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왕우럭이 덜컥! 서해 침선낚시
6자 왕우럭이 덜컥! 서해 침선낚시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08.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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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수몰된 배 위 거칠고 험한 꾼들의 사투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낚시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가만히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가로이 사색을 즐기는 것. 그러다 입질이 없으면 밀려오는 지루함에 이내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이미지가 쉽게 그려진다. 그래서 낚시는 기다림이고 세월을 낚는 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침선낚시는 그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앉아 있을 시간도 사색을 즐길 여유도 심지어 하품할 틈조차 없다. 누구는 큼지막한 고기를 걸어 올릴 수 있는가 하면, 1분 1초 차이로 다른 누구는 빈 바늘만 보며 하염없이 옆 사람을 부러워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생에 첫 6자 우럭을 낚다.

침선낚시의 성패는 미끼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럭의 유영층에 놓일 수 있느냐에 달렸는데, 선장의 지침을 어기거나 단체 행동에서 벗어나면 채비가 걸리고 옆 사람 줄과 엉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장의 명령이 여기서는 곧 법이다. 이렇듯 침선낚시는 분초를 다퉈야 하기에 정신없이 바쁘고 낭만과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그런데도 그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이유는 왕우럭으로 쿨러를 가득 채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과정은 거칠고 험하지만, 결과물은 그 어떤 낚시보다도 넉넉하고 달콤하다. 필자는 갯바위 낚시 전문이지만 여름철을 맞아 서해 먼바다에 씨알 굵은 우럭이 곧잘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침선 낚싯배에 올랐다.

▲ 새벽 4시의 군산 비응항.

침선낚시 첫 경험, 순탄치만은 않다

부천에서 출조점 리무진 버스로 군산 비응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 혹시나 해서 챙겨온 우비를 껴입었지만, 출항 이후 쏟아지는 빗줄기에 바지와 신발은 일찌감치 젖고 말았다. 이전에 어초 낚시를 몇 번 해본 터라 침선(수장된 난파선이 물고기 아파트가 되는 포인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염려는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빗방울과 거친 파도가 복병일 줄이야. 그렇게 3시간가량 공해 상으로 진출해 첫 번째 침선에 도달했다. 선장의 수신호가 떨어지자 갑판에 있던 꾼들의 채비가 일제히 내려간다. 그사이 나는 여전히 채비를 점검하느라 흔들리는 배에서 이리 뒤뚱 저리 뒤뚱 트위스트 춤을 추고 있었다. 채비가 내려간 지 3~4분이 흘렀을까.

▲ 침선낚시는 큰 우럭을 만나기 위한 꾼들의 사투와 같다.

▲ 대여한 전동식 릴에 빗방울이 가득 맺혔다.

두 번의 채비 입수로 이곳은 어렵다고 판단, 무려 40분을 추가로 이동하겠다고 한다. 세 시간 만에 겨우 도착해 채비를 짠물에 담가보는가 싶었는데 다시 40분을 추가로 이동한다니. 대체 군산에서 어디까지 나온 걸까 싶어 묻자 왕등도를 거쳐 전남 홍도로 가는 항로에서 중국 방향으로 좀 더 진출한 것이라고 한다. 주위에 작은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다. 그리고 무려 4시간에 가까운 이동 시간 끝에 첫 입수를 할 수 있었다. 수심은 50~60m. 침선 높이가 6m니 바닥을 찍고 4m 정도만 올리라는 선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침선낚시가 생소한 탓에 그저 선장이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둑 두둑’하는 투박한 입질이 들어온다. 속으로 ‘앗싸’를 외치며 끌어올리자 웬걸? 빈 바늘만 올라온다. 분명 입질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 후 같은 상황을 한 번 더 겪자 허탈감이 밀려온다.

▲ 오징어 미끼에 곧잘 반응하는 우럭.

알고 보니 입질을 받고 나서 릴을 감은 것이 문제였다. 침선에서 사용하는 채비는 바늘이 2~3개 달린 것으로, 한 마리가 달리면 나머지도 달릴 때까지 그냥 두는 것이 쌍걸이를 위해서도 좋다. 또한, 입질이 예민해 한번에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두둑’하는 어신이 전해질 때 그대로 놔두어야 확실히 후킹 된다고 한다. 침선낚시의 요령을 익히고 임하자 드디어 내게도 굵은 씨알의 우럭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 이 느낌이구나!’ 낚시 카페 운영자 ‘감성킬러’님은 입질 받았을 때의 느낌과 수심을 잘 기억해두라고 귀띔했다.

▲ 선상낚시 전문 카페 운영자답게 이날 마릿수 장원을 했다.

▲ 여인 천하를 과시한 바다향기님, 역시 실력이 출중하다.

생애 첫 6자 우럭, 개인 기록을 경신하다

내게 뜻밖의 대물 우럭이 낚인 시점은 낚시 시작 후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수심 70m의 바닥을 찍고 선장의 지시에 따라 10m 높이 침선의 2/3 지점까지 올려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투둑’하는 잔 우럭의 입질이 들어오자 낚싯대를 쭉 내밀어 완전한 후킹을 유도했다. 남은 바늘도 마저 낚아 쌍걸이를 시도하려는데 고개를 돌리자 몇몇 사람이 침선에 걸려 채비를 끊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한 마리 걸어둔 상태라 여기서 밑걸리면 안 되겠단 생각에 감으로 2~3m가량을 들어 올렸다. 갑자기 와장창 하는 둔탁한 입질이 낚싯대를 흔들어댔다. ‘어어’하는 짧은 찰나에 뱃전 밑으로 고꾸라진 낚싯대를 수평으로 세우느라 손목에 잔뜩 힘을 주며, 여느 때 낚았던 우럭과는 다르리라 예감할 수 있었다.

▲ 점심을 위해 우럭 몇 마리로 회를 치고 숙성해 둔다.

▲ 몇 마리가 잡혔을까? 낚싯대가 심하게 휘었다.

▲ 일명 쓰리걸이에 성공한 감성킬러님.

때마침 채비 회수 신호가 떨어졌는데, 이 녀석이 제법 힘을 쓰는지 전동릴이 버거워할 정도다. 2~3분쯤 걸렸을까? 거의 다 올라왔을 즈음까지도 낚싯대는 사정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100호 쇠추의 묵직함에도 짜릿한 손맛이 느껴진다. 녀석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빨래판 같은 것이 허연 배를 내밀자 처음에는 대구인가 싶기도 했다. 주변의 환호성이 터지고 사무장은 카메라를 들고 부랴부랴 뛰어 왔다. 쌍걸이도 모자라 그중 하나가 6자에 달하자 기념사진만 몇 컷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6자 우럭을 낚은 필자는 마릿수에 가동을 걸기 시작했다. 채비 내리기가 무섭게 두둑 두둑하며 연달아 입질이 들어왔다. 아직은 때를 덜 탄 침선이라 우럭 자원이 많은 듯하다. 여기서 낚이는 우럭은 크기가 30~50cm 정도로 다양하고 평균 씨알도 제법 크다. 초반에는 울렁거리는 배가 적응이 안 돼 멀미약을 먹었음에도 어질어질했고, 쏟아지는 빗방울에, 촬영에 애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자 온몸이 축축하고 힘들어도 고기가 연달아 잡혀주니 마냥 신나기만 하다.

▲ 선상에서 즐기는 달콤한 식사.

▲ 이어지는 회 파티.

이어지는 자연산 우럭의 맛은 이번 침선낚시의 화룡점정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차지고 달짜근한 회. 이 맛을 보려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구나 싶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우럭이 따문따문 물어주니 낚시가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항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3시간 반이나 걸리기에 철수 시각이 이르다는 점이 아쉬웠다. 오후 2시 30분이 되자 모두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선장의 마지막 입수 신호가 떨어졌다. 바로 이전의 입수에서 몇 차례 입질을 받았지만, 후킹에 실패할 정도로 우럭이 예민해져 있었기에 온몸의 신경을 낚싯대를 잡은 두 손과 초릿대에 집중했다.

마지막인 만큼 밑걸림을 감수해 가며 채비를 침선 가까이에 붙였는데, 여기서 우직한 입질이 들어왔다. 더 기다려 쌍걸이를 노려도 되지만, 그러다 밑걸림에 잡아 놓은 우럭마저 놓쳐버린 기억이 있었기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걷어 올린 낚싯대 끝에 45cm급 우럭이 걸려있었다. 생애 첫 침선낚시는 이 배의 장원(가장 큰 씨알을 낚았을 때 얻는 칭호)을 차지하며 훈훈히 마무리됐다.

▲ 섬 하나 보이지 않는 공해의 먼바다까지 나왔다.

침선낚시 요령과 준비물

서해 침선낚시는 연중 이뤄지지만 수온이 오르는 6월부터 11월까지가 최적기다. 준비물은 선상 우럭 전용대와 전동릴로 낚시점에서 2~3만 원에 대여할 수 있다. 여기에 100호 전후의 쇠추를 6~8개 정도 준비하고 침선 낚시 전용 바늘과 채비(낚시점에 문의)도 밑걸림에 대비해 넉넉히 준비하면 된다. 미끼는 오징어 3마리를 폭 1cm, 길이 15cm 정도로 길쭉하게 썰어 챙겨두고 없으면 낚시점에서 파는 것을 써도 괜찮다. 그 외 목장갑, 선글라스, 넥워머, 낚시 모자, 쿨러, 얼음, 물과 간식거리, 라인 커터, 플라이어, 칼, 그리고 핀도래 등이 필요하다.

침선낚시는 말 그대로 수몰된 배 위에서 행해지는 낚시다. 이렇게 수몰된 배는 서해에만 수십 척이 있으며 우럭·대구와 같은 어종에 좋은 서식 환경을 제공해주어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침선은 배 규모에 따라 3~5m 높이에서 큰 것은 10m에 이른다. 배는 침선의 시작점에 대고 채비를 입수시킨 다음 서서히 침선 쪽으로 몰아서 입질을 유도하므로 배가 전진으로 들어가면 앞자리가, 배가 후진으로 들어가면 뒷자리가 유리하기에 그날 자리 운이 많이 작용한다.

▲ 필자도 준수한 씨알로 쌍걸이에 성공했다.
우럭은 침선 높이나 그보다 조금 위에 떠서 유영할 때가 많으므로 중간에 바닥을 확인하거나 바닥에 가깝게 놓으면 십중팔구 밑걸림이 생겨 고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장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바닥 수심이 60m이고 침선 높이가 7m라면 바닥을 찍고 난 후 침선 높이의 2/3 지점인 4m 정도만 감아올린 상태에서 진입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입질을 받으면 2~3m를 감아 올려 침선 높이의 밑걸림을 피함과 동시에 쌍걸이를 유도하자. 만약, 입질을 받지 못해도 침선 높이의 2/3 지점에 채비를 계속 놓으면 밑걸림이 생길 수 있으니 옆 사람의 행동을 보고 침선이 다가왔다 싶으면 2~3m가량 올려주는 것이 좋다. 우럭은 한 번의 입질로 후킹 될 수 있지만, 입질이 약을 땐 3~4번에 걸쳐 입질하므로 어신이 오면 바로 감지 말고 대를 내밀어 우럭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너무 빨리 감으면 우럭이 바늘에서 빠질 수 있으니 낚싯대를 수평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천천히 올린다.

서해 침선 낚시 문의
서울 수도권 출발 감성킬러의 배낚시 (010-6490-7779)
현지 출조 군산 청어람호 (010-543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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