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하늘에 패러글라이딩
흐린 가을 하늘에 패러글라이딩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5.10.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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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 두산 활공장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기대했건만. 활공장에는 거무스름한 구름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밤새 비가 내리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직면한 악조건 속에서 어렵사리 즐긴 패러글라이딩과 활공장 백패킹. 흐린 가을 하늘 아래 특별한 감성을 추억으로 받은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레저와 관광의 천국, 단양을 만나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나에게 패러글라이딩이란 하늘을 난다는 것 이상의 두려 움이었다. 버킷리스트 끄트머리에 ‘언젠가 해보리라’며 번외의 일처럼 적어놓았 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번 여행을 결심한 이유는 바로 활공장 백패킹 때문이다. 일정을 들어보니 활공장 한가운데서 숙영한 후, 다음날 오전에 패러글라이딩을 한다는 것. 패러글라이더가 이륙하는 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낸다니. 상 상해 보자면 아찔하지만 그 전에 황홀감이 먼저 앞섰다. 그렇게 유혹의 과실을 덥석 물고는 충북 단양으로 향했다.

단양은 남한강과 소백산에서 비롯된 다양한 관광지와 레저 활동을 거느린 훌 륭한 여행 코스다. 그 시작은 축구선수 송종국의 2002년 월드컵 사진을 내건 단양의 작은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다.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단양 8 경, 온달 관광지, 다리안 관광지 등. 단양에서 ‘뭐 할까’라는 말은 뷔페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을 내 이정표만 참고해도 유명한 관광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데, 대부분 가까운 곳에 있어 가장 먼 곳도 단양 군청에서 차로 30분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목적지도 역시 마찬가지. MT 온 대학생들로 북적거리는 단양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수대교를 지나 20분 남짓한 시간을 달려 두산 활공장에 도착했다.

비 오는 활공장에서 만난 낭만적인 밤
구불구불한 산길 끝에 자리한 두산 활공장. 산 아래를 바라보게 세워진 유럽풍 펜션과 반대편으로 깊숙이 안착한 본 건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넓은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주차하고 흥분된 마음을 발걸음에 담아 이륙지점으로 달렸다. 운해가 사방으로 둘러싸인 활공장은 몽환적이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저 멀리 새하얀 수분 입자 사이로 몇 개의 봉우리가 솟았고, 젖은 잔디에선 지난여름의 향기가 느껴졌다. 탁 트인 조망을 기대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장관은 그 이상으로 화려했다. 그 와중에도 아득한 절벽을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짧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오후 6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뉘엿뉘엿 기울던 해도 이내 곧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빗속에서 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지만, 다행히도 활공장 바닥은 넓고 평평하게 정비 되어 있어 비교적 수월했다. 큰 타프 하나를 중심으로 텐트를 빙 둘러 설치했다. 필터링 없이 떨어지던 빗방울이 타프에 가로막혀 톡톡톡 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연주했다. 거기에 형형색색의 텐트가 현란하게 빛을 내며 근사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완벽한 공연을 연상시키는 하룻밤. 우중 캠핑이 주는 낭만의 온기가 활공장 위를 뒤덮었다. 어두컴컴한 산 아래에는 멀리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이 아련하게 흔들렸다.

흐린 가을 하늘을 날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활공 준비로 분주해야 할 파일럿들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모여있다. 기상이 나빠서다. 패러글라이딩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면 당연히 뜰 수 없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도 좋아야 한다. 정오가 가까워질수록 밤새 내린 비는 사그라들었지만, 전날 기후의 영향으로 바람과 시야는 최악의 상태였다. 이럴 때는 하늘이 도와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활공장을 가득 메운 운해를 바라보며 휴대용 드립 커피 한 잔으로 초조함을 달랬다.

하루 중 패러글라이딩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을 꼽으라면 대기 없이 바로 탈 수 있는 이른 오전과 바람이 가장 좋은 오후 2시경이다. 우리는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오후 2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오쯤 되니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낮게 떠 있던 구름이 점차 걷히면서 그사이를 비집고 희망적인 광명 한 줄기가 새어 나왔다. 그러자 파일럿들은 급하게 장비를 세팅했고, 어디선가 예약 순서대로 손님의 이름을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찍이 접수해 놓은 덕분에 우리 차례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활공장에 오른 이후 그토록 깨끗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굽어진 남한강줄기 안쪽으로 조그마한 마을이 보였고, 주위로 늘어선 산등성이는 끝이 보이지 않게 겹쳐져 있었다.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더가 그 위에서 바람 따라 춤을 췄다.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는지 인상 좋은 파일럿 한 명이 나에게 손짓했다. 친절하게 패러글라이딩 장비 착용을 도와주고 손에는 액션캠을 쥐여 주었다. 한동안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렸다. 풍향계가 남서풍을 알림과 동시에 뒤에 있던 파일럿은 “뛰세요!”라고 외쳤다. 거친 바람의 저항을 가득 품은 패러글라이더를 힘차게 끌며 도약했다. 한 걸음씩 딛다 보니 어느새 두 발은 공중에서 헛걸음질하고 있었다.

처음 날아본 하늘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놀이기구만 타도 현기증을 호소했었는데 마냥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단양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다채로운 경관이다. 산과 강, 마을이 한데 모여 있어서 시선을 어디에 둬도 지루하지 않다. 첫 비행의 흥분이 가라앉고 안정감이 느껴질 때, 흐릿한 하늘은 선명함을 감추고 다가왔다가 이내 머리 위에 머물렀다. 5분이 조금 넘는 동안의 패러글라이딩은 긴 기다림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비 온 뒤의 가을 하늘을 나는 경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 한 장이 되어 감성을 마음속에 새겨 넣었다.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패러글라이딩은 위험한 데스게임이다?
거짓. 항공법이 개정되면서 초경량비행장치도 엄격한 법의 효력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됐다. 항공청에서 정기적으로 장비 점검을 시행하며 패러글라이더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해 철저히 관리한다. 또한,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자격증이 필수. 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지도 파일럿으로 활동할 수 없다.

-몸무게가 가벼우면 더 오래 날 수 있다?
진실. 몸무게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패러글라이더를 탔을 때 가벼운 사람의 활공 시간이 더 길다. 실제로 이번에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즐긴 여성 크루 한 명은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륙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공중에 떠 버리기도 했다.

-활공 시간의 길이는 온전히 운이다?
거짓. 물론 기상 조건은 하늘이 정해주는 운이다. 하지만 지도 파일럿의 실력에 따라 패러글라이딩 활공 시간은 차이가 난다. 따라서 훌륭한 파일럿을 보유한 업체를 찾아간다면 더욱 인상적인 패러글라이딩을 경험할 수 있다.


 

단양두산레저파크
위치 |
충북 단양군 가곡면 두산길 254-6
가격 | 코스에 따라 8만원~18만원 (액션캠 영상 촬영 포함)
문의 | 043-423-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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