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반인반조 키나리와 키나라가 살아 있는 곳
전설의 반인반조 키나리와 키나라가 살아 있는 곳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08.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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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S TRAVEL NOTE | 태국 에메랄드 사원

자연이 선사하는 방콕의 경이로움
비행기 위에서 방콕 도심을 내려다보면, 교외를 향해 끝없이 펼쳐진 푸른 지평선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조그만 구릉 하나 시야에 걸리지 않아 우리처럼 산에 둘러싸인 나라에서 온 방문객이라면 공항에 도착하기 전 상공에서부터 자연의 또 다른 경이로움에 주눅이 들 정도다.

▲ 황금의 반인반조 키나리의 화려한 동상.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 양옆으로 일 년에 삼모작이 가능한 농토가 광활하다. 무더운 날씨에 농사일이 고되어도 하류에 쌓인 기름진 충적토가 대신 값진 보상을 해주리라. 태국은 열대몬순 기후 지대로 툭하면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연중 강우량이 1000mm 이상 되는 탓에 산이 없어도 물은 강줄기를 이루며 제법 힘차게 하류로 향한다. 이런 독특한 지형과 날씨 덕에 자연이 만든 운하는 교통수단과 수송로가 되고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 준다.

눈부실 정도로 호화로운 에메랄드 사원
비행기들은 거대한 국제공항에서 온종일 이륙하고 또 도착하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이들을 떠나보내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을 방콕에 내려놓는다. 태국이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 제2의 관광대국에 손꼽힘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곳을 찾는 무수한 외국 관광객들이 맨 처음 들르고 싶어 하는 곳은 누가 뭐래도 에메랄드 사원이다.

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에메랄드 사원의 실제 명칭은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인데 태국어로 왓(Wat)이란 사원, 즉 절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230여 년 전, 당시 태국 국왕이었던 라마 1세가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며 궁전(Grand Palace)과 함께 건축한 곳으로, 그랜드 팰리스 안에 위치한 왕실사원이어서 태국 황실이 직접 관리하기에 승려를 찾아볼 수는 없다.

▲ 끝없는 방콕의 지평선.
▲ 왕실 사원 입구 앞 3개의 건물이 보인다.

입구와 출구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각각 하나로만 되어 있고,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왼편에는 에메랄드 사원, 오른편에는 화려한 궁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에메랄드 사원은 호화로움의 극치란 실로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태국 국민과 황실의 영혼이 사후에도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게 아닐까 싶다.

사원 안에는 악마를 쫓는 힌두 신화 속 톳히라톤 동상이 보초를 서고 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얼굴과는 안 어울리게 수수한 왼쪽 새끼손가락의 금가락지가 눈길을 끈다. 눈부실 정도로 휘황찬란한 사찰의 퍼레이드는 약 5층 높이의 프라 씨 라따나 쩨디(Phra Sri Ratana Chedi)에서 시작되는데, 이 신비로운 황금색의 둥근 라마식 탑 안에는 부처의 가슴뼈가 안치되어 있다. 그 뒤로 왕실의 도서관으로 쓰이던 프라 몬돕(Phra Mondop)과 왕실 가족의 사후 조문을 받는 장소인 쁘라삿 프라 텝 비던(Prasat Phra Dhep Bidorn)이 있다. 입구 좌측에 보이는 3동의 건물 탑이 하늘로 뻗쳐 오른 형세가 꽤나 멋들어진다.

반인반조 키나리와 키나라가 있는 곳
끝없는 방콕의 대지 위로 펼쳐진 에메랄드 사원은 성의 길이만 무려 2km에 달해 그 웅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요술램프가 있는 아라비안나이트의 황금 궁전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 코미디언이나 입을 법한 반짝이는 유리 모자이크 투구를 쓰고 기마 자세를 한 손오공들이 힌두 해학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 황실의 보초병 톳히라톤의 모습.
▲ 탑을 받치고 선 태국 손오공이 익살스럽다.

우리네 사찰이 처마 끝 청아한 물고기 풍경 소리와 검소한 지붕 곡선의 단아함, 하얀 벽 속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의 여백으로 비우는 방법과 무소유의 미덕을 일러 준다면, 에메랄드 사원은 금은보화와 값진 보석들로 치장한 찬란함을 통해 또 다른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는 점이 판이해 흥미롭다.

반은 인간의 형상을, 반은 새의 모습을 한 반인반조 키나리(Kinnaree)와 키나라(Kinara). 힌두 신화 속에서 이들은 춤과 노래, 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성취의 상징이다. 이들은 영원히 인간도 새도 될 수 없을뿐더러 후세를 이을 수도 없다. 하지만 키나리와 키나라는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다. 춤을 추고 노래하며 어진 이들이 뿌려놓은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모두 극락왕생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이 황금색 동상 앞에 서 있노라니 태국의 숨겨진 철학과 해학 속에 무언가 참다운 진리가 반짝이는 듯하다.

앤드류 김 (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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