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엑스런을 알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2013년 가을 아이부럽지 in 경주를 다녀온 홍스랩 홍순성 소장을 통해서다. 어찌나 좋게 들리던지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해보리라 생각 했다. 계절이 바뀌고 2014년 봄 아이부럽지 in 제주 행사 소식을 들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무작정 신청했다.'
무작정 참가한 아이부럽지
지난해 봄. 나는 직장 상사와 트러블이 잦아 몸고생, 맘고생이 많았다. 결국 첫 번째 직장에서 퇴사하고 한동안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러다 그냥 훌훌 털고 제주로 갔다. 그곳에서 유지성 대장을 처음 만났다. 아이부럽지는 나에겐 일종의 컬쳐쇼크였다. 그냥 무작정 뛰려고 온 나에겐 그랬다.
우선 기록경쟁이 아니었고, 오히려 천천히 놀고 싶은 곳에선 실컷 놀다가 시간 맞춰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일찍 들어오지 말라고까지 하니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건 뭐지? 낚인 건가?’였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처럼 즐기고 싶어도 즐기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뛰었고 남들보다 일찍 들어왔었다. 그 이유는 바로 첫 번째 날과 두 번째 날의 숙소가 다른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일행과 함께 차를 렌트했는데, 얼른 다시 가서 차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기 때문에 무작정 뛰고 또 뛰었다. 덕분에 원 없이 뛰긴 했다. 당연히 다른 참가자들만큼 즐기지는 못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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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는 경기도 아닌데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부럽지 행사 이후 트레일런에도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조금 알게 된 두 번째 행사
2010년부터 시작했던 달리기. 그때만 하더라도 트레일런은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 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그 덕에 예전엔 좋아 하지 않던 등산도 이제는 즐기는 아웃도어 종목이 됐다. 지방에 살고 있어서 모든 런엑스런 모임에 참가하기는 힘들지만, 꽤나 열정적인 멤버가 되어 가능한 범위에서 참석을 하게 됐다.
두 번째 참가하는 아이부럽지. 이번에는 확실히 즐기고 가겠노라 다짐하고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창원에서 경주로 출발했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지인들이 반겼다. 거기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과 처음 보는 얼굴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설레는 만남 역시 아이부럽지만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우린 새벽 2시가 되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날 이른 이상이 아니었다면 밤을 새웠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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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는 베이스캠프인 경주한옥펜션에서 경주 남산을 한 바퀴 돌아 시내를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경로다. 지난번에 참가했던 제주코스와는 달리 경주시내를 Free Zone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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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달리고 나서야 느끼는 거지만 코스가 참 좋다. 이번 아이부럽지 in 경주 역시 코스운이 제법 있었다. 솔직히 부끄럽지만 경주에 남산이 있는지도 몰랐던 게 사실이었고, 행사에 참여하기 전까지 경주에 이런 길이 있는지도 몰랐다.
가장 인상 깊은 구간은 경북 산림환경연구원의 메타세쿼이아 길이었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걸을 때에는 경주에 이런 길도 있었나하는 생각과 함께 다음엔 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경주는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유적지 코스 정도이거나 보문관광단지에서 놀다가 온 추억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경주에 대한 기억은 그 정도 뿐이었다. 이번에 달려본 아이부럽지 코스는 내가 알고 있던 경주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저녁 즈음 완주를 하고 들어오면 러너를 기다리고 있는 바비큐 파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는 사람도 예외 없이 오랜 친구처럼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밤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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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아이부럽지 아이부럽지는 런엑스런 유지성 대표가 만든 트레힐러닝(트레일런+힐링)캠프다. 2013년 봄 제주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1년에 2~3회 진행되는 행사로 러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2015년에는 5월 제주, 8월 경주에서 열렸고 오는 12월엔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