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산에서 만난 세 개의 계절
갓산에서 만난 세 개의 계절
  • 글 김희선 브라이트스푼 / 사진 특별취재팀
  • 승인 2016.12.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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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가타현 갓산

센다이공항에서 갓산 트레킹을 도와줄 갓산아사히관광협회(月山朝日觀光協会)의 사토오(佐藤)씨와 만났다. “안녕하세요. 갓산 트레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어로 인사를 전하는 사토오씨의 첫인상에 야마가타가현이 가깝게 느껴졌다. 우리는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야마가타현립자연박물원으로 출발했다. 그 사이에 점심식사를 하고 트레킹을 위해 동네 마트에 들려 간식거리도 준비했다.

첫 번째 일정은 야마가타현립자연박물원. 센터장 마나베(真鍋)씨의 안내로 갓산의 주변 산과 자연식물에 관한 설명을 듣고, 30분 정도 산책을 한 후 숙소 마이즈루야(まいづるや)에 도착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러 산책을 나섰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가 많아지더니 급기야 은하수가 펼쳐졌다. 살면서 이토록 많은 별을 본 것이 처음이라 황홀한 기분이다.

다음날 아침, 갓산 트레킹에 일본인 산악 가이드 오오키(大木)씨와 모테키(茂木)씨가 함께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갓산에 첫 눈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겨울 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꼼꼼히 준비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오전 9시, 드디어 갓산이다. 산은 우리에게 3개의 계절을 내보였다. 해발 1,250m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우리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눈 덮인 설산을 만끽했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길은 집중을 요했다.

일본은 자연보호에 철저한 나라다. 입산을 하더라도 내키는 대로 걸을 수 없다. 오롯이 목도로만 다녀야 한다. 목도는 흙길보다 더 미끄러워 걷기가 쉽지 않았다. 정상을 향할수록 바람은 거세졌다. 구름도 순간순간 이동하는 듯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서있기도 힘들 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정상에는 갓산 신사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곳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고, 마치 우리를 환영하듯 온화한 정상을 보여주었다. 오오키씨와 모테키씨는 끝없이 우리 팀의 체력과 상태를 체크했다. 따뜻한 물을 마시라고 조언하고, 보온을 위해 옷을 더 챙겨 입으라고 당부했다. 지속적으로 우리를 관리하며 안전에 신경 쓰고 있었다. 휴식과 기념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서둘러 정상에서 내려왔다.

오오키씨와 모테키씨, 갓산아사히관광협회의 사토오씨가 끝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떤 루트로 하산을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했다. 하산 루트는 유도노신사(湯殿神社)쪽을 배제하고 우시쿠시(牛首)~우바사와 등산로(姥沢登山口)로 결정됐다. 일행의 이동 속도가 다소 느린데다 날씨가 급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이 이어졌다. 눈이 얼음이 되어 얼굴로 쏟아지는 느낌이다. 바람이 불어 서있을 수도 없는데 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아름다운 단풍이 가득한 야마가타의 풍경이다.

우시쿠비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날 묵은 숙소 마이즈루야에서 준비한 도시락이다. 오니기리 2개 그리고 몇 가지 반찬들을 따뜻한 물과 함께 먹으며 언 몸을 녹였다. 30여 분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는 목도를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조심조심 하산하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는 순간, 바람이 멈춰 따뜻하기까지 하다.

갓산 정상을 바라보니 구름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오오키씨는 일주일 전에도 갓산 산행 가이드를 했지만 정상에는 가지 못했다고 했다. 바람과 안개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어 그대로 하산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우리 팀은 행운이 따라 정상을 무사히 밟을 수 있었다.

하산하는 도중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비겠거니’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비가 내렸다. 루트를 변경해서 하산을 결정한 것이 다행스러운 순간이다.

산에 오를 때면 처음에는 산의 아름다움, 자연의 경이로움에 반한다. 그리고 결국 사람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풍파를 함께 이겨내서 안전하게 서로 돕고 걱정하는 마음을 배운다. 우리는 함께 했기에 이 아름다운 갓산을 걸을 수 있었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보내며, 벌써 갓산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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