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관해야 맛도 좋다
잘 보관해야 맛도 좋다
  • 글 진정훈 소믈리에|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널
  • 승인 2015.11.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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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wine|와인을 잘 고르는 기준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라고 하면, 으레 와인의 맛을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이나 와인 고르는 요령 등의 질문을 받기 일쑤다.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없던 외국 술의 일종이고, 위스키처럼 숙성 년도의 많고 적음으로 고를 수 있는 술이 아니라서 더 그럴 것이다.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두 가지 경험을 토대로 와인 고르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 와이너리가 보유한 지하 까브의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모습.

프랑스로 와인 유학을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학과 교수님이 소개해준 한국 분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프랑스라서 그런지 자연스레 와인 한 잔도 식탁 위에 올라왔다. 와인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일었다. 너무나 맛있게 마신 뒤라 더 궁금했다. 알고 보니 마트에서 구입한 일반 보르도 AOC의 저가 와인이었다. 전날 사서 마시다 남은 와인을 점심 때 가볍게 한 잔 마시기 위해 꺼내놓은 것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저가의 보르도 와인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데일리 급으로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 찾기가 영원한 숙젠데 갑자기 별천지가 펼쳐진 듯 했다.

▲ 와이너리가 보유한 지하 까브의 오크통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모습.

▲ 현대적인 모습의 와인 셀러 백화점 또는 고급 샵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한 번은 와인애호가인 프랑스인을 따라 보르도 네고시앙의 와인 할인 행사를 갔을 때다. 정말 큰 창고에서 박스 단위(12병 1박스)로만 싸게 판매하는 행사라서 마음에 드는 레드 와인을 한 상자 사다 놨다. 당시 겨울이었는데, 난방이 되지 않는 창고에 뒀더니 바로 마시기에는 낮은 온도였다. 고민을 하다 뜨거운 물에 와인 병을 30초 정도 담갔다 뺐다. 그랬더니 와인 온도가 확 올라가면서 풍부한 향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맛있게 마시고, 남은 와인은 내일 마실 생각으로 마개를 닫아 다시 창고에 보관해두었다. 다음 날 점심, 어제 마시다 남은 와인을 맛있게 마실 요량으로 잔에 따랐는데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와인이 되어있었다. 와인이 상해서 더 이상 맛있게 마시기 어려운 상태였다.

▲ 아로마휠. 보관 상태가 좋을수록 좋은 향기가 많이 난다.
두 와인 모두 전날 오픈했는데 맛은 천지차이였다.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와인이 열을 받았는지의 여부다. 와인 보관 조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을 것이다. 좋은 와인을 고르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와인 보관 상태를 알면 좋다. 그만큼 와인의 맛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와인 판매 샵이나 레스토랑 전문가와 소통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들은 대부분 수입회사의 샘플 테이스팅을 통해서 결정된다. 가격에 따라 와인의 맛과 질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퀄리티 자체는 검증이 된다. 여기에 보관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더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산지에서 한국까지 배를 통해 들여오는 와인이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 컨테이너를 거쳐 계속 와인 셀러에서도 보관됐다면 현지의 맛을 최대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와인 수입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와인의 품목을 따지기 전에 와인의 수입 및 보관 상태를 먼저 알아보고 고른다면 맛있는 와인을 마시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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