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는 우습다고 전해라…중국 걷기 마니아 한자리에
-33도는 우습다고 전해라…중국 걷기 마니아 한자리에
  • 주연서 YS라인 대표|사진 첸첸 중국여행뉴스 기자
  • 승인 2016.0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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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중국오대연지전국걷기대회…국내외 223명 참가해 1박 2일 간 오대연지 걸어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2015 중국오대연지 전국걷기대회’가 지난달 26~27일에 열렸다. 26일 아침, 헤이룽장성 샤오싱안링 산맥 남서쪽의 우다렌츠(5대연지) 광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대장정의 걷기 대회가 시작됐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내 16개 지역과 한국·러시아 등지에서 온 223명의 걷기 마니아들이 참석했다.

대회 당일 체감온도는 영하 33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대회 코스는 1720년, 14개의 화산구가 분화한 후 흘러내린 용암이 골짜기를 메워 5개의 석호가 형성된 곳으로 드넓은 들판과 석호가 이어지는 구간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대회가 5개 호수를 도보로 걷는 첫 대회라는 점이다. 매서운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5개의 호수를 가로지르는 일은 현지인들도 엄두를 못 내는 도전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매서운 추위에 걷기가 힘들 정도지만 1km 마다 배치된 스태프들이 참가자들에게 끊임없이 “힘내라”고 외치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 영하 33도의 추위는 모든 것을 얼어버렸다. 내쉬는 숨만으로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얼어붙은 필자.
대회에 참가한 중국인들은 걷기 마니아답게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다. 결국 속도 맞추기를 포기하고 주변의 경관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10km 구간을 지나자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화산구가 나타났다. 중국에는 화산구를 둘러싼 순환길을 걸으면 ‘일년 내내 행운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춥고 지친 가운데서도 좋은 기운을 얻고자 즐거운 마음으로 순환길을 걸었다.

이제 길은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날씨가 워낙 추워 화장실 가기조차 힘든 상황이라 4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걷다 보니 배고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작은 건물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추위에 시달린 사람들이 주최측에서 나눠준 만두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마치 피난민들이 배급소에서 음식을 받아먹는 것 같은 분위기지만 허기를 이길 수는 없는 일. 결국 따뜻한 차와 만두를 맛있게 먹고 다시 옷을 재정비한 후 길을 나섰다. 15km를 지나자 작은 화산구가 연이어 나타나며 황홀한 풍경을 드러냈다. 이제 강추위에도 제법 익숙해져 참가자들과 함께 마지막 통과 지점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출발한 지 어느새 8시간이 지났다. 길은 이제 20km를 지나 목표 지점인 25km에 가까워졌다. 영하 30도를 웃도는 추위에 몸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한 열정으로 가득 찼다.

▲ 추위에 온 몸을 꽁꽁 무장한 참가자들.

▲ 이번 대회에는 필자(오른쪽)를 비롯해 김운경 드라마작가로 함께했다.

이튿날 아침 7시, 여전히 강추위는 계속됐고, 대회는 이어졌다. 숙소에서 1시간 이상을 차로 달려 화산연세이호수 오대연지풍경구에 도착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큰 호수는 눈이 뒤덮여 넓은 광야처럼 보였다. 전날 추위에 혹독하게 당한 터라 철저히 무장한 채 길을 나섰더니 다행히 추위에 다소 무감해진 것인지 걷기가 수월했다.

참가자들이 호수를 가로지르며 열심히 걷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쩍~”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간혹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를 여러 번, 알고 보니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란다. 놀란 마음에 서둘러 호수를 건넜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들었지만 한파에 카메라도, 손도 얼어붙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중국여행뉴스>의 첸첸 기사와 인연을 맺어 사진을 받기로 했다.

둘째날 코스는 총 23km로 오전 7시에 출발해 오후 4시에 끝이 났다. 전날처럼 매서운 추위는 여전했지만 ‘언제 또 이런 추위에 오대연지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자 완주했다는 사실이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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