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라섬오토캠핑장은 서울 근교에 위치한 데다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어 주말이면 찾는 사람들이 많다.

▲ 자라섬오토캠핑장은 북한강 상류를 기고 있어 캠핑과 더불어 카약과 같은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

서울 근교에 캠프장이 늘어나면서 이젠 테마가 있는 캠프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식물원을 메인 테마로 삼은 유식물원, 캠프장에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기 좋은 중도, 공룡테마랜드를 품고 있는 한탄강 등 이런 곳들은 캠핑을 즐기며 또 다른 볼거리와 아웃도어를 할 수 있다. 가평에 자리한 자라섬캠핑장은 캠핑 외에도 카약, 낚시 등을 즐길 수 있고 수도권에 근접해 주말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캠핑장이다. 


5월의 가평은 뜨겁다. 주변이 온통 산자락에 둘러싸여 대지를 덥인 열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분지에 찬 기운을 불어 넣는 것이 북한강 상류로 가평읍에서 조종천을 만나 몸집을 불린 뒤 청평으로 흘러든다. 이 북한강 상류의 물줄기가 만든 모래섬이 자라섬으로 자라의 모양을 닮았기에 그 이름이 붙었다.

자라섬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2004년 이곳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후론 자라섬 일원은 2008년 세계캠핑카라바닝대회가 열리면서 캠핑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5월 첫 주 전국오토캠핑대회가 열린 자라섬은 온통 텐트와 타프의 물결이다. 형형색색의 천으로 수놓아진 야영장에서 나만의 캠프사이트를 찾는 일은 숲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꿀을 찾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다. 

타프와 텐트 천이 수놓아진 명소 자라섬      
‘아이리스’ 세트장 주변에 자리를 잡고 <비젼코베아>의 캐슬과 사각 타프를 쳤다. 이른 아침 자리를 잡은 캠퍼들은 벌써부터 강가로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캠퍼에게 낚시는 1주간 부산하게만 움직이던 정신과 몸을 가만히 강물에 내려놓은 시간이다. 분주함과 서두름이 없이 그저 사색의 바다 속으로 시간의 추를 띄울 뿐이다.

▲ 캠핑의 명소로 꼽히는 자라섬은 공간이 넓다보니 규모가 큰 동호회들의 캠핑 대회 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타프가 제공하는 그늘에 의지해 진한 커피 한잔을 마셨다. 커피는 술과 더불어 캠퍼에게 빼놓을 수 없는 기호식이다. 인스턴트에 익숙해져버린 입맛은 원두커피의 진한 매력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아마도 그것은 속전속결의 생활방식에 빠져버린 몸 탓일 것이다. 캠핑은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 시간이다. 몸 안으로 스며드는 커피 향에 잠시 몸을 맡겼다.

의자에 기대 두 다리 걸치고 마시는 커피, 물론 그 맛은 사무실에서 쫓기듯이 마시는 커피와는 전혀 다르다. 이는 바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포트 로스트를 시작했다. 돼지고기 등심을 더치 오븐에 익혀 샐러드와 로즈마리로 향을 입힌 후, 소스를 찍어 먹었다. 불이 너무 센 탓인지 고기가 너무 익어 다소 퍽퍽하다. 고기의 맛은 씻는 느낌과 육질이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도 캠핑에 동행한 동지들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이다.

포트 로스트를 한 입에 삼키고 섬 중앙 무대에서 열리는 전국대회 행사에 참가했다. 무대 중앙에선 에티오피아 출신의 그룹 ‘아파치’가 인디언 전통의 악기를 들고 나와 경쾌하고 시원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었다. 쿠스코의 곡으로 유명했던 ‘잉카 댄스’와 게오르규 장피르의 연주로 익숙해진 ‘고독한 양치기’ 등 캠프장 안을 울리는 팬플룻의 맑은 소리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를 정도다. 기계식 음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자신들의 전통 악기를 들고 나온 ‘아파치’의 연주는 깔끔한 청량제였다. 5백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선사하는 박수소리에 이들은 자신들의 비밀스런 곡들은 하나하나 풀어 놓은 셈이다.  

▲ 캠프 사이트 옆이 바로 북한강이라 많은 캠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시 시작했다.

캠핑의 밤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대화의 시간
5월은 캠퍼들에게 캠핑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그리 덮지도 않고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일어 따사로운 햇살에 지친 몸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힘을 얻는 것은 별이다. 하지만 우리는 밤이면 우리의 눈과 마음을 달래주던 별을 잊고 지낸지 오래됐다. 도심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밝은 빛 때문에 별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온종일 하늘 한 번 쳐다볼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텐트지로 돌아와 화로에 모닥불을 피우고 <비젼코베아>의 릴렉스 체어에 앉았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는 사실 기댈 수 있어서 좋다. 늦은 밤 적막 속에 빠져든 캠프장은 낮과 달리 부부를 위한 시간이며 공간이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아내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은 그간 묻어 두었던 서로의 소원함을 푸는 시간이며 대화를 통해 서로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타프 주변을 환하게 비추던 불빛이 하나, 둘 꺼지자 자라섬은 별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먹이들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고기들의 물결만이 남았다.

▲ 자라섬오토캠핑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 등을 탈 수 있다.

밤새 춥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새벽녘은 쌀쌀하다. 더위를 못 이겨 밤새 내차던 솜 침낭도 새벽녘에는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다. 8시도 안된 시간이건만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다들 부산하게 철수를 준비한다. 자라섬캠핑장의 장점은 곳곳에 자리한 편의시설들이다. 수세식 화장실도 좋지만 음식찌꺼기를 처리할 수 있는 취사장과 빨래한 옷의 물기를 뺄 수 있는 탈수기,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향긋한 시금치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사이트 옆 ‘아이리스’ 촬영장을 찾았다. 드라마의 인기 탓인지 한글 설명문 아래로 일본어와 중국어 해설문까지 붙었다. 침대와 전화기, 당시 사용했던 오디오와 책상 등 촬영 당시 소품들이 그대로 전시돼 세트장에 들어서면 당시의 촬영 현장에 서 있는 기분이다. 세트장 한쪽은 안락한 소파까지 배치된 휴게소로 맞은편의 세덕산과 북한강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휴게소 한쪽에는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을 위해 시음용 막걸리까지 가져다 놓았다. 가평은 예로부터 잣이 유명한 곳이다. 이에 최근에 개발한 술이 가평 잣 막걸리로 달콤한 맛과 잣 향이 일품이다. 막걸리는 세트장 2층의 휴게소를 찾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잔씩 마시다보니 이내 동이 나고 말았다.

▲ 밤이 되면 캠프장은 화롯불 주위에 모여앉아 늦은 밤까지 사랑을 나누는 가족들로 인해 불이 꺼질 줄 모른다.

가족의 화목을 위해 짐을 싸는 캠퍼

▲ 캠프장 한쪽에 있는 나무데크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곤한 몸을 눕혔다.

세트장에서 사이트로 돌아와 이너텐트를 걷었다. 지난밤 추위를 잊게 해준 <비젼코베아>‘캐슬’의 이너텐트는 설치도 쉽지만 해체도 쉽다. 이내 이너텐트를 해체해 텐트 주머니에 넣고 본체인 캐슬을 해체했다. 텐트는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설치가 쉽고 해체하기도 쉬워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노우피크>의 리빙쉘을 좋아했던 이유도 이 설치와 해체의 손쉬움 때문이었다. 캐슬 역시 해체 작업이 어렵지 않다. 메인 폴을 빼내고 텐트 천을 접어 보관주머니에 넣고 마지막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차에 실었다.

전국오토캠핑대회기간 자라섬은 온통 축제의 분위기 속에 빠졌다. 또한 그 속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단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캠핑이란 다른 아웃도어에 비해 열린 대화의 시간이 존재하는 아웃도어란 생각이 든다. 때문에 사람들은 주말이면 짐을 싸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