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뷰파인더 한가득 별을 담으러
여름밤, 뷰파인더 한가득 별을 담으러
  • 글 사진 김호섭 별과꿈 별관측소 소장
  • 승인 2015.09.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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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은하수 보기 좋은 7·8월, 밤하늘 촬영에 도전하자

7월과 8월은 빛 공해가 적은 곳이라면 누구든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시기다. 날이 저물고 밤이 되면 여름에 가장 밝은 직녀성(베가)이 이미 동쪽 하늘 높이 반짝이고, 직녀성과 함께 ‘여름철의 대 삼각형’을 이루는 알타이르(견우성)와 데네브도 또렷이 빛난다. 밤하늘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을 찾았다면 그사이를 가만히 바라보자. 둘 사이를 가로막는 옛이야기 속의 강물, 은하수를 희미하게 발견할 수 있다.

▲ 캐논 EOS 6D (LPF 제거 개조) ISO3200 캐논 50mm F2.8 20초

은하수는 사실 육안으로는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해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만으로 흥분하고 감동하는 이도 있다. 같은 은하수를 두고도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은하수에 대한 이해와 관측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그런 은하수를 촬영해 보정과정을 거치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배가 된다.

별 사진 촬영에 도전해보자
최근 필자의 글을 애독한다는 독자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본격적인 별 사진 촬영에 도전하려 하는데 적절한 조언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DSLR(또는 미러리스 카메라)을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고, 그중에는 별 촬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먼저 별 사진을 찍을 때 갖기 쉬운 몇 가지 고정관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첫 번째는 반드시 빛 공해가 전혀 없는 캄캄한 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의 불빛을 배경 삼아 찍을 수도 있고, 주변에 빛 공해가 다소 있더라도 보통의 점상 사진이나 일주 사진 찍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별 사진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부분 주변 풍경이 함께 찍혀야 제맛이 난다. 특별히 광해가 없고 날씨가 정말 좋아야 하는 것은 천체망원경에 전용카메라를 달고 촬영하는 ‘딥 스카이(Deep Sky)’ 사진뿐이다. 은하수 사진을 포함한 점상 사진과 일주 사진은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은하수를 포함한 보통의 점상 사진은 별이 점으로 찍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점상 사진은 몇 개의 유명한 별자리를 화각 안에 넣고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별자리에 익숙지 않다면 그냥 별이 많은 밤하늘을 찍어도 상관없다. 달이 없이 맑은 날 밤, 대충 하늘을 향해 놓고 감도를 ISO800 이상 올려 20초 정도 촬영하면, 어느 영역을 찍더라도 사람 눈에 보이는 별보다 훨씬 많은 별을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피사체의 범위를 은하수로 좁힌다면 문제는 조금 달라진다. 은하수가 화각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좌·우측 고도를 계산하여 적당한 각도를 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중요한 여름철 별자리 몇 개 정도는 알고 있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밤하늘을 찍을 때 필요한 준비물 목록
그렇다면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 소지자에게 필요한 별 사진 촬영 준비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기서 DSLR은 라이브 뷰 기능이 탑재된 비교적 신형 모델에 한정 짓도록 하자. 구형 DSLR의 자동초점방식(AF)으로는 별을 감지해 내는 것이 어렵다. DSLR의 유저라면 무한대 초점을 맞추는 노하우가 있으리라 가정하고 우선 준비물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카메라, 광각렌즈, 삼각대, 리모컨(인터벌 릴리즈)이 기본 세트가 된다. 이 네 가지 이외에 충분히 충전된 배터리와 넉넉한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1. 카메라: 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카메라와 렌즈의 모든 기능은 수동 모드(M)로 세팅한다. 렌즈 또는 바디에 있는 손 떨림 방지기능은 반드시 OFF로 한다.
2. 렌즈: DSLR에는 크롭바디와 풀 프레임 바디가 있다. 예를 들어 캐논의 6D, 5D 계열, 1Dx 등은 풀 프레임이고, 백 단위와 십 단위 숫자 모델은 모두 크롭바디다. 크롭바디는 망원에 좋지만, 광각에는 불리하다. 10-22mm EF-S의 크롭 전용렌즈의 환산초점길이는 16-35mm가량 된다. 여기서 환산초점길이는 풀 프레임의 기준에 따른다.
크롭이든 풀 프레임이든 렌즈는 가급적 광각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저렴한 번들 줌렌즈도 최대 광각의 화각으로 촬영하면 아쉬운 대로 괜찮다.
3. 삼각대: 카메라 살 때 끼워주는 삼각대가 충분히 튼튼할 리 없다. 충분한 안정감을 유지하려면 10만 원대 이상의 알루미늄합금 삼각대가 필요하다. 카본소재의 튼튼하고 비싼 삼각대도 많이 쓰인다. 삼각대는 튼튼한 녀석으로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두루두루 쓸모가 있다.
4. 리모컨: 무선 리모컨과는 다른 유선 릴리즈로, 인터벌 릴리즈라고도 부른다. 30초 이하의 한 장짜리 별 사진을 찍는다면 일반적인 릴리즈도 괜찮다. 연속으로 일주 사진을 찍을 경우, 드라이브 모드에서 연사 모드로 놓고 릴리즈 셔터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홀드 시키면 가능한 가장 짧은 인터벌로 촬영할 수 있다. 인터벌 릴리즈는 조금 더 정확한 세팅 값을 위해 필요하다. 노출 시간과 촬영 간격, 총 촬영 매수 등을 지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 캐논 EOS 6D (순정모델) ISO800 캐논 17mm F5.6 각 25초 300장 합성

촬영 전 카메라 설정은 이렇게

1. RAW/JPG: 사진 후보정과 어도비 라이트 룸, 포토샵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사진은 RAW 파일로 찍는 것이 좋다. RAW 파일은 DR(Dynamic Range) 값이 커 후보정 시 계조를 살리는데 JPG 파일보다 훨씬 유리하다. 다만 파일의 용량이 크고 다루는 데 다소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RAW 파일이 생소하다면 아쉽지만 JPG로 찍는다. 하지만 어차피 DSLR 카메라를 구입했다면 조금 더 품질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수동 촬영과 RAW 파일 촬영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감수해보도록 하자. DSLR을 가지고 자동 모드로 촬영하거나 오직 JPG로만 찍는다면 똑딱이 카메라를 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2. 모드 설정: 모든 세팅 값은 수동 모드로 설정한다. DSLR 상단의 모드 설정 다이얼을 ‘M’에 놓는다. 노출과 셔터 스피드를 임의의 값으로 설정한다는 뜻이다. 바디나 렌즈에 있는 손 떨림 방지기능은 반드시 OFF로 놓을 것을 잊지 말자. 이 기능은 별 사진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 데다 연속으로 촬영해 일주 사진을 만들 때 결과물을 망치는 주범이다.
3. 감도(ISO): 찍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감도의 편차는 크게 달라진다. 밤하늘 촬영 시 감도를 무작정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어서, 단순한 별 일주를 촬영코자 하면 ISO100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 장짜리 점상 사진, 그중에서도 은하수를 찍는다면 카메라가, 또는 후보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 감도를 설정한다. 요즘 DSLR은 노이즈 억제력이 크게 향상되어 ISO3200 이상에서도 노이즈가 별로 없어 좋다. 다만, 제조사별로 초고감도에 대한 장노출의 노이즈 정도는 조금씩 상이하니 이것은 직접 찍어보면서 결정하길 바란다.
캐논의 6D와 5D Mark3, 7D Mark2, 70D와 니콘의 D800 또는 D810 등의 모델을 포함 출시된 지 약 2년 이내의 모델들은 대부분 노이즈 억제력이 좋은 편이다.
4. 기타 설정값: 별 사진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정은 조리개와 노출 시간이다. 조리개는 풀 개방에서 한 스톱 정도 조인다. F2.8짜리 렌즈라면 F3.0 또는 F3.5 정도, F4.0짜리 렌즈면 F4.5 정도로 설정하자. 조리개 풀 개방 상태에서 나타나는 비네팅은 밤하늘 촬영 시 반드시 피해야 할 장애물이다. 사진의 주변부가 어두우면 즉, 비네팅이 심하면 별 사진으로서의 품질이 떨어진다.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이 각각 허용하는 최대 노출 시간에는 약 5초 정도 차이가 있다. 북극성에 가까울수록 별의 시간당 이동 길이가 짧아 30초를 촬영해도 괜찮은 데 반해, 남쪽 하늘은 25초만 찍어도 쌀알처럼 별이 길쭉해진다. 어느 방향의 하늘이든 별이 동그란 점으로 찍히는 것을 원한다면 노출 시간은 20초 정도로 맞추자.

다음 호에는 본격적인 별 촬영 실습을 위한 노하우를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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