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파크(peak park)
IMF이후 국내 아웃도어 생산 시장은 대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가거나 몇몇 업체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수준이다. 이는 고임금과 더불어 원자재의 가격상승으로 인해 소비자의 욕구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며 또한 중국이나 베트남의 저임금을 통한 제품 생산을 통해 판매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아직도 우리의 이름을 고집하며 순수 국산 제품을 만들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피크파크(peak park)다. ‘피크파크’라는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그 시작은 국내 가장 오래된 아웃도어업체라는 코오롱스포츠만큼이나 긴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52년 피크파크는 미군에게 의류와 침낭 등을 공급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미군용 삼각텐트를 만들던 피크파크는 1970년대 낚시 텐트를 내놓았다. 이 텐트는 워낙 인기가 좋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40여 명씩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릴 정도였다.
▲ 악천후 상황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피크파크의 텐트들 |
이 때문인지 세컨드하우스의 경우 제품이 모두 품절되고 말았다. 이는 수작업이기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수요자가 많아 제품을 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작업 텐트의 장점이라면 바로바로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점이다.
최근 내놓은 유랑 텐트의 경우 매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 올해 생산된 제품의 경우 자연 염색을 할 계획이다.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얻기 위해 A/S를 맡긴 후 1년이 지난 후에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또한 모든 텐트가 같으면서도 모두 다른 텐트들이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보니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내부를 업그레이드 한다거나 약간의 변형을 주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일부에선 제작자의 사인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피크파크 텐트가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인간적인 교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그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하우와 정신을 담은 혼을 팔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명품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셈이다. 딸을 시집보낸 후 잠 못 이루는 부모님처럼 말이다. 수작업이다 보니 일부 캠퍼들은 캠프장으로 떠나는 날 A/S를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
▲ 자연 속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을 지닌 텐트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피크파크 텐트. |
피크파크의 최영길 대표는 전 제품을 모두 자신이 디자인하고 제단까지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는 모두 우리식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는 어느 나라든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제품이 있거나 브랜드가 있는 것에 비해 우린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아웃도어 시장이면서도 자체적으로 내세울만한 브랜드조차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천공이나, 몰아일체, 유랑 등 앞으로도 모든 제품의 이름은 우리말로 지을 생각이다.
▲ 본인도 직접 수작업으로 텐트를 만들었던 최영길 대표의 아버님 |
그간 최영길 대표가 피크파크를 운영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인고 끝에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카피본이 등장할 때다. 한 예로 사각스토퍼는 처음 출시한지 2개월 만에 똑같은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개발자의 한계성을 느끼며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는 카피를 못할 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 그는 발열 매트리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복사본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카피한 제품이 못 따라올 만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고 더욱더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을 만들 생각이다. 피크파크(peak park)는 매년 가을 고객들을 위한 산상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테너 색소폰 연주자인 이정석 씨를 초청해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다. 이 산상음악회는 30팀 정도로 참가 가족을 제한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문세 씨를 초청할 계획이나 아직 미정이다.
▲ 두 차례 진행되는 정기캠핑 중 재봉틀을 가지고 나가 진행되는 A/S캠핑 |
“사실 정기적인 캠핑은 자주 못합니다. 캠핑은 악천후 상황에 가는 편입니다. 텐트는 평상시 그 특징을 알 수 없지만 악천후 시에는 장단점이 들어나는 편이니까요. 일종의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위해 캠핑을 가는 편입니다.”
앞으로 그는 오리지널 극세사를 이용한 침낭 커버와 200~300g의 무게에 지나지 않은 방풍 재킷 등을 만들 생각이다. 또한 텐트의 결로 문제와 방수, 방풍 기능을 해소한 첨단 소재인 부텍스(Boo Tex)를 사용해 소형 텐트도 만들 생각이다. 수차례 실패 끝에 찾아낸 이 소재는 블랙다이이몬드의 토트텍스에 버금가는 원단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수작업에서 벗어나 외국으로의 수출도 도모할 계획이다.
앞으로 피크파크의 노하우가 담긴 텐트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캠프장을 수놓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의 언어로 명명된 텐트들을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입에 담는 시간이 빨라지기를 기다려본다.
“진짜 노력은 많이 했지만 죽을 만큼 한 것은 아닙니다. 절대 절명의 순간이 될 만큼 노력한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다보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에게는 지금까지 3대째 내려온 집안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노력과 신뢰’ 피크파크의 텐트를 사는 사람들이 가장 믿는 보물, 그 보물이 계속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아웃도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