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을 수놓는 별자리 따라
가을밤을 수놓는 별자리 따라
  • 김호섭 별과꿈 별관측소 소장
  • 승인 2015.11.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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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으로 밤하늘 관측하기

▲ 쌍안경으로도 보이는 보석 같은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가을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이 계절은 연중 맑은 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시기다. 10월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금방 눈에 띄는 밝은 별자리가 하나 있는데, W자 모양으로 유명한 카시오페이아자리다. 가을밤, 자정 전이라면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을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만나보자.

▲ 카시오페이아자리 부근에는 별이 매우 많다. 사진: 염범석

가을밤을 밝히는 카시오페이아자리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사랑받는 별자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큰곰자리의 일부분인 북두칠성이지만, 아쉽게도 가을에 온전히 북두칠성을 관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 별자리로는 독립적인 별자리인 북두칠성은 봄에서 여름에 걸쳐 가장 잘 보인다. 그렇다면 가을에는 어떤 별자리를 찾는 것이 좋을까. 가을철 북두칠성을 대신할 별자리가 카시오페이아자리임에는 두말할 것도 없다.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거의 마주 보고 있다.

가을철 별자리 중 가장 먼저 카시오페이아자리를 꼽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북극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도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 가을 밤하늘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는 데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높은 산 위에서 관측해보자. 북극성과 가까이 있는 별자리를 일컬어 주극성(週極星)이라고 칭하는데, 이런 주극성인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동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다른 별자리와는 달리, 북극성이 일 년 내내 보이는 것처럼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다. 이외에도 가을철에 찾아보기 좋은 주요 별자리에는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 그리고 페르세우스자리 등이 있다. 눈치가 빠르다면 이 별자리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챘을 거다. 열거한 네 개의 별자리는 모두 그리스로마신화 속 페르세우스 이야기에 담긴 주?조연급 별자리들이다.

제우스의 적자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괴물 메두사를 무찌른 페르세우스의 영웅담 안에는 이 별자리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를 태우고 돌아오는 날개 달린 말의 이름이 페가수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바다괴물로부터 구출해낸 에티오피아의 공주가 바로 안드로메다다. 카시오페이아는 허영심 많은 왕비로 안드로메다의 모친이며, 국왕을 나타낸 케페우스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 바로 옆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케페우스자리 역시 북극성과 가까우며 시력이 좋다면 밤하늘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삼은 거대한 바다괴물은 현대판 고질라 같은 존재로, 전설에서는 케투스(Cetus)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바다괴물의 별자리를 고래자리로 명명하여 부르는 데, 별이 대체로 어두워 구분하기 쉽지 않다. 영화 ‘타이탄’에 영웅 페르세우스의 일대기가 잘 묘사되어 있으니 흥미가 있다면 참고하도록 하자.

▲ 카시오페이아자리 부근에 있는 유명한 천체들. 사진편집: 염범석

쌍안경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자

쌍안경이 있다면 가을철 밤하늘을 즐기기 딱 좋은 관측 대상이 하나 있다. 어지간한 도심에서는 맨눈으로 전혀 볼 수 없지만 광해가 없는 외진 곳에서 매우 맑은 날, 카시오페이아자리 바로 아래쪽을 유심히 보면 희끗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10배율 정도의 쌍안경으로 관찰하면 수많은 별이 모여 이룬 성단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두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이다. 통상 성운이나 성단은 어느 별자리 영역에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도 눈에 잘 띄는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이용해 찾지만 사실 카시오페이아자리 바로 아래에 있는 페르세우스자리에 속하기 때문에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으로 이름 붙었다.

가장 좋은 관측도구는 인간의 눈이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더 작고 어두운 대상들까지 관측하기에 부족하므로 외부의 기구를 이용하자.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기구가 바로 쌍안경이다. 쌍안경에도 종류가 매우 많지만, 그 형태를 떠나 기본적인 규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쌍안경에는 가장 중요한 규격이 본체에 표시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10X50이라고 쓰여 있다면 이는 10배율에 대물렌즈의 지름이 50mm라는 뜻이다. 쌍안경을 이용한 밤하늘 관측에는 10X50 정도의 쌍안경이면 충분하다. 20X80 규격의 쌍안경은 구경이 굉장히 크고 배율도 높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고 다소 무겁다. 게다가 맨손으로 잡으면 보통 현기증이 일어나 10초 이상 들여다보기 힘들다. 그럴 때는 비노홀더(Bino-Holder)를 사용해 삼각대에 고정하면 편하다. 10X50의 표준 쌍안경 역시 비노홀더를 이용해 보다 더 안정적으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쌍안경으로 별을 관측할 때는 튼튼한 삼각대와 비노홀더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 비노홀더를 이용해 삼각대 위에 쌍안경을 설치한 모습. 출처: 하늘기획

같은 규격의 쌍안경이라도 제조사와 품질, 내부의 프리즘 연마 상태, 그리고 두 개의 프리즘과 렌즈가 얼마나 정밀하게 정렬되었는지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쌍안경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눈(쌍안)을 통해 보는 망원경이지만, 그 시야는 완전하게 합쳐진 하나의 원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 영화 속에서 쌍안경으로 바라보는 관측 시야를 두 개의 원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정관념이 빚은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쌍안경 구매 후 관측 시야의 원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면 자기 눈에 알맞게 시도조절을 해야 한다. 시도조절 링은 쌍안경에 따라 두 가지 정도의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천천히 조절하며 초점이 또렷이 잡히게 하는 동시에 상이 하나의 원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조절해도 원이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내부의 렌즈나 프리즘이 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별쟁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을이다. 낮에 단풍으로 물든 풍경에 취했다면 밤에는 한 번쯤 밤하늘을 바라보자. 자주 올려다볼 수 없다 해도 어쩌다 맑은 날 쳐다본 영롱한 가을 밤하늘은 당신을 별에 취한 시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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