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손맛의 유혹, 겨울 감성돔
짜릿한 손맛의 유혹, 겨울 감성돔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6.01.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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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두미도

두미도는 경남 통영시 욕지면에 있는 유인섬이다. 섬 모양이 머리와 꼬리가 달린 생물과 비슷하다고 하여 부르게 된 두미도는 낚시터로 명성을 날릴 만큼 갯바위가 수려하고 훌륭한 어장을 갖추고 있어 사시사철 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여름에는 쿠로시오 해류가 닿아 난류성 어종인 벵에돔과 돌돔이 잘 낚이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감성돔과 볼락이 잘 낚이는 천혜의 섬 포인트다. 성난 파도와 칼바람이 염려됐지만,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춥지 않아 쾌적하고 즐거웠다. 다만, 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350km 정도 되는 거리가 부담스럽다. 운전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배는 정오에 출항한다.

기다리기보다 알고 가라
삼천포항에서 뱃길로 약 40~45분을 달려 두미도에 도착하자 배는 기수를 틀어 두미도 북쪽 방파제 옆 갯바위에 우릴 내려줬다. 먼저 짐을 놓고 바다 상황을 살피는데 맑지도 어둡지도 않은 비취색의 뽀얀 물색과 갯바위 주변으로 살랑살랑 일고 있는 포말이 왠지 느낌이 좋다. 이런 조건이 부여된 날에는 꽝을 친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성돔을 부르는 바다의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는 건 전적으로 나의 몫. 그런데 웬일인지 입질이 뜸하다. 쏨뱅이, 쥐노래미, 망상어, 볼락, 그리고 독 가시가 위협적인 미역치까지, 감성돔을 제한 거의 모든 잡어가 낚이면서 슬그머니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아직 감성돔이 입질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러려니 하고 애써 넘긴다. 두미도는 오전보다 오후 조과가 뚜렷한 섬으로 특히, 오후 3~6시 사이에 감성돔 입질이 집중된다. 한낮에는 갯바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가 해가 뉘엿뉘엿 기우면서 먹이활동을 위해 갯바위 가장자리로 붙는데 여기에는 감성돔이 좋아하는 김, 따개비, 담치 등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 전운이 감도는 삼천포항.

▲ 편의점 도시락도 갯바위에선 꿀맛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 4시. 앞으로 한 시간 반이 지나면 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 철수 준비를 해야 하기에 슬슬 조바심이 날 때다. 이때 마음을 추스르지 않고 여기 던졌다가 저기 던졌다가 하면, 밑밥이 분산돼 모처럼 맞은 기회를 그르칠 수 있다. 사실 5~6시간을 갯바위에 서있어도 정작 입질 받는 시간은 고작 한 시간에 불과한 것이 감성돔 낚시다. 좋게 말하면 기다림의 미학이고, 나쁘게 말하면 시간을 낚는 취미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붕어낚시처럼 마냥 던져놓고 기다리지는 않는다. 조류에 찌를 흘려 최대한 넓은 지역의 바닥층을 탐색하는데 이때 얻어지는 정보, 예를 들면 수심이 유난히 깊이 팬 물골이나, 반대로 수심 얕은 수중여치를 파악해둔다면, 입질이 집중되는 시각에 효율적인 공략을 할 수 있게 된다. 미끼(크릴)도 수시로 갈아줘야 하고, 미끼의 강탈 여부로 잡어가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지 파악해 둔다.

▲ 삼천포 화력발전소.

첫 감성돔은 일행의 몫

미끼가 따먹히지 않고 그대로 올라왔다. 좀 전만 해도 연신 미끼를 두드리던 잡어 떼가 사라진 것이다. 빠르게 흐르던 조류도 지금은 한풀 꺾였다. 찌는 아기가 기어가는 속도로 보기 좋게 흘러갔다. 이런 바다의 변화가 감성돔 낚시에서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뭔가 이곳에 덩치 큰 녀석이 들어온 것이다. 이때 함께 한 일행의 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사실 나는 두미도를 걸고 저런 장난을 치나 싶었다. 그런데 활처럼 고꾸라진 낚싯대가 춤을 춘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감성돔이다. 일행은 차분히 힘겨루기 한 끝에 40cm급 감성돔을 낚아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무게 1kg가 조금 넘는 준수한 씨알이다. 이날 함께한 일행은 감성돔 낚시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조사지만, 지금은 자신의 감성돔 기록을 경신한 낚시꾼이 되어있었다.

요즘은 뻥치기와 같은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감성돔이 남획되고 있다. 그 바람에 지금 한참 감성돔이 낚일 시기에도 꾼들의 확률은 2할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감성돔을 낚고자 다섯 번을 출조하면 그 중 한 번만 성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분의 기록은 현재까지 세 번째 출조에 모두 손맛을 봤기에 1,000할을 유지 중이다. 그야말로 어복이 따른다. 이날 우리는 한 마리의 감성돔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해가 지면서 반찬감으로 좋은 고등어와 전갱이를 연달아 낚으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 이정도면 준수한 씨알의 감성돔이다.

▲ 겨울에 물오른 제철 감성돔.

괴력의 손맛

다음 날, 나는 일행과 함께 다시 한 번 두미도로 들어갔다. 월요일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이제는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다. 뱃길로 약 40분을 달리자 어제와 변함 없는 두미도가 반갑게 맞아준다. 마을에는 민박집이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두미도에서 며칠간 머무르며 실컷 낚시를 즐기겠다는 생각도 든다. 배는 기수를 틀어 동남쪽으로 향했다. 동남쪽은 그 유명한 욕지도를 비롯해 거칠리도와 노대도 등이 보이는 곳으로 북쪽과 달리 수심이 깊고 깎아지른 절해고도의 웅장함이 돋보인다. 발 밑 수심이 8~9m를 족히 넘기에 이런 곳은 겨우내 감성돔 명당으로 손꼽히는 자리다. 우리가 내린 자리는 6~7m 수심을 보이는 낮은 여밭으로 양쪽에는 홈통이 근사하게 자리잡은 전형적인 감성돔 포인트였다.

▲ 4자 감성돔을 낚은 필자.

▲ 참돔을 랜딩하는 필자.

채비를 마치고 첫 캐스팅을 날린 지 십여 분. 어제와 달리 곧바로 입질이 들어온다. 처음에는 잡어가 문 것처럼 찌가 수면 아래 살짝 잠긴 채 있다가 어느 순간 스르륵 하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양팔은 낚싯대를 힘껏 잡아 들어올리는데 뭔가 바위에 턱하는 둔탁한 걸림이 느껴진다. 마치 들소를 건 것처럼 꼼짝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바다 밑바닥을 향해 치고 달린다. ‘어어’ 하는 짧은 찰나의 순간, 낚싯대가 수면 아래로 고꾸라졌고 드랙은 요란하게 굉음을 내며 역회전했다. 이건 감당이 안 되는 힘이다. 때마침 드랙이 풀려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바닥으로 쿡쿡 쑤시듯 들어가던 녀석이 갑자기 경로를 바꾸면서 내 쪽으로 달려오는 게 아닌가?

서둘러 느슨해진 줄을 감고 천천히 끌어올리는데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끌어올리면 끌어올린 만큼의 두 배를 차고 내려가니 이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레버 브레이크를 연신 풀어줘 녀석이 갈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줄이 버티질 못할 테니. 그러다 전방에 솟은 수중여로 기어들어가는 움직임에 바깥으로 빼내려 한 것이 화근이었다. 낚싯줄은 날카로운 암초 앞에 끊어지는 거미줄일 뿐, 대는 하늘로 힘없이 퉁겨 올랐다. 그게 뭐였을까? 재빨리 머리를 굴려 후보가 될 만한 어종을 떠올리는데 혹돔, 부시리, 참돔일 수도 있지만, 포인트 여건과 녀석의 움직임으로 보아 이번에 낚으면 개인 기록을 경신할 만큼의 대물 감성돔 같았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더니 딱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 일명 빠삐용 참돔(양식장 탈출)인데 기형이다.

▲ 산란에 접어든 쥐노래미는 방생하자.

겨울비도 멈추지 못했던 입질의 추억

이럴 때 시간은 또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벌써 4시 반이나 됐다. 한 시간 뒤면 철수 준비를 하고 서울로 올라가야 하니 이대로 순순히 끝낼 수 없다. 좀 전에 대물을 놓친 이후로 포인트는 잡어 밭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약은 입질이 들어와 복어를 의심했다가 혹시나 싶어 신중히 노렸다. 찌가 수면 아래에 살짝 잠긴 채 움직이지 않아서 녀석이 편하게 흡입할 때까지 좀 더 기다려보는데 막상 낚아보니 기대와 달리 혹돔이다.

이제 철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답답한 가운데 하늘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비를 뿌려댄다. 그 순간 유유히 흐르던 찌가 골골골 하며 쑥 잠겨들었다. 이번에도 혹돔인가 싶어 챔질을 했는데 힘이 가당찮다. 잠시 녀석과 실랑이 한 끝에 수면으로 띄우니 한국의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설레는 은빛이 번쩍이며 올라왔다. 그토록 고대하던 감성돔이다. “한 마리 했습니다.” 이 말이 어찌나 하고 싶었던지. 비록, 대물은 아니지만, 씨알이 준수해 우리 집 딸내미 이유식으로 며칠 분량은 사용할 수 있겠다. 때마침 하늘도 축하해주는지 뿌린 비를 거둔다. 오후 5시, 바다는 또다시 전운이 감돌며 두 번째 감성돔을 내 품에 안겨다 주었다. 함께 한 일행이 혹돔을 낚는 사이 내겐 운 좋게 감성돔이 걸려든 것이다.

▲ 누구나 한번즘 내려보고 싶은 두미도 갯바위.

두미도의 감성돔 시즌은 11~12월이 최대 성수기지만, 1~2월에도 날씨만 좋으면 얼마든지 손맛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날씨가 관건이다. 북서, 북동풍을 피해 갯바위에 내리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파도가 높은 날은 낚시를 삼가자. 채비는 1-530 낚싯대에 2500번 릴, 원줄 2~2.5호, 목줄 1.5~1.7호, g2~2B 사이의 전유동 채비가 잘 먹히며 바람이 불고 조류가 빠르면 고부력 반유동 채비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 B~2B 전유동 채비가 잘 먹힌다.

TIP
두미도 낚시 문의

삼천포 금양낚시 055-832-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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