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봄맛, 느껴볼랑가?
남도의 봄맛, 느껴볼랑가?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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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보성 ④ 맛기행

녹차 먹여 키운 녹돈, 비릿한 뻘내음 벌교꼬막, 새콤달콤 바지락회

코끝을 살랑이는 봄바람이 남도를 감싸 안는다. 톡톡 터지는 벚꽃을 보고 아이들은 저들끼리 ‘팝콘나무’라며 반가워하고, 푸르게 물들어 가는 차밭이 마냥 신기하다. 전남 보성으로 떠난 봄맞이 여행에서 만난 별미 삼총사 녹차먹인 돼지고기, 벌교꼬막, 그리고 바지락회가 남도의 봄맛을 전한다. 


맛하나, 녹돈
“녹차를 먹고 자랐어요, 꿀꿀!”

‘차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보성은 기온이 연중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데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해양성기후 덕분에 우리나라 차 재배의 최적지로 일컬어진다.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에 30ha로 시작한 차밭은 현재 1000ha가 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니 차밭을 빼고 보성을 얘기할 수는 없게 됐다. 

차는 제조 방법이나 시기, 발효정도, 형태, 재배지역, 품종, 재배방법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서도 이름을 달리하는데, 곡우를 전후해 딴 것을 첫물차라 하고 이후 두물차, 세물차, 끝물차로 나눈다. 또, 찻잎의 발효 여부에 따라 불발효차, 반발효차, 발효차로 구분하기도 한다.

풍부한 차밭 덕분에 보성에서는 차, 그중에서도 녹차와 연관된 음식들을 제법 만날 수 있다. 대한다원이나 봇재다원 등에서 녹차 시음을 비롯해 녹차아이스크림·녹차과자 등을, 다원 사이사이와 보성 읍내에서는 녹돈·녹우를 맛볼 수 있는 녹차 음식전문점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돈? 녹우? 이름 그대로 녹차를 먹여 키운 돼지와 한우를 뜻한다. 돼지와 한우가 녹차를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워낙 녹차가 흔하기 때문일까. 사료에 녹차를 섞어 먹인단다.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자랑하는 녹차를 먹여서 키웠기 때문일까. 녹돈과 녹우는 육질이 연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일반고기보다 적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특유의 고기 냄새가 나지 않아서 후각에 예민한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고. 

연하고 부드럽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기 때문일까. 연한 것도 같고, 부드러운 것도 같다. 하지만 그리 큰 차이를 설명하기엔 세치 혀가 너무 짧다. 차가루가 뿌려져 나온 녹돈은 우선 눈으로 담백함을 전한다. 덕분에 느끼함이 덜하다. 

녹돈 전문점으로 대한다원 초입에 자리한 차목원(061-853-5558), 보성 읍내의 녹차향기(061-853-0055), 녹황우(061-852-3337), 녹차골보성녹돈(061-853-3222), 특미관(061-852-4545), 녹차먹인돼지(061-853-3399) 등을 많이 찾는다. 1인분에 9000원선. 녹차수제비(6000원), 녹차꼬막비빔밥(6000원) 등도 맛볼 수 있다. 


맛둘, 벌교꼬막
“벌교꼬막 한번 맛보면 잊을 수가 없당게요!”

전남 보성의 벌교 사람들은 “감기 석 달에 입맛은 소태같어도 참꼬막 맛은 변치 않는다”며 참꼬막 자랑이 대단하다. 이곳에서 나는 참꼬막은 유난히 쫄깃하고 깊은 맛을 내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다고 하니 그 자랑이 허풍만은 아닐 게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탱글탱글 쫄깃한 참꼬막을 맛볼 수 있다. 예전에는 11월만 넘기면 꼬막구경이 밥구경만큼 쉬워서 “물인심 다음으로 후한 것이 꼬막인심”이었다는데, 너무 유명해져버린 지금은 1kg에 9000원~1만원을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으니. 아쉬울 뿐이다.

꼬막은 자연산 참꼬막과 양식된 새꼬막, 그리고 피꼬막 세 가지로 나뉘는데,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참꼬막을 으뜸으로 친다. 골이 거의 없고 줄무늬만 있는 새꼬막은 똥꼬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삶아서 밑반찬으로 주로 먹는다. 그래도 똥꼬막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참꼬막과의 위상 차이를 실감케 한다. 애기 주먹만한 크기의 피꼬막은 살짝 양념장을 해서 회로 먹는다. 아삭아삭하니 애주가들이 첫손에 꼽는 귀한 안주다.

자, 이 맛있는 꼬막을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 벌교 토박이 거시기꼬막식당의 오승인 사장이 “오동통한 참꼬막은 그냥 삶아가지고 먹는 게 최고에요잉. 새꼬막은 구워서도 먹고 무쳐서도 먹지”라며 꼬막 맛있게 삶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는 냄비에 물을 여가지고 물이 확 끌면 불을 꺼부려요. 글고 냄비 뚜껑을 열고 김이 확 나가면 고때 씻어놓은 꼬막을 넣고 뚜껑을 덮어요잉. 2분 정도 있다가 저 밑에서 꼬막을 하나 까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면 바로 소쿠리에 부어버려요잉. 우리 어머니들은 꼬막을 삶는다고 안코 데친다고 했어요잉. 나물 데치는 것처럼.” 

벌교 읍내의 거시기꼬막식당(061-858-2255), 국일식당(061-857-0588), 현부자네꼬막정식(061-857-7737) 등에서 5월 산란기 전까지 제철 꼬막을 맛볼 수 있다. 삶은 꼬막과 꼬막무침 등이 나오는 정식은 1만2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정도 한다. 1kg에 새꼬막은 5000원, 제사상에도 오르는 귀한 참꼬막은 9000원에서 1만원, 양념장을 뿌려 회로 맛보는 큼직한 피꼬막은 1만5000원선이다.


맛셋,바지락회
아쌀한 ‘초’맛이 관건, 새콤달콤 바지락회 

남도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엄동설한에도 결코 얼어붙지 않을 것만 같은 곳, 가장 먼저 봄이 시작되는 곳. 따뜻한 바람이며, 포근한 땅이 머무는 곳. 그리고, 정말이지 맛있는 먹을거리들이 풍부한 땅이니까. 

가만 생각해보니 남도음식이 유명한 까닭은 아무래도 그네들이 갖춘 자연환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천혜의 자연환경은 인간에게 다양한 감수성을 선사했고, 이는 풍부한 음식과 문화의 탄생으로 연결됐을 것이다. 산과 차밭, 그리고 바다와 뻘을 품은 전남 보성 역시 그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았다. 

보성은 내륙의 차밭과 바닷물이 드나드는 벌교의 갯것, 그리고 남해와 닿아있는 율포의 해산물이 유명하다. 특히 봄철 3~5월에만 맛볼 수 있는 바지락회는 미나리와 식초로 상큼한 맛을 낸 별미다. 또 바지락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으로 특히 식욕회복에 좋다고 해 건강족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율포 근처에 가면 바지락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제법 있다. 벌교 읍내에서 꼬막을 맛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율포 앞바다에서 캐온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지락은 우선 소금물에 담가서 해감을 하고 살짝 데친다. 그 다음 미나리와 갖은 야채를 넣고 초고추장 양념을 해서 무치는데, 집집마다 이 ‘초’를 다르게 써서 맛의 차이가 난다. 집에서 만든 ‘집초’를 쓰기 때문이다. 

살짝 데친 바지락과 미나리와 집초가 들어간 양념장을 무쳐 낸 것이 바로 바지락회. 여럿이 둘러 앉아 쓱쓱 비벼 먹을 수 있는 간단하고도 푸짐한 음식으로 가족들이나 동네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먹었을 모습이 그려진다. 바지락을 넣고 맑게 끓여낸 바지락국까지 더해지면 안주로도 훌륭했으리라.

바지락회는 보통 3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셋이서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새콤달콤한 바지락회는 밥에 쓱쓱 비벼먹기에도 좋다. 율포해수욕장 근처 행남횟집(061-852-8072), 만리회관(061-852-8025), 해돋이횟집(061-852-6790)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봄에는 바지락회,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는 9월 중순부터는 전어회를 맛볼 수 있다. 철에 맞는 각종 활어회도 함께 맛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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