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즐거움은 자연 그대로의 한 점이 되는 것
캠핑의 즐거움은 자연 그대로의 한 점이 되는 것
  • 이철규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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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Night In The Campsite part1 보령 성주산자연휴양림

▲ 성주산자연휴양림은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물놀이장과 어린이놀이터 등의 편의시설을 갖춰 캠핑을 즐기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캠핑은 땅과 호흡하며 자연과 나누는 대화라고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묻혀 나무와 풀이 전하는 소리를 듣고, 땅의 호흡을 들으며 삶에 지친 몸을 눕히는 것이다. 보령시 성주면에 자리한 성주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참나무 숲 속에 캠프장이 자리해 삼림욕과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고 호젓함 속에 들려오는 풀벌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호흡하기 좋은 곳이다. <편집자 주>


낭혜화상과 최치원 등 많은 성인과 선인들이 머물던 곳이라고 하는 성주산은 본래 승암산으로 불리던 곳으로 성주산이란 이름은 산자락 북쪽에 자리했던 고찰 성주사에서 따온 것이다. 성주사는 통일신라시대 구산선문 중 가장 번성했던 사찰로 지금은 폐허로 변했지만, 최치원이 글을 짓고 그의 사촌인 최인곤이 썼다고 하는 낭혜화상탑비가 있다.

이 성주산의 남서쪽 산자락아래 자리한 성주산자연휴양림은 활엽수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야영장과 아이들이 더위를 피하기 좋은 물놀이장을 갖추고 있어 여름철 캠핑을 즐기며 하룻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통나무로 지은 매표소 앞에서 두 명의 입장료와 주차비를 지불하고 포장길을 따라 들어서니 바로 1야영장이다. 굴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숲을 이룬 1야영장은 곳곳에 나무 테크를 설치해 놓았으며 널찍한 공간을 자랑한다. 또한 야영장 전체에 잔돌까지 깔아 배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널찍하고 한적한 야영장이 맘에 들긴 했지만 좀 더 휴양림의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어 1야영장을 지나 두 번째 야영장을 찾았다. 산림휴양관 아래 자리한 두 번째 야영장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계단을 따라 내려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계곡 옆에 자리해 물놀이를 즐기기 좋고 벤치와 물놀이장이 지척이라 그만이란 생각이 든다.

물놀이장과 놀이터까지 갖춘 피서 전용 휴양림

▲ 성주산자연휴양림 앞 계곡으로 나가 물 속 바위에 붙은 다슬기를 잡았다.
차를 세우고 텐트와 테이블 등의 장비를 챙겨 야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드넓은 야영장의 중앙 서늘한 바람이 부는 그늘 아래 텐트를 쳤다. <비젼코베아>의 ‘아웃백’을 설치하고 나니 그 크기가 한 가족이 캠핑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할 형태란 생각이 든다. 이너텐트가 다소 작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여유 있는 거실공간과 6개의 폴이 지탱해주는 텐트 구조는 어지간한 충격이나 바람에는 끄덕도 없다.

텐트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고 난 뒤 모처럼만에 얻은 휴식을 즐겼다. 산들산들 바람이 부는 야영장은 타프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늘진 곳이다. 특히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서늘한 냉기는 사념이나 잡념을 모두 버리고 마냥 낮잠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숲(Forest)은 휴식(Rest)을 위한(For) 장소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린 삶을 벗어나 숲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세계적인 설화에는 숲이 전설적인 인물들의 탄생지로 묘사되거나 숲의 정기를 받아 영웅으로 자라기도 한다. 적자생존만이 존재하는 인간 세상과 달리 나무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산다. 때문에 숲에는 나무가 서로 뒤엉켜 자라는 연리목이 있는가 하면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의지해 자라기도 한다.

▲ 야영장 옆 숲속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독서에 열중인 캠퍼.
어떻게 보면 숲이라는 사회 속에서 의지해 사는 나무들보다 우리의 삶은 더 바보 같고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는 이기심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이지만, 한편으로 함께 사는 법에 익숙하지 못한 삶의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 아래 위치한 벤치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라면을 끓였다. 라면은 손쉽게 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캠핑용 식재료지만 나트륨과 지방이 많아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다.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 나니 배가 더부룩하다. 결국 몸도 풀고 햇살에 지친 몸을 식히기 위해 캠프장 앞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오염원이 없는 계곡물은 초여름 햇살에 달궈질 만도 하건만 발 담그기 무섭게 찬 냉기가 밀려오며 몸 전체가 부르르 떨려온다. 맑은 계곡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숨어 있다. 돌을 들척이는 인기척에 놀라 꼬리치며 달아나는 송사리와 쉬리가 있는가 하면 모래 속에 몸을 숨기려는 가재들까지…….
계곡은 숲과 함께 다양한 생명체가 숨 쉬는 우주공간인 셈이다.

▲ 서늘한 바람과 그늘을 제공하는 성주산자연휴양림 야영장. 야영장 앞이 계곡이라 다양한 수생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으며 여름철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다.
동심으로 돌아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아이들처럼 다슬기와 가재들을 잡다가 계곡에서 나왔다. 계곡물이 워낙 차디차 발이 꽁꽁 얼어붙을 지경이라 더 이상 가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곡 아래론 널찍한 수영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수기가 아니라 이용자도 없었지만 맑고 차디찬 계곡물을 이용하기에 여름 한철 피서를 즐기기엔 이만큼 좋은 곳도 없지 않을까 싶다.

여름은 아니지만 더위 탓에 계곡을 찾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널찍한 데크 위에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야유회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기에 바쁘다. 이들이 캠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만 제대로 장비를 갖춰지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우리의 캠핑 문화 역시 이처럼 요리와 먹는 문화에만 너무 치중돼 있는 것이 아니가 싶다.

텐트로 돌아와 휴양림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야영장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서니 산림휴양관으로 최근에 지은 통나무 건물이 인상적이다. 야영장 맞은편에 자리한 취사장은 제법 넓어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지만, 음식물 등을 버릴 수 있는 음식물 수거통과 쓰레기통이 없는 게 문제다. 야영장 건너편에 자리한 체력 단련장은 휴양림 이용객 보다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캠핑은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날로그식 생활
오후로 접어들자 휴양림 전체가 조용하다. 평일 오후라 손님이 적은 탓이겠지만 그 덕분에 모처럼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며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자연의 호흡을 들을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 듣는 숲의 소리들,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소리와 이 나무 저 나무를 부산하게 뛰어다니는 청설모, 솥이 적다고 울어대는 소쩍새 등 숲은 자신의 아들과 딸들을 품고 긴 하루의 숨을 쉬고 있었다.

성주산 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
그 속에서 우린 디지털의 문명을 버리고 숲의 이방인으로 잠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가 나올 뿐이다. 이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에 의한 것이다. 오토캠핑은 문명과 기계가 발달된 현 시대에서 자연에 회귀하고자 하는 이 욕구가 표출된 것이 아닐까 싶다.

캠핑은 현실의 삶에서의 이탈인 만큼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의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기계식 문명에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자연이 전하는 아날로그식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보령 성주산자연휴양림
성주산 남서쪽 자락에 자리한 성주산자연휴양림은 여름철 피서를 즐기기 좋은 물놀이장과 어린이놀이터를 비롯해 잔디광장과 전망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다.

휴양림 내에는 모두 세 곳의 야영장이 조성돼 있으며 제일 위쪽에 자리한 오토캠핑장의 경우, 여름철 성수기만 출입이 허용될 뿐이다.

야영장은 매표소 인근에 자리한 제1야영장이 가장 넓으며 활엽수가 그늘을 선사해 타프 없이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산림휴양관 아래 자리한 2야영장은 화장실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장비와 식량을 옮겨야 한다. 겨울철에도 캠핑이 가능한 곳으로 1야영장의 경우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개수대 인근이 비교적 조용하다.

입장료는 1인 2천원이며 1일 주차료는 소형 2천원, 대형이 4천원이다. 야영장 이용료는 평상과 일반 야영에 관계없이 모두 2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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