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꿈, 가을밤의 낭만
한여름의 꿈, 가을밤의 낭만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09.1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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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갯바위 야영 낚시

야영 낚시는 인간이 향유하는 유희의 정점이다. 수려한 풍경 속 물고기 낚는 재미를 느끼며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몇 평 남짓 갯바위 위에서 모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갯바위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텐트를 치고, 낚시를 즐긴다. 고기가 잡히면 그것으로 자급자족이 되지만, 잡히지 않아도 미리 준비해 온 음식으로 쿡방과 먹방을 즐기니 요새 유행하는 TV 프로그램 <삼시 세끼>가 부럽지 않다.

▲ 씨알 굵은 벵에돔과 한판 승부.

다만, 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하기 어렵다는 점이 흠이다. 간혹 4~5명이 한꺼번에 자리할 수 있는 넓은 갯바위가 있지만, 두 사람 정도가 설 수 있는 곳이 고기를 낚기에는 적당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무인도의 갯바위는 매우 한정된 공간이면서도 안전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곳이기에 최소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이동하며 갯바위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구명복과 갯바위 전용 신발도 기본이다.

낚시도 안전제일 주의
야영 낚시가 이뤄지는 곳은 주로 남해에 집중되어 있다. 대표적인 포인트를 꼽으라면 가거도, 추자도, 거문도 등 3대 원도권을 비롯해 청산도, 여서도, 덕우도, 매물도, 두미도, 욕지도, 국도, 지심도, 가덕도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섬에서 갯바위 야영 낚시가 행해진다. 야영 낚시는 한 번의 출조에서 최대한 많은 낚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도 있지만, 한낮의 후텁지근한 기온을 피해, 보다 쾌적한 낚시를 즐기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출조점마다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오후 늦게 갯바위에 도착해 낚시를 준비한 다음 해가 지면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한다. 밤을 꼬박 지새우고 다음 날 새벽과 아침 두 차례 더 낚시에 집중한 다음, 오전 중으로 철수하는 일정이다 보니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9월 말까지 늦여름의 더위가 이어질 수 있으니 뒤탈이 없도록 체력 안배에 주의하자.

▲ 후끈후끈 달아오른 여름 갯바위의 풍경.

효율적인 낚시를 위해서는 고기가 잘 낚이는 물때와 시간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 바다낚시는 자연을 상대로 하는 레포츠다. 수학처럼 정해진 공식이 없으며 정해진 답도 없다. 살아 숨 쉬는 생명과의 숨바꼭질이기 때문에 언제나 의외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물고기가 먹이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물때와 시간은 있기 마련이므로 이 부분을 잘 알고 똑똑하게 낚시하도록 하자.

집중 시간과 쉬는 시간을 분명히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각각 두 차례씩 들어온다. 포인트마다 밀물에 유리한 자리가 있고 썰물에 유리한 자리가 있으니 선장과 가이드를 통해 전달받도록 하자.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대상어의 입질이 활발해지는 시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물돌이’다. 만조에서 썰물로 전환하기 시작하는 1~2시간, 혹은 간조에서 밀물로 전환하기 시작하는 1~2시간 동안 좀 더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시간대는 대상어마다 차이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낚시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대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다. 만약, 고등어와 전갱이와 같은 회유성 어종을 노릴 생각이라면 한밤이 유리하며 이 시간대에 만조가 겹쳐있다면 금상첨화다. 긴꼬리벵에돔과 참돔도 해 질 녘부터 시작해 한밤중에 입질이 잦으며, 벵에돔과 돌돔은 야간보다 주간에 더 유리하다.

▲ 짙은 해무 사이로 낚시에 열중인 꾼들.

신선한 밑밥과 미끼를 준비해야 한다.

야영 낚시는 12시간 이상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 안배 이외에도 쉬 상할 수 있는 음식과 미끼 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50L 이상의 쿨러와 얼음은 필수다. 신선한 백크릴을 넉넉히 준비하고, 3~4시간 쓸 분량만 꺼내둔 뒤 나머지는 쿨러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밑밥은 긴 야영 낚시를 고려해 밑밥통 한 통을 다 채우고 여분의 밑밥 크릴과 파우더를 준비해 밑밥 크릴은 쿨러에 보관해 둔다. 일반적으로 야영 낚시에 소모되는 밑밥 양은 벵에돔 낚시를 기준으로 크릴 6장, 파우더 2~3봉, 빵가루 9봉 정도가 든다. 조류가 세찬 원도권이라면 빵가루 비중을 줄이는 대신 크릴 비중을 조금 더 높이면 되겠다. 밑밥을 한꺼번에 반죽하면 나중에 떡이 지면서 확산력과 집어력, 원투력을 모두 상실하므로 3~4시간 낚시할 분량만 섞는 게 좋다. 이때 크릴 커터기나 나무 주걱이 필요하다.

▲ 야영 낚시에서 절정에 이르는 순간, 바로 손맛이 느껴질 때다.

▲ 고급어종인 긴꼬리벵에돔.'

▲ 밤낚시의 매력, 슈퍼전갱이.

모기와 자외선은 야영 낚시 최대의 적

굳이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모기와 자외선은 늘 쾌적한 야영 낚시를 방해한다. 초가을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높은 자외선 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충분히 바르고, 필요하면 스프레이 타입이나 콤팩트 형의 분말을 사용하도록 하자. 또한, 바다낚시는 항상 난반사를 일으키는 수면을 보고 있어야 하므로 눈 보호를 위해 편광안경이 필요하다. 여기에 낚시 전용 모자를 착용하게 되면 위에서 내리쬐는 빛도 어느 정도 막아주므로 편광력이 극대화된다. 날씨가 덥다고 반팔과 반바지를 입는 건 금물이다. 자외선은 물론 모기의 강력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은 반드시 투습력이 좋은 고어텍스 낚시복을 입고 여의치 않으면 등산용 아웃도어 의류라도 착용하는 것이 좋다.

▲ 즉석에서 썰어 먹는 노래미회 한판.

▲ 채소와 양념만 준비해 즉석에서 썰어 먹는 벵에돔 회무침

TIP: 하계용 넥워머와 쿨 타입 수건을 얼음물에 적신 다음 착용하면 더위를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야영 낚시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바다 모기다. 물리면 심하게 피부가 부어오르는 고약한 녀석이지만 철저히 대비한다면 모기가 달려드는 일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다. 모기가 특정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땀 냄새, 향수 냄새, 로션 냄새에 잘 반응하며, 숨을 내쉴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도 반응한다. 여기에 여성 호르몬 냄새에 반응해 남자보다 여자에 더 많이 달려든다는 속설도 있다. 따라서 향이 강한 화장품과 향수 사용을 자제하고 밝은색 계통의 옷을 입도록 하자. 특히, 유칼립투스 오일과 모유 성분으로 만든 모기기피제 제품의 효과가 좋다고 한다.

▲ 회무침을 먹다 얼음물을 부으면 물회가 완성된다.

▲ 밥을 미리 준비해 온다면 즉석 활어 초밥도 가능하다.

야영 낚시의 묘미는 먹는 재미

뭐니뭐니해도 야영 낚시는 여유로워서 좋다. 준비한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즐길 수 있어 그 어떤 고급 취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대신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물이다. 여름과 초가을에는 바짝 언 물도 금세 녹으니 1.5L짜리 언 생수를 충분히 챙기도록 하자. 음료는 탄산이 들어간 것보다는 이온음료를 권한다. 그리고 자급자족한 횟감을 썰어 먹을 칼과 도마가 필요하다. 횟감의 수분을 적당히 뺄 키친타올도 여러 겹 접어 준비하자. 토치를 이용해 껍질 회를 직접 해먹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 이때 얼음 생수통은 생선회를 올려 먹기에 매우 훌륭한 접시가 된다. 낚시꾼들은 저마다 하나씩 간장통을 들고 다니는데, 낚시점에서 파는 생선회 전용 간장과 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는 튜브형 생고추냉이를 준비해 간다면 센스 만점. 물론, 기호에 따라 초고추장과 양념 된장을 준비해도 좋다.

▲ 매운탕 라면은 야영 낚시에서 빠질 수 없는 식사 거리.

야영 낚시는 기본적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많고, 비타민 부족에 시달릴 수 있어 음식을 준비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초콜릿 바 등 열량 높은 간식거리와 수박, 멜론과 같이 차게 해서 먹는 과일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된다. 회무침은 각종 채소만 미리 썰어와 즉석 활어회에 초고추장 양념을 부어 먹으면 되며, 여기에 얼음물을 부으면 훌륭한 물회 한 그릇이 완성된다. 얼지 않은 생수 한 통과 봉지라면을 준비한 다음, 볼락이나 쏨뱅이 한두 마리를 손질해 함께 끓이면 훌륭한 매운탕 라면이 된다.

▲ 갯바위에 지천인 거북손을 캐다 삶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 바다의 미녀 참돔.

야영 낚시는 일탈이 아닌 자연과의 교감

야영 낚시는 그 어떤 아웃도어 활동보다 많은 인내와 철저한 준비성을 요구한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팔자가 늘어진 선비들의 취미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경험한다면 그런 생각은 싹 달아날 거다. 특히 외딴 섬의 갯바위라는 환경이 가장 큰 변수다. 변화무쌍한 바다는 지속적으로 너울을 만들어 갯바위를 위협하고, 항상 상주하는 미세한 수증기 입자는 우리의 호흡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 야영 낚시는 넉넉한 조과를 기대하게 한다.

짙은 해무가 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일뿐더러 습하고 축축해 불쾌지수까지 상승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밤을 꼬박 지새운다는 것은 보통의 끈기로 견디기 어렵다. 텐트와 침낭을 준비했어도 밤잠을 뒤척이게 되고,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모기와의 싸움에 심신이 지쳐만 간다. 따라서 야영 낚시는 준비 여하에 따라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갯바위에서 1박을 견뎌야 하는 극한의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즐거운 취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수 한 시간 전에는 모든 짐 정리를 마치고 물청소를 하도록 하자. 다음 사람을 위해 밑밥의 흔적을 지우고 내가 가져온 쓰레기는 물론,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도 함께 주워 갯바위를 쾌적하게 만들고 떠나자. 이것이 바로 자연을 빌려 사용한 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일지니.

▲ 갯바위 청소. 청소와 쓰레기 정리는 꼭 해주자.

▲ 기암괴석이 즐비한 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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