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작은 별
반짝반짝 작은 별
  • 글 사진 김호섭 별과꿈 별관측소 소장
  • 승인 2015.10.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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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실패 없이 별 일주 사진 찍는 법

일주사진, 즉 별의 궤적을 찍는 것은 밤하늘의 시간을 담는 작업이다. 별 초보가 찍기 가장 쉬우면서도,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시도하기 좋다. 일주사진은 보통 2시간 이상을 담아야 별의 궤적 길이가 볼만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1시간 내외로 찍어도 되지만 길게, 많이 찍어두었을 경우 합성 시 컷수를 조정하기 용이하므로 이왕 찍을 때 총 2시간 이상 촬영할 것을 권장한다.

▲ 누각 배경의 동짓날 북천 12시간 일주. 캐논650D ISO400 F5.6 AWB. 장당60초씩 총 740장 합성. 지구가 12시간 동안 반 바퀴 자전한 증거.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들은 실시간으로 관측하면 그 움직임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별은 1시간에 15도씩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동 각도는 어느 별이든 동일하나, 별의 위치에 따라 궤적의 길이는 달라진다. 북극성 근처에 있는 별들은 단위 시간당 이동길이가 짧고 북극성에서 멀어질수록 길어지므로 카메라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세팅하느냐에 따라 궤적의 모습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찍힌다. 북극성이 있는 북쪽을 찍으려면 먼저 북극성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북쪽을 찍으면 사진1처럼 동심원으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동쪽, 남쪽, 서쪽은 동심원으로 찍히지 않고 대부분 사선으로 찍힌다.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방위에 대해 결과물을 예측하기 수월해진다.

많은 사진작가가 일주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어둡기 때문에 감도를 많이 올려 찍는 경향이 있는데 별은 극단적으로 감도를 낮춘 상태, 즉 ISO 100으로도 잘 찍힌다. 다만 고감도 상태에 비해 별의 궤적 수는 적어진다. 감도가 낮으면 장노출에도 별이 타지 않아 오히려 색깔이 더 곱게 찍힌다. 배경의 풍경을 어느 정도로 표현할지, 궤적이 얼마나 많이 찍히게 할지에 따라 감도의 증감을 고려한다. 필자가 일주사진 찍을 때 세팅하는 감도는 ISO 200에서부터 ISO 1600 사이이다. 같은 앵글도 이 값의 변화에 따라 맛이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고정관념을 한 가지 더 지워보자. 일주사진을 찍기 위해 어두운 밤하늘을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원한다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일주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당연히 별의 궤적은 몇 개밖에 찍히지 않겠지만, 대도시 한복판에서도 충분하다.

▲ 겨울철 동쪽하늘 일주. 캐논650D ISO400 F5.6 장당30초 300장 합성. 달빛의 영향으로 하늘의 색이 파란색이 강하다.

먼저 카메라를 세팅해보자
1. 감도(ISO):
감도는 ISO100부터 ISO1600 사이에 세팅한다. 세팅 값의 범위가 넓은 이유는 별이 많이 찍히게 할 것인가, 배경도 많이 살릴 것인가, 별 색을 살리는 촬영을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달의 밝기, 또는 주변의 광해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 촬영경험이 축적되면 취향에 맞는 감도 설정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늘에 반달 정도의 달이 걸려 있고, 지상의 풍경이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라면 ISO400~ISO800 사이의 설정이 무난하다.

2. 셔터스피드: 셔터스피드는 20초에서 수 분 사이의 설정이 가능하다. 사진을 300장 이상 찍어 연결한 타임랩스 영상까지 염두에 둔다면, 장당 셔터스피드를 30초 이상 넘기지 말아야 영상 속의 별이 점처럼 보인다. 단순하게 일주사진 한 장을 건지고 싶다면 장 당 수분의 시간을 주어도 상관없다. 단, 특별한 기종을 제외하고는 30초 이상의 장노출 스피드를 내기 위해 벌브모드(B셔터)를 사용하되, 반드시 인터벌 릴리즈가 있어야 한다. 30초 이하의 셔터스피드를 사용하려면 일반적인 단순한 스위치 역할만 하는 유선릴리즈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사진2 참고)

3. 노출: 노출은 렌즈가 빛을 받아들이는 양을 결정하며 F값으로 표시한다. 노출 값은 비네팅을 줄이기 위해 렌즈의 풀 개방은 피하고 몇 스톱 조여서 사용한다. 즉 F2.8의 렌즈는 F4.0 또는 F5.6 정도로 설정한다. 이 값에 따라 감도나 셔터스피드의 세팅이 영향을 받으므로 유기적으로 설정하도록 한다. 왕도는 없으니 직접 찍어보면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값을 찾아보자.

4. 기타: WB(화이트 밸런스)는 보통 AUTO모드에 놓고 찍는 것이 일반적이나, 밤하늘 색깔의 취향에 따라 수동설정으로 세팅하기도 한다. 흔히 색온도이라고 하는 K(캘빈)값은 맑은 날 정오 무렵을 5000~6000K 정도로 백색광을 표현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색온도가 낮아지면 붉은 기운이 강해지고 색온도가 높아지면 파란 기운이 강해진다. 이때 수동으로 K값을 반대로 조정함으로써 WB의 값을 콘트롤한다.

예를 들어 밤하늘 색깔을 좀 더 파랗게 표현하고 싶다면 WB모드 중 텅스텐이나 백열전구로 세팅한다. 사용자 설정값에서 직접 K값을 지정할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K값을 설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초기에는 AWB로 시작하도록 한다.

5. 사소한 듯 치명적인 실수 예방하기
나름 꼼꼼하게 설정을 하고 찍었는데 결과물이 엉망이라 속상할 때가 많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초보 때 저지르기 쉬운 흔한 실수 몇 가지만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바디와 렌즈의 속칭 손떨방(손떨림방지)은 무조건 OFF로 놓는다. AF모드도 당연히 MF로 놓고 별 초점은 라이브뷰를 통해 수동으로 잡는다. 두 번째, 바디에 달고 다니는 스트랩(어깨끈)과 릴리즈가 바람에 흔들리면 장노출 사진을 흔들리게 만들어 사진을 망친다. 따라서 스트랩은 촬영 전 반드시 제거하는 것이 좋고, 릴리즈 또한 단단히 고정해둘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삼각대에 차량용 소품걸이통을 활용한 주머니를 달고 그곳에 릴리즈를 넣어 둔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의 브레이크등과 헤드 랜턴의 빛이 유입되지 않게 하자. 찍을 때는 잘 모르고 지나갔는데 합성 결과물을 보고 멘붕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주사진 찍기
일주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유선 릴리즈는 셔터스피드 설정에 따라 결정된다. 한 장을 30초 이하로 촬영 시 바디의 드라이브모드를 연사모드로 놓고 단순 릴리즈를 누른 뒤 고정(홀드)하면 사진은 연속으로 찍힌다. 그러나 장당 30초 이상으로 찍을 때는 셔터스피드를 B(벌브)로 세팅한 다음 인터벌릴리즈를 사용한다. 주요 설정은 장당 노출 시간 및 사진 간의 인터벌 타임이다. 찍을 사진의 수를 “00”으로 두면 촬영자가 멈출 때까지 계속 찍히므로 첫 셔터가 열릴 때의 시각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장당 노출 시간은 임의로 세팅하면 되지만 인터벌타임은 반드시 1초(최소시간)로 설정해야 합성 시 끊김 현상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인터벌타이머는 단순한 연사기능 역시 포함하고 있으며, B모드에 놓고 인터벌타이머에서 30초 이하로 세팅하고 찍는 것과 M모드에서 바디의 셔터스피드를 30초로 설정하고 연사로 찍는 것은 거의 같은 결과물을 얻는다.

▲ 릴리즈의 형태. A가 인터벌릴리즈, B가 일반릴리즈.

찍은 사진으로 일주사진 만들기

장당 30초씩 200장의 사진을 찍었다면 컷과 컷 사이 시간 1초를 더해 3200초의 시간을 담게 된다. 즉, 약 103분 정도의 궤적 시간이 찍히게 되는데 이게 어떻게 한 장의 일주사진으로 완성될까. 이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startrails’ 또는 ‘starstax’ 이다. 둘 다 구글을 통해 검색 가능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매우 간단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일주사진의 즐거움은 찍어 본 사람만 안다. 자주 가는 산의 야경이나 유적지, 또는 큰 나무 등 일주사진의 배경으로 삼을만한 피사체는 얼마든지 있다. 주변의 광해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도전해 보기 바란다. 단, 어딜 가든 전깃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잊지 말자. 일주사진에서 전깃줄은 시쳇말로 ‘폭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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