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정열의 조각가 알버트 크리스텐센 혼이 담긴 곳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정열의 조각가 알버트 크리스텐센 혼이 담긴 곳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10.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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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 홀 앤 '더 락'

모압의 입구에서 만난 바위
붉은 바위와 파란 하늘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미국 유타주 191번 프리웨이. 아무도 살지 않는 붉은 대지에 발을 디디자, 부드러운 바람이 다가왔다. 애초 목적지는 유타주의 심벌(Symbol) 델리게이트와 케년랜드 국립공원 그리고 데스호스 주립공원이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모압(Moab)이란 작은 도시를 거쳐야 한다. 모압은 폭은 적지만 단단히 성난 듯한 콜로라도 강을 끼고 있는 도시다.

불현듯 나타난 보안관과 악당들이 결투를 벌일 것만 같은 한가한 서부의 작은 마을 모압. 아기자기한 물고기 화석을 파는 가게와 작고 예쁜 호텔이 길가에 자리 잡은 이 도시에 입성하기 약 20km 전, 길가에 붉은 사암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위 위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홀 앤 “더 락” (Hole N “The Rock” : 구멍 그리고 바위)라고 쓰여 있다.

▲ 알버트와 그의 부인이 동굴 모퉁이에서 잠자고 있다.
▲ 1940년대 사용하던 토잉차.

유명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해 이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 중 그 누구도 바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유독 이 바위에 마음이 갔다. 바로 평생 돌과 예수, 미국 32대 대통령인 루즈벨트를 사랑하다 죽은 알버트 크리스텐센(Albert Christensen)이라는 조각가와 그의 부인의 영혼이 깃든 비석이기 때문이다.

▲ 동굴 안에는 선물가게가 있다.
알버트, 비운의 동굴호텔 창시자
알버트는 45세가 되던 해, 이 붉은 사암 바위를 구입했다. 부인과 함께 살아갈 동굴저택 공사를 추진 중이던 알버트는, 저택의 벽을 각종 조각으로 채워나갔다. 물론 그가 존경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작품도 있었다. 결국, 알버트는 450평의 동굴 안에 10평의 원룸이 14개나 들어간 호텔을 만들었다. 그 옛날 숙박시설이 열악했던 이 지역을 지나가던 여행객이 묵고 갈 수 있는 유타주 최초의 동굴호텔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동굴호텔이 거의 완성되어 가던 시점에 모압시가 주정부에 의한 휴양도시로 결정되며 대대적 도시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알버트가 혼신을 기울여 완성한 동굴호텔은 아무도 찾지 않는 비운의 호텔로 전락했다.

하지만 알버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빌딩 5층에 해당하는 높이의 붉은 사암 바위 조각에 혼을 불어넣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붉은 바위산의 왼쪽 부분에는 도마뱀 2마리가 붙어있는데, 이것 또한 알버트가 아이들을 위해서 로프에 매달려 두 달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의 조각품 중에 제일 압권은 루스벨트 대통령 조각상이다. 알버트의 루스벨트 대통령 조각은 미국 근대사를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 루스벨트 대통령의 흉상 조각품.
남편의 영혼을 이어받은 부인
많은 미국 국민에게 역대 최고의 업적을 남긴 3명의 대통령을 뽑으라고 한다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노예해방의 링컨, UN의 창설로 미국이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한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조각가 알버트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는 이곳 붉은 산에 루즈벨트 대통령을 조각하며 멀리서 온 이방인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슬프게도 알버트는 작업 중 돌연 사망하고 만다. 그의 나이 54세의 일이다. 그가 죽은 후, 그의 부인은 남편의 마지막 조각공사를 이어받아 결국 완성한다. 붉은 거대한 바위와 중년의 나이로부터 씨름하며 살다간 알버트와 그의 부인. 그들의 열정적인 영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홀 앤 “더 락” (Hole N “The Rock”)임에도 찾는 이의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이념과 꿈인 평화가 붉은 바위 자락을 감싸며 더욱 이 거리를 아름다운 붉음으로 수놓는 것만 같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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