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시장은 대기업 춘추전국시대
아웃도어 시장은 대기업 춘추전국시대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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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제일모직 <라스포티바>로 아웃도어 시장 진출 초읽기

현재 엘지패션·휠라코리아·이랜드 등 대기업 경쟁 활발

수많은 브랜드들의 각축장인 아웃도어 시장. 패션 시장보다 더 치열한 곳이 바로 아웃도어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늘 꽂을 자리도 없는 곳’이 아웃도어 시장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발 경제위기로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왔을 때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여전히 브랜드들의 활발한 진출과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아웃도어 시장에 최근 들어 대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007년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이듬해인 2008년에는 1조8000억원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2009년에는 2조원을 웃도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한 것이다. 시장이 점차 커지는 원인은 등산 인구의 꾸준한 증가 때문이다. 별도의 비용 없이 건강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등산이 전국민의 아웃도어 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등산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의 3분의 1이 등산을 즐긴다는 소리다. 이 사람들이 등산용품을 하나씩만 산다고 가정해도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황금알을 낳는 아웃도어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때문일까.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의 아웃도어 진출도 활발해졌다. 엘지패션의 <라푸마>, 휠라코리아의 <휠라스포트>, LS네트웍스의 <잭울프스킨>, 이랜드의 <버그하우스> 등 많은 대기업들이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0년 국내 최대의 기업 삼성그룹이 이 대열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매출 4조원에 육박하는 삼성그룹의 계열사 제일모직. 정통 유러피안 스타일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빈폴>과 남성복 <갤럭시> <로가디스> <빨질레리>, 여성복 <구호> <르베이지> 등을 전개하는 제일모직은 명실공이 한국 최고의 패션 기업이다. 거대 자본과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한국의 패션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제일모직이 아웃도어 시장 진입을 위해 선택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이탈리아의 <라스포티바(La sportiva)>다.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산물, <라스포티바>
<라스포티바>는 1920년대 초반 이탈리아 돌로미테 인근에서 런칭한 브랜드다. 근처 농부와 벌목꾼들을 위해 가죽구두와 나막신 등을 만들면서 입소문이 났고, 1928년 밀라노 산업박람회에 신발을 출품하면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창업자인 나르시소 델라디오(Narciso Delladio)는 2차 세계대전 동안 수제 등산화를 만들어 육군에 공급했고, 이 시기에 끈 매기 방식(Lacing System)을 고안해 특허를 받는다. 

이후 1950년 아들 프란체스코 델라지오(Francesco Delladio)가 이탈리아 테세로 근교에 큰 공장을 지으면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한 <라스포티바>는 스키 부츠를 대량 공급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판매를 기록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 <라스포티바>는 스키 부츠 대신 등산화 개발에 집중한다. 이후 80년대 프리클라이밍이 유행하면서 암벽화를 개발했고, 당대 최고 클라이머인 하인즈 마리아처(Heinz Mariacher)의 자문을 받아 암벽화 ‘마리아처’를 선보인다. 이 암벽화는 대성공을 기록했고 이후 다양한 모델의 암벽화를 연이어 출시한 <라스포티바>는 세계적인 암벽화 브랜드로 급부상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 돌로미테 인근 지아노(Ziano)에 현대적인 공장을 완성한 <라스포티바>는 오늘날까지 테크니컬 등산화의 선구자이자 리더로서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다. 

제일모직, 명품 이미지의 <라스포티바> 선택
제일모직이 <라스포티바>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모직 홍보팀의 양희준 과장은 “무엇보다 긴 역사와 더불어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명품’ 이미지와 국내 전문 산악인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는 점이 큰 이유”라고 밝혔다. 치열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마케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브랜드 네임벨류.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라스포티바>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제일모직의 선택을 받은 주요한 이유다. 

제일모직 아웃도어팀은 <라스포티바>와의 계약을 앞두고 지난 2월 이탈리아 현지 본사를 직접 방문해 대략적인 사업 구상을 조율했다. 또 유럽의 아웃도어 시장 조사와 함께 글로벌팀원들과 알프스 워크숍을 떠나 제품을 직접 테스트하고 앞으로의 제품 라인을 기획하는 등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라스포티바>가 전문 암·빙벽화와 트레킹 슈즈 등 신발 라인만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제일모직은 라이선스를 획득해 다양한 의류 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양희준 과장은 “<라스포티바> 본래의 이미지를 살린 전문 등반 의류와 트레킹·러닝 등의 활동에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제품, 타운에서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제품 등 다양한 라인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아웃도어 시장의 대기업 진출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됐다. 매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는 시장이기에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도 아웃도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웃도어 1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FnC코오롱의 <코오롱스포츠>와 후발 주자로 나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LG패션의 <라푸마>, LS네트웍스의 <몽벨> <잭울프스킨> 외에도 올해 야심찬 출발을 예고한 휠라코리아의 <휠라스포트>까지, 아웃도어 시장은 이제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제일모직이 합류한다면 아웃도어 시장의 향방은 춘추전국시대다. 기존의 대기업들이 선전했던 것만큼 제일모직이 <라스포티바>로 성공할 수 있을지, 아웃도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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