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氏 끌어안기…한 손에는 똑딱이-서울숲공원
봄볕 氏 끌어안기…한 손에는 똑딱이-서울숲공원
  • 글 이슬기 기자|사진 이슬기, 이아르미
  • 승인 2016.03.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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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 TRAVELER

하얗게 부서진 햇발이 버스 창 너머 강물 위로 쏟아진다. 반짝이는 윤슬을 멍하니 건너보는데 문득 귀에 꽂히는 익숙한 노랫말.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며칠 새 바람결이 제법 나긋나긋해졌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라디오에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야흐로 공식적인 봄의 선언이다. 전화기를 꺼내 가장 먼저 떠오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봄이다. 나와.’

▲ 바람이 나긋나긋해진 어느 오후, 다가오는 봄을 맞으러 서울숲공원을 찾았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나가야지

귀를 간질이는 봄 노래에 마음이 설레는 건 봄 자체로 이미 사랑스럽고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봄날은 더욱 짧고, 보내고 나면 늘 아쉽다. 서둘러서 봄맞이 나들이를 떠나볼까 했는데, 벚꽃은 한참 이른 데다 봄철 명소들도 아직은 휑하다. 이미 마음은 한껏 들떠 어디론가 떠나긴 해야 할 상황, 누군가 SNS에 올린 서울숲공원 나비체험장 동영상을 보고 단박에 정했다. ‘봄엔 역시 나비지!’

▲ 서울숲 입구에 자리한 군마상. 이곳은 원래 경마장이었다.

▲ 곤충식물원에는 나비를 비롯해 파충류, 수생식물 등 1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서울 시내로의 여행은 바리바리 짐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좋다. 튼튼한 두 다리와 편한 운동화, 조작이 쉽고 간편한 똑딱이 카메라 하나면 끝. 여기에 하루 여정을 더욱 유쾌하게 해줄 좋은 벗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일정엔 기자의 오랜 친구 아르미가 함께 하기로 했다.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한 서울숲공원은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서울숲역 3, 4번 출구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가깝다. 4번 출구 근방에는 서울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있어 원한다면 공원을 자전거로 돌아볼 수도 있다. 뚝섬역 8번 출구로 나오자 미리 온 아르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 따듯한 봄만큼이나 반갑다.

▲ 식물원 내부에는 희귀한 열대 식물과 아열대 식물이 뒤섞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 따스한 온기와 녹음으로 가득한 온실 식물원.

온몸으로 봄볕 끌어안아 보기

뚝섬역에서 서울숲까지는 보통 걸음으로 약 10분 정도. 길 찾기에 자신이 없다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갤러리아포레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 편하다. 서울숲공원 16개 입구 가운데 3번 입구로 들어서자 봄맞이 소풍을 나온 꼬마둥이들로 눈이 환해진다. 올망졸망 모인 아이들이 첫나들이에 나선 노란 솜병아리떼 같다. 요리조리 굴러가는 까만 눈동자들 안으로 계절이 고스란히 담긴다. “까르르.” 얼굴마다 떠오르는 해사한 웃음은 양지바른 곳에 활짝 핀 개나리를 닮았다. 그래, 너희가 바로 봄이구나.

스케이트파크 뒤편 길을 따라 2번 입구 쪽으로 내려가니 군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동적인 말들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이쪽으로 달려올 것만 같다. “여기는 원래 서울 경마장이었어. 그래서 그 기념으로 여기 이 동상을 세웠대. 인제 저쪽에 조각공원 보러 가자.” “너랑 오기 잘했다. 가이드 투어 수준인데?” 아르미는 6년 차 성수동 주민이라 공원 안을 제 손바닥만큼이나 훤히 알고 있었다. 역시, 여행은 로컬과 함께 하는 게 제맛이다.

▲ 창 너머로 빛나는 햇살. 나들이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똑딱이 사진가들.

공원 안을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몸에 살짝 열이 오를라 치니 기분 좋게 산들바람이 분다. 낮 최고기온은 16도쯤. 이른 봄날을 만끽하기에 완벽한 날씨다. “와, 지금 돗자리 딱 펴고 누워 있으면 진짜 천국이 따로 없겠다.” 잠깐이라도 드러누워 몸 구석구석 광합성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딱 5분만 누워 있자.” “콜.” 하늘은 한없이 깨끗한 쪽빛이다. 잔디 위로 팔다리를 한껏 펴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봄볕을 온몸으로 껴안는다. 따뜻하다.

거인상 뒤 숲 속 놀이터 너머로 오늘의 주 목적지인 곤충식물원이 보인다. 사실 공원의 풍경은 아직 완연한 봄이라하기에 2% 부족하다. 다만 텃밭 한쪽에 새싹을 틔워낸 이름 모를 작물에서 가까워진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이 영영 안 끝날 것 같더니, 벌써 또 4월이네.” “그렇지, 시간 정말 빨라. 그러고 보니 너랑 나랑도 벌써 16년 됐어.” “꺄! 그런 거 세지마. 징그러워!” 괜스레 웃음보가 터졌다. 아까 만난 아이들의 웃음이 어느샌가 여기까지 전염됐다.

▲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의 미소가 봄볕만큼이나 반갑다.

▲ 식물원 안에서 고운 꽃을 발견했다.

사진 입문자들, 똑딱이 고군분투기

푸른 정원 안, 수많은 하얀 나비가 춤추듯 날갯짓하는 모습을 담은 그 문제의 동영상은 마치 영화 속 풍경 같아서 우리 안의 ‘소녀’스러운 무언가를 제대로 자극하고 말았다. 홀린 듯 한달음에 나비 정원으로 달려갔지만 5월 개장이라 아직 들어갈 수 없단다. 이미 확인하고 온 사실인데도 괜스레 미련이 남아 나비정원 안쪽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손님맞이 채비를 못 한 정원 안은 아직 횅댕그렁하다.

나비 정원과 붙어 있는 서울숲공원 곤충식물원은 유리 온실로 된 2층의 실내 식물원이다. “어서 오세요.” 살가운 인사를 받으며 입구로 들어서자 따스한 온기와 함께 그리웠던 푸름이 눈앞에 쏟아진다. 희귀한 열대 식물과 아열대 식물이 뒤섞여 있는 이곳에서는 금호 같은 대형 선인장부터 케리안드라, 커피나무 등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식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2층 나비생태장 입구에서 한 컷.

식물원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생초보 사진가 둘은 연신 셔터 세례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녹음을 멋지게 담아내고 싶지만, 보기 좋은 구도를 잡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저앉아도 보고 까치발도 들어보지만 턱없다. 결국, 이미 다녀간 실력자들의 사진을 흉내 내기로 했다. 자세히 뜯어보니 핀이 나가거나 흔들린 하자투성이지만, 얼핏 보면 또 그럴싸하다. 역시, 오토매틱 모드는 위대하다.

“우와, 무당개구리다!” 이곳 식물원은 고슴도치, 이구아나, 우파루파 등 100여 종의 흥미로운 곤충과 동물들까지 만나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훌륭한 생태학습교실이 돼 준다. 수조에 가까이 다가가니 무당개구리도 이쪽 벽에 붙어 우리를 찬찬히 관찰한다.

▲ 나비를 사진에 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니 대망의 나비생태장이다. 두툼한 발을 제치고 머리를 내밀었더니 하늘하늘한 배추흰나비가 바로 눈앞으로 지나간다. 영상에서 봤던 그 장면이다. 여린 나비들이 무리 지어 온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생태장 안쪽에는 ‘나비가 바닥에 앉아 있으니 조심하세요’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이곳 나비체험장은 나비정원이 개장하면 문을 닫는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나비를 사진기에 담는 일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고난도다. 커다란 렌즈를 멘 사진가에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하면 나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요?” “나비가 잠깐 앉았을 때 찍으려거든 금세 날아가 버려요. 꿀을 빨려고 꽃을 딱 붙잡았을 때, 그때 찍어야지.” 일 년에 서너 차례씩 이곳을 찾는다는 사진작가분을 따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역부족이다. 오늘은 기자에게 가장 익숙한 사진기인 두 눈에 담는 걸로 만족하고, 다음번에 똑딱이 사용법을 더 연마해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기다려라. 나비들아.

나비체험장 출구로 내려오면 다시 식물원으로 연결된다. 진달래같이 고운 부겐빌레아 꽃 앞에서 노부부가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할머니 두 볼에 물든 연지 색깔이 분홍색 꽃잎보다 더 곱다.

▲ 파충류 전시관에서 우파루파를 만났다.

▲ 진달래를 닮은 분홍빛의 부겐빌레아 나무 아래서.

꽃사슴을 위하여

곤충식물원에서 나와 소원의 폭포를 왼쪽에 두고 쭉 걷다 보면 꽃사슴먹이주기 행사장 표지판이 나온다. “근데 아직 꽃사슴도 없는 거 아닐까?” “아냐, 지난달에도 보고 왔어. 저기 봐.” 펜스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보니 저쪽에 꽃사슴이 있는 게 틀림없다. 펜스 옆 자판기에서는 꽃사슴에게 줄 수 있는 먹이를 1,000원에 판매한다. 이 이외의 먹이를 주는 것은 금지다.

펜스 안으로 손을 내밀자 꽃사슴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일본 사슴공원처럼 펜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쉽다. 사람 손을 많이 탄 탓인지 쓰다듬는데도 가만히 있다. 코가 축축한 수컷 꽃사슴의 뿔이 모두 잘려 있었다.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서겠지만 괜스레 미안하고 안쓰럽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봄이 꿈틀대는 언덕에서 뛰놀고 있었을 텐데. 먹이를 한 개 더 뽑아 먹인다. “이것 밖에 해줄 게 없구나. 다음 생엔 꼭 금수저 사슴으로 태어나서 넓은 집에서 살아!”

▲ 이구아나와 거북이.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눌렀는데 가장 잘 찍혔다.

“오늘 재밌었어.” 생태숲 오솔길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어느새 다시 회색 길 위다. “사실 여기 몇 년 째 오면서 곤충식물원은 있는 줄도 몰랐거든. 무료라서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생각보다 알차고 좋더라. 특히 나비생태관. 덕분에 진짜 봄 잘 느끼고 간다. 여기 벚꽃 철에 꽤 괜찮아. 그때 다시 오자.” “나야말로 고맙다, 친구야. 귀한 시간 내줘서. 근데 5월호는 어디가 좋을까?” “먼저 갈게.”

누군가 그랬다. 언젠가 봄이라는 계절이 없어져 버렸을 때, 벚꽃 엔딩을 들려주며 봄이란 이런 거라고 얘기해주겠다고. 흩날리는 벚꽃 아래 연인들의 두근거림, 공기 속 희미한 봄비 냄새,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스치는 봄바람, 그리고 오늘 끌어안은 봄볕의 느낌을 잊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말로 언젠가는 이 모든 게 그리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마음껏 느끼자고.

▲ 펜스 너머로 만난 꽃사슴. 먹이가 다 떨어지자 혀를 내밀고 사라졌다.


 

캐논 G5X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면서 혹자는 똑딱이의 시대가 끝났다고들 한다. 하지만 요즘 똑딱이를 모르고 하시는 말씀. DSLR과 견주어도 결코 꿀리지 않는 스펙 빵빵 똑딱이의 레전드는 살아있다. 이번 봄나들이에 캐논 G 시리즈의 G5X, 눈길 한 번 줘보자.

최대조리개 F2.8
광학줌 4.2배
화소 2020만화소
무게 353g
접사거리 5cm
저장매체 SD, SDHC, SDXC
화면크기 7.62cm
최대ISO감도 ISO 12800
최소셔터스피드 1/2000초
최대연속촬영속도 5.9매
최대동영상프레임 60프레임
최대 동영상크기 1920x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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