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하나 메고 가벼이 떠나보자, 제주도 갈치 낚시
배낭 하나 메고 가벼이 떠나보자, 제주도 갈치 낚시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10.28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꺼번에 갈치 4마리를 낚아 올린 필자.

서울에서 제주까지 딸랑 배낭 하나만 메고 떠나는 갈치 낚시. 혹시 상상해 본 적은 있는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지만, 빈손으로 떠났어도 갈치만큼은 쿨러 가득 푸짐하게 담아 돌아오는 것이 제맛이다. 특히 요새 갈치가 금값인 데다 제주 은갈치는 그 맛도 단연코 으뜸이기 때문에, 제주도 갈치 낚시는 낚시를 즐기는 당사자뿐 아니라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에게까지 환영받는다.

물론, 정보가 없다면 처음부터 많은 마릿수를 거두기 힘들다. 하지만 지면을 통해 도권에서 떠나는 제주도 갈치 낚시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자세히 살핀다면, 쿨러에 한가득 갈치를 채워오는 것도 그렇게 꿈만 같은 일은 아닐 것이다.

▲ 제주시 도두항.

▲ 오후 5시 30분, 제주시 도두항을 떠나며.

빈손으로 떠나는 제주도 갈치 낚시

제주도 갈치 낚시는 출항 3시간을 남겨두고 보딩 시간을 맞이하면 적당하다. 서울에서 제주로 향한 이번 일정은 2박 3일. 일행과 함께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낚시가방이나 쿨러를 일절 챙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렌터카를 예약하거나 숙소를 미리 알아볼 필요도 없다. 출조점 버스가 픽업 서비스를 해주며, 1박 이상 일정일 경우 눈을 붙일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해 주니 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갈치 낚시는 자리에 따라 유불리가 있기 때문에 손님들은 항상 맨 앞자리 혹은 맨 뒷자리를 사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므로 출항 전 간단한 추첨이 이루어진다. 화투장을 가지고 자리를 배정하자 비로소 배가 항구를 떠나기 시작한다. 낚싯대와 전동릴 대여가 가능하며, 갈치 보관용 쿨러도 얼음이 든 상태로 1인 1개씩 빌릴 수 있다. 채비와 바늘, 쇠추, 손질용 칼, 심지어 멀미약까지도 선사에서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쪽가위와 목장갑, 먹을거리 정도가 되겠다.

▲ 배를 고정하기 위해 풍을 놓는다.

▲ 미끼로는 냉동 꽁치를 먹기 좋게 잘라서 쓴다.

도착한 곳은 도두항에서 북쪽으로 15분 거리에 떨어진 북제주 해역. 포인트에 도착한 배는 서서히 속력을 줄이더니 자리를 잡고 풍(씨 앵커(Sea Anchor), 흐르는 조류에 태우는 닻)을 놓는다. 숙련자의 경우 바늘 15개가 달린 30m짜리 갈치 채비를 쓰지만, 초심자라면 바늘 7개의 채비가 적당하다. 이것만 해도 바늘과 바늘의 간격이 2m나 되니 총 길이가 15m에 육박한다.

미끼(꽁치)는 배의 선수와 선미에 몇 상자씩 보관돼 있는데 처음부터 너무 많이 가져가기보다는 한두 번 쓸 양(2~3마리)만 가져와 얼어있을 때 바로 썰어내야 한다. 특히, 칼이 잘 들어야 미끼를 예쁘고 반듯하게 썰 수 있어 갈치의 입질 확률을 높인다. 따라서 갈치 낚시는 잘 드는 칼을 준비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집에서 식칼을 갈아오는 꾼들이 많다.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며 낚시하는 이 기분, 그 어떤 미사여구로 표현할 수 있을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하고 여유롭다. 하늘에서 차분히 가라앉은 색조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시작과 동시에 초릿대가 쿡쿡 박힌다. 저것이 갈치면 좋으련만, 초릿대가 방정맞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고등어가 매달린 모양이다. 한두 마리쯤은 상관없으나 이따금 씨알 좋은 고등어가 서너 마리 달려 채비를 엉키게 하므로 즉시 감아 올려야 한다. 사실 고등어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생선이지만, 이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면 그저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 가격도 고등어는 너덧 마리를 합해봐야 겨우 만원이 될까 말까 한데 갈치는 한 마리만 낚아도 최소 만원, 씨알 굵은 4지짜리 갈치는 무려 4~5만 원에 육박하니 고등어보다 갈치를 기다리게 될 수밖에.

▲ 해넘이와 함께 시작된 갈치 낚시.

그나저나 너무 시간을 끌은 모양인지 무언가로부터 공격당해 흉물이 된 고등어가 첫수로 잡히고 말았다. 나머지 미끼도 도둑맞은 것으로 보아 한치 떼의 소행인 것 같다. 한치도 낚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은 수산물이지만, 지금의 갈치 채비로는 잡아낼 방도가 없다. 어쩌다 다리가 바늘에 걸쳐 올라오기도 하는데, 대부분 미끼만 축내고 사라진다.

한치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채비를 담그는 데 옆 사람이 번쩍번쩍 빛나는 은갈치를 끌어 올렸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가장 먼저 갈치를 낚아야 한다고 쓸데없는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웬걸, 이제는 나만 쏙 빼놓은 채 양옆에서 갈치를 잡아 올리기 바쁘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 옆 사람이 첫 갈치를 낚았다.

▲ 밤 깊은 줄 모르고 낚시에 몰두 중인 꾼들.

갈치 낚시는 실력 반, 운 반

갈치가 잘 물어줄지는 순전히 그날 운에 달린 문제다. 이 계절이면 제주 해역에 갈치 어군이 늘 상주하지만, 그날의 수온과 해류의 변화, 일기에 따라 활성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날은 수면까지 올라와 먹이 활동을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수심 50m 밑으로 내려갈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갈치 어군이 형성되는 포인트를 찾아가지만 그 중에도 솜씨 좋은 꾼들은 꾸준히 마릿수를 거두는가 하면, 초심자들은 낱마리에 그치는 등 숙련도 여하에 따라 조과 차이는 4~5배씩 나기도 한다.

갈치낚시는 시간도 배고픔도 잊게 하는 마력이 있다. 몇 마리 잡지도 못했는데 식사 시간이란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가 다 됐다. 얼마나 낚시에 집중했는지 배가 고픈 줄도 몰랐다. 선상에서 미역 냉국에 밥을 훌훌 말아 먹는 식사는 그럭저럭 맛있었다. 다만, 밥을 먹는 와중에서도 계속해서 처박히는 초릿대를 곁눈질로 보고 있자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들 식사 속도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수준인가 보다.

▲ 몽땅걸이에 성공한 일행.

▲ 즉석에서 썰어 먹는 고등어와 갈치회.

꾼들의 로망, 몽땅걸이와 쿨러 조과

갈치가 포도송이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오는 장면. 상상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갈치 낚시를 하다 보면 한 번씩 몽땅걸이를 할 때가 있다. 한번은 오래간만에 갈치 네 마리가 동시에 걸려 즐거워하고 있는데 옆 일행이 보란 듯 몽땅걸이를 해버렸다. 1타 7피다. 저런 식으로 열 번만 태우면 은갈치 70마리. 가져다 팔면 금액이 음…. 말로는 못 하는 게 없다. 하하.

낚시가 한참 무르익어갈 즈음 사무장의 호출로 가보니 갓 낚은 갈치와 고등어가 멋들어지게 썰려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데코레이션이라면 그대로 내다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제주시와 이륙하는 비행기.

▲ 배낭만 메고 떠나는 제주도 갈치 낚시.

그런데 갈치가 워낙 잘 낚이다 보니 이 싱싱한 회를 두고 꿈쩍도 않는 이들이 태반이다. 다들 갈치 잡기에 여념이 없어 덕분에 갈치회를 원 없이 맛볼 수 있었다. 제주도 내 횟집에 가도 갈치와 고등어회는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지만, 배에서 잡자마자 썰어 먹는 그 맛에 비할 수 있을까? 물론, 미식(美食)의 범위로는 숙성한 횟감이 차지고 감칠맛이 돌지만, 맛은 혀의 감각만으로 규정하기에는 거스를 수 없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기에 갓 잡은 회의 쫄깃함도 분명 매력적이어라.

새벽이 깊어감에 따라 고등어의 출몰이 뜸해지고 갈치 위주로 낚이기 시작했다. 갈치가 한 마리씩 매달릴 때마다 점점 숙여 수면에 닿을락 말락 하는 초릿대를 지켜보는 기분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이때부터 나는 낚시에 집중하고자 카메라 전원을 꺼두었다. 나도 좀 잡아보자.

▲ 고등어도 포기할 수 없는 일용할 양식이다.

▲ 표준명 별복.

▲ 이날 필자의 갈치 조과.

밤을 꼬박 새워 이어지던 갈치 낚시는 오전 4시 30분에야 마무리가 되었고, 항으로 돌아오자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잡은 조과는 각자의 스티로폼 상자에 옮겨 담은 후 얼음을 붓고 테이핑으로 마무리한다. 아침을 먹고 사우나까지 마치고 나오면 공항으로 떠날 사람과 하루 더 머무를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가져가야 할 상자가 개인당 1개라면 티켓팅 시 짐으로 부칠 수 있지만, 두 상자가 넘어갈 경우 수화물 규정에 따라 (인당 20kg 이상일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애초에 화물 직송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이 과정도 복잡할 것 없다. 갈치배에서 기본 운송료로 손쉽게 처리해줘 간편하다. 도착 후에도 화물청사를 방문해 짐을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갈치 낚시 비용과 준비물
제주도 갈치배는 한번 타는데 18만 원, 장비 대여료를 포함해 총 20만 원이 든다. 여기에는 석식과 다음날 조식, 사우나가 포함되며 채비와 바늘, 쇠추, 생수, 미끼, 멀미약도 제공해 준다.

제주도 갈치낚시 문의
은갈치 선단(1호, 2호) 010-9121-791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