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wine|와인을 잘 고르는 기준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라고 하면, 으레 와인의 맛을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이나 와인 고르는 요령 등의 질문을 받기 일쑤다.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없던 외국 술의 일종이고, 위스키처럼 숙성 년도의 많고 적음으로 고를 수 있는 술이 아니라서 더 그럴 것이다.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두 가지 경험을 토대로 와인 고르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 와이너리가 보유한 지하 까브의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모습. |
프랑스로 와인 유학을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학과 교수님이 소개해준 한국 분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프랑스라서 그런지 자연스레 와인 한 잔도 식탁 위에 올라왔다. 와인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일었다. 너무나 맛있게 마신 뒤라 더 궁금했다. 알고 보니 마트에서 구입한 일반 보르도 AOC의 저가 와인이었다. 전날 사서 마시다 남은 와인을 점심 때 가볍게 한 잔 마시기 위해 꺼내놓은 것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저가의 보르도 와인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데일리 급으로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 찾기가 영원한 숙젠데 갑자기 별천지가 펼쳐진 듯 했다.
▲ 와이너리가 보유한 지하 까브의 오크통에서 와인을 보관하는 모습. |
▲ 현대적인 모습의 와인 셀러 백화점 또는 고급 샵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또 한 번은 와인애호가인 프랑스인을 따라 보르도 네고시앙의 와인 할인 행사를 갔을 때다. 정말 큰 창고에서 박스 단위(12병 1박스)로만 싸게 판매하는 행사라서 마음에 드는 레드 와인을 한 상자 사다 놨다. 당시 겨울이었는데, 난방이 되지 않는 창고에 뒀더니 바로 마시기에는 낮은 온도였다. 고민을 하다 뜨거운 물에 와인 병을 30초 정도 담갔다 뺐다. 그랬더니 와인 온도가 확 올라가면서 풍부한 향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맛있게 마시고, 남은 와인은 내일 마실 생각으로 마개를 닫아 다시 창고에 보관해두었다. 다음 날 점심, 어제 마시다 남은 와인을 맛있게 마실 요량으로 잔에 따랐는데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와인이 되어있었다. 와인이 상해서 더 이상 맛있게 마시기 어려운 상태였다.
▲ 아로마휠. 보관 상태가 좋을수록 좋은 향기가 많이 난다. |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들은 대부분 수입회사의 샘플 테이스팅을 통해서 결정된다. 가격에 따라 와인의 맛과 질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퀄리티 자체는 검증이 된다. 여기에 보관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더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산지에서 한국까지 배를 통해 들여오는 와인이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 컨테이너를 거쳐 계속 와인 셀러에서도 보관됐다면 현지의 맛을 최대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와인 수입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와인의 품목을 따지기 전에 와인의 수입 및 보관 상태를 먼저 알아보고 고른다면 맛있는 와인을 마시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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