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니는 첨탑 궁전…미국 유타주 브라이스 캐니언
신들이 노니는 첨탑 궁전…미국 유타주 브라이스 캐니언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6.04.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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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S TRAVEL NOTE

자동차에서 내리자 1분도 채 안 걸려 난간에 닿았다. 눈앞으로 아찔한 낭떠러지가 내리 꽂히고 그 아래로 각양각색의 흙기둥이 셀 수 없이 펼쳐지는 풍광은 현실인지 꿈인지 생각조차 못할 만큼 감동적이다.

미국 유타주 남서쪽에 위치한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은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채 늘 같은 자리에서 아름다운 위용을 자랑한다. 그랜드캐니언이 남자의 강인한 위용을 보여준다면, 브라이스 캐니언은 여성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만큼 아름다운 첨탑들이 줄줄이 늘어선 풍경은 너무나 기이하다.

신이 주황색·분홍색·보라색·회색·검정색 등 무려 50여 가지 다양한 색깔이 가득한 흙을 빚어 마음껏 채색한 듯한 이곳 첨탑 궁전에는 ‘절대자가 살고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색의 스펙트럼과 빛의 파노라마가 하나 된 이곳 풍광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지금부터 4천만 년 전, 오늘날의 브라이스 캐니언이 지질학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이 2억 년 전에는 깊은 바다 속 심해였다면 믿어지는가. 브라이스 캐니언은 영겁의 세월 동안 바다 속으로 차곡차곡 유입된 토사들이 각각의 지층을 만들고 어느 날 대륙이 융기되며 육지로 거듭났다.

해저에 잠겨있던 지층은 찬란한 대자연의 스펙트럼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다만 4천만 년 전 육지로 떠올랐을 때 이곳에는 지금과 같은 흙기둥 첨탑들은 없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곳 지형은 고원지대로 홍수와 바람이 거듭되며 부실한 흙은 그대로 쓸려나가고 단단한 사암과 석회층은 비를 만나 단단하게 굳어가다 첨탑이 됐다. 여기에 고지대라 더욱 긴 겨울은 첨탑을 꽁꽁 얼게 만들었고, 봄이 되면 녹아 균열이 생겼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가 지금의 찬란한 브라이스 캐니언을 만들었다.

인간이나 동물도 진화하듯 말없는 자연도 진화를 거듭한다. 그리고 진화의 결과물인 화려한 첨탑들은 오늘도 하늘을 향해 ‘누가 더 키가 큰 가’ 내기하듯 줄지어있다.

아찔한 돌기둥 첨탑 사이로 난 길은 걷는 것만으로 오싹하다. ‘구불구불 좁은 기둥 사이를 걷다가 갑자기 이 높은 돌기둥이 무너진다면’ , 혹은 ‘첨탑마다 머리 위에 짊어지고 있는 바위가 갑자기 떨어진다면’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불안을 야기한다. 첨탑 아래 미로처럼 이어진 길은 그렇게 인간에게 냉정과 절제를 요구한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시의 때 묻지 않은 신비와 순수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Andrew Coffee Factory와 에빠니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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