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쭈갑의 전설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쭈갑의 전설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11.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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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갑오징어 낚시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쭈갑의 전설’. 그 전설은 9월에서 11월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극성수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 시기 충남 안흥항, 안면도 영목항, 오천항, 무창포항, 홍원항에는 꼭두새벽부터 엄청난 인파의 낚시꾼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는데, 평소 낚시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이 시기만큼은 주꾸미, 갑오징어를 낚고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 처음 하는 필자에게도 족족 낚여주는 착한 갑오징어.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다른 낚시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번 출조에서 수십 마리는 물론, 세 자릿수 조과도 올릴 수 있어 한 달 치 반찬감을 장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숱하게 낚시를 즐기면서도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 기회가 찾아왔으니,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달려가 보자.

▲ 솜사탕 구름 아래 유유자적 즐기는 갑오징어 낚시

꾼들의 행렬 속, 쭈갑을 낚으러

서울에서 이곳 무창포 항까지는 차로 2~3시간이 걸리는데, 밤새 달려오니 소위 ‘쭈갑’을 낚으려고 온 꾼들의 행렬이 엄청나 그 손맛이 뭐라고 이렇게 밤잠 설치면서까지 오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출항 직전 구명복 착용 여부와 승선명부를 확인하려는 해경의 분주한 모습에서 지난 추자도 낚싯배 사고 이후 달라진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은 주꾸미보다 갑오징어를 위주로 낚시했다. 차이는 포인트에 있는데 주꾸미는 주로 개펄에 서식하지만, 갑오징어는 주로 여밭에 서식하므로 확연히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주꾸미가 전혀 안 낚이는 것은 아니지만, 약 8:2 비율로 갑오징어가 우세하며, 암초대에서 하는 낚시이기 때문에 채비(에기) 손실이 잦다. 보통 에기(갑오징어를 유혹하는 인조 미끼)는 한 번의 출조에 10개 정도 준비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 이유로 갑오징어 낚시는 밑걸림 없는 주꾸미 낚시보다 난도가 약간 높지만, 낚았을 때의 손맛이 주꾸미 이상으로 짜릿하고 만족감이 크다는 게 특징이다.

▲ 여기저기서 갑오징어가 입질한다

▲ AM 6:00, 충남 무창포항.

배는 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속력을 늦추었고 꾼들은 저마다 한 쿨러의 꿈을 가득 싣고 에기를 내린다. 낭창낭창한 초릿대는 잔잔한 물결에 장단을 맞추며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유혹하던 중 필자에게 첫 입질이 닿았다.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들어서 올려보니 다름 아닌 주꾸미. 손맛이라고 하기에는 어정쩡하다. 무게 100g이 될까 말까 한 주꾸미가 15호 추와 함께 올라타니 그 미묘한 차이를 빨리 간파해 강한 챔질로 마수걸이해야 하는 그런 순발력이 필요했다.

이어서 고수로 보이는 옆 손님이 갑오징어를 낚아 올린다. 이 장면이 내겐 무척 낯선데, 줄곧 마트나 시장에서 철삿줄에 꿰어 팔리는 볼품없는 형체만 보다가 이렇게 갓 낚인 갑오징어를 보니 손맛을 떠나 입맛부터 다시게 된다. 사실 갑오징어는 몇 마리를 낚아야 호조황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날 처음 하는 것이니 스무 마리만 잡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 여기저기 먹물 자국에서 쭈갑의 전설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 서해의 일출.

처음 경험하는 쭈갑 낚시, 방법은 이렇게

이른 아침이라 먹성이 활발한가 보다. 배 여기저기서 주꾸미와 갑오징어가 연신 올라오는데 웬일인지 내게는 잘 잡히지 않는다. 아무래도 갑오징어의 먹이 습성이나 입질 패턴을 잘 모르니 애를 먹는 건가 싶다. 이럴 땐 낚시를 잘하는 사람의 행동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입질이 왔을 때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결론은 이러하다. 갑오징어의 입질 수심층은 바닥에서 30cm 이하로 추가 거의 바닥에서 닿을 듯 말 듯해야 입질로 이어진다는 사실. 그 상태에서 갑오징어가 에기에 올라타는 느낌을 받으려면 줄의 텐션을 유지해야 한다.

▲ 필자의 첫수는 다름 아닌 주꾸미.

▲ 일행은 갑오징어로 시동을 건다.

재차 바닥을 찍는 습관은 지양하고 한번 확인한 수심에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며, 초릿대 끝을 실룩거리면서 언제 들어올지 모를 입질을 파악하기 위해 손끝의 감각을 초릿대에 모아야 한다. 또한, 옆 사람이 연신 갑오징어를 낚아내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인트 컨트롤이 필요한 낚시이기도 하다.

처음 채비를 내리면 15~20초 추가 바닥을 찍으면서 더는 줄이 풀리지 않게 된다. 그 상태에서 릴을 2~3바퀴 감고 기다리면 어떨 땐 ‘툭툭’하는 느낌이 오는데 추가 바닥에 닿은 느낌인지 혹은 오징어가 건드리는 건지를 파악해야 한다. 추가 바닥에 닿은 채로 놔두면 꼼짝없이 걸리게 되니 낚싯대를 살짝 올리고 기다린다. 그러던 중 뭔가가 꾸욱 하고 누르거나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다면, 입질이다. 챔질은 위쪽을 향해 다소 강하고 짧게 채주는 게 핵심. 그래야 에기에 올라탄 갑오징어가 바늘에 걸린다. 낚싯대가 둥그렇게 휘고 뭔가 딸려 온다는 느낌을 받으면 적당한 속도로 릴을 감아 재빨리 뱃전으로 들어올려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 이른 아침부터 입질이 활발하다.

이때부터 갑오징어는 사방팔방으로 먹물을 쏘아대는데 잘 보면 그 타이밍이 대략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오징어는 위아래로 흔들릴 때 주로 먹물을 쏜다. 다시 말해, 수면에서 뱃전으로 랜딩하다 보면 낚싯대 탄성에 위아래로 흔들릴 때가 있는데 그때 먹물을 발사하는 것이니 흔들리지 않도록 얌전히 들어 올린 후 바닥에 내려놓는 게 먹물 테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 흡사 외계 생명체를 닮은 갑오징어의 옆모습.

외계 생명체 사냥은 전용 로드를 이용하자

이렇게 보니 무슨 SF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 생명체 같지 않은가? 저런 게 바위틈에 붙어 있다가 물고기나 갑각류를 사냥한다 생각하니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다. 실제로 갑오징어의 습성을 보면 대부분 바닥이나 돌, 바위에 다리를 고정하고 붙어 있다가 먹잇감이 지나가면 촉수를 뻗어 공격한다고 알려졌다. 에기를 공격할 때도 바늘이 아닌 눈과 몸통을 먼저 건드리기 때문에 이때 힘껏 챔질하지 않으면 후킹이 잘 안 된다. 에기에 올라타는 액션도 활성이 좋을 때는 쭉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누구든 쉽게 알아차리지만, 활성이 낮으면 소심하게 올라타거나 건드리는 정도에 그치므로 가뜩이나 초릿대가 뻣뻣한 로드를 사용하면 입질 간파가 어려워 조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 바닷물에 충분히 담가서 먹물을 빼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이날 필자가 사용한 로드는 무늬오징어 전용대라서 초릿대가 다소 뻣뻣했다. 이 뻣뻣함을 극복하기 위해 초릿대를 쉼 없이 움직여 입질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꾸미 전용 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허릿심은 뻣뻣하고 강하면서 초릿대는 낭창낭창한 연질대가 입질 파악이 쉬워 마릿수 조과에 도움이 된다.

입질이 들어오는 시간은 주로 이른 아침과 해 질 녘인데 한낮에도 물때가 맞으면 쉼 없이 물고 올라오니 게으름을 피워선 안 된다. 모름지기 낚시는 부지런한 사람이 한 마리라도 더 낚는 것이니. 그렇게 갑오징어는 오후에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낚여주다가도 조류가 가지 않아 소강상태에 들었다. 이러다가 저녁이 되면서 입질 빈도가 폭발적으로 늘겠지만, 보통은 3시 30분을 기점으로 철수 준비에 들어간다.

▲ 오징어 신경절단 (이까시메).

▲ 필자에게 잡힌 갑오징어와 핑크색 에기

▲ 서해에서 유행하는 쭈갑(주꾸미 갑오징어) 채비
쫄깃하고 단맛이 일품인 갑오징어 회

갑오징어는 먼 길을 공수해 횟감으로 장만하려면 신경을 절단해 오는 것이 좋다. 사진과 같이 양 눈 사이(미간)를 쿡 찔러 가운데까지 끊어주면 되며, 횟감으로 공수할 것이 아니라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먹물은 현장에서 깨끗하게 빼 오는 사람도 있고, 귀찮아서 그냥 가져오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오징어 먹물은 회를 칠 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빼는 것이 맞지만, 만약 숙회와 볶음을 하겠다면 그대로 가져오길 권한다. 이때의 먹물은 풍부한 영양과 깊은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다만, 쿨러에 통째로 넣어오기보다는 지퍼백을 여러 봉 준비해 현장에서 한 끼 분량(3~4마리)씩 담아온다면, 집 싱크대에 먹물을 묻히지 않아도 되니 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번에 장만한 갑오징어 회는 평소와 달리 길게 채 썰지 않고, 일본에서 오징어 회를 내올 때처럼 얇게 저미는 방식처럼 썰었다. 평소 느꼈던 오징어와 다른 느낌인데 특히, 오독오독 씹히다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마무리가 일품이다. 흔히 오징어 회는 초고추장과 궁합을 맞추지만, 그렇게 먹으면 식감만 있고 진짜 맛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맛이 오른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얇게 썰어 생선회 전용 간장에 질 좋은 고추냉이를 한 점 올려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 왼쪽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

이날 나는 갑오징어 낚시가 처음이라 목표를 스무 마리로 두었는데 그보다 조금 오버된 25마리로 마감할 수 있었다. 이날 배에서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은 50여 수이며 본격적인 파시를 맞는 10월~11월에는 이보다 씨알이 크고 더 많이 잡을 수 있으니 쭈갑의 전설이 끝나기 전에 즐겨보는 게 어떨까? 참고로 이 시기에 서해의 쭈갑 낚시를 즐기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로 이미 주말 예약은 끝났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니 지금 예약하고 즐기려면 비교적 한산한 평일로 날을 정하고 최소 2~3주 전에 예약해 둬야 한다.

장비는 초릿대가 낭창 하면서 허릿심이 튼튼한 루어대 혹은 쭈깝 전용대에 베이트릴, 0.8호 PE 합사줄, 주꾸미, 갑오징어 전용 에기, 추 15~20호(물때 따라), 그리고 주꾸미 전용 채비가 필요하며, 먹물 테러를 대비해 옷은 최대한 검은색에 헌 옷을 입고 하는 게 요령이다. 그리고 로드와 릴은 1~2만 원으로 대여할 수 있다.

▲ 어느덧 강해진 바람에 한바탕 바다가 술렁인다

▲ 갑오징어 회의 먹음직스러운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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