과 낭만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텐트의 기동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군용 텐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야전침대 위에 메쉬 소재의 텐트를 결합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무게는 최대한 경량화시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텐트도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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